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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쓰레기 문제를 로봇으로 해결…근데 좀 다르네?

[개척자들] 순환경제 모델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개척자, 수퍼빈

스프 개척자들(보고서)

순환경제, 어떻게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출처 : 수퍼빈 공식 홈페이지
수퍼빈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가정신’을 지닌 개척자다.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는 쓰레기라는 사회적 문제를 로봇 공학이라는 기술과 순환 자원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시장 기반 관점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였다. 구체적으로 ‘네프론’이라는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여 폐기물을 수거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나아가 폐기물 보상 프로그램 및 물류 시스템의 도입 그리고 폐기물 소재 가공 시스템이 통합된 순환경제모델을 제시하여 폐기물 처리와 자원 부족의 해결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그림 1).

기존의 분리수거 방식은 분리수거에 참여하려는 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의지의 부족과 정확한 분류 시스템의 부족이라는 한계적 상황으로 인해 ‘고순도 폐기물’의 수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고순도 폐기물이란 오염되지 않고, 구분이 유지되어 수집/ 유통되어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을 말한다. 김정빈 대표는 이러한 문제의 출발점이 폐기물 수집에서 자원화의 과정의 앞 단계에 위치한 플레이어(분리수거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아무런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보았다.

마지막 단계인 폐기물의 자원화(소재 가공)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전체 이해 관계자들에게 배분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종이, 캔 등과 같은 재활용 폐기물들의 수집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았다. 이에 따라 수퍼빈은 일반 시민들이 폐기물들을 판매할 수 있는 디지털 장비(폐기물의 디지털 정보화 작업과 관련한 장비와 장치, 부품)와 거래 시스템의 도입이 기존 재활용 산업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사회적 기업가 정신이란 
사회적 목적이 내재된 기업가 정신이다(Short, Moss, & Lumpkin, 2009).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사회적 영역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실현하는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여 사회적 목적을 지속해서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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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존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던 건 해결하지 못한 과제가 있었다는 뜻 일 텐데요.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쓰레기 분류 작업에서 차별화된 시도를 하기가 가장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A. 폐기물 즉 재활용품의 분류는 가장 기본이면서 사실 모든 것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승부는 여기서 납니다. 수퍼빈은 지난 8년간의 시간 속에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해당 부분을 현실적으로 가장 잘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만든 것이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입니다. 

<스프 인터뷰 with 김정빈 수퍼빈 대표> by 정명원

▶ 수퍼빈은 재활용 시스템의 어떤 포인트를 보고 창업을 한 건가?...<스프인터뷰>전문 보기
 

수퍼빈의 비즈니스 모델과 성장 이야기


수퍼빈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와 순환경제모델

수퍼빈은 순환 경제를 통해 환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기존의 재활용 시스템은 ‘생산-소비-폐기’의 3단계로 이뤄지는 선형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선형 중심의 경제에서는 생산자가 자원을 활용해서 제품을 생산하면, 소비자가 구매 후 소비하고 폐기한다. 이러한 선형 중심 경제는 폐기물 처리, 환경오염, 자원 고갈, 지구 온난화 등의 문제를 야기하며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수퍼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원을 활용해 생산된 제품이 사용 후 폐기되지 않으며, 최대한 재활용하여 폐기물이 다시 생산 시스템으로 들어갈 수 있는 순환 경제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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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모델의 토대가 되는 3단계 밸류체인: ‘분류 및 회수’-‘물류와 보관’-‘가공 소재화’

순환 경제 기반의 사업모델 구현을 위해서는 재활용을 효율적으로 분류하고 회수하여 순환 자원의 가치를 보존하는 물류 시스템을 통해 이동시키고 이렇게 모은 재활용을 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소재로 가공하는 통합 시스템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그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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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단계 : 분류 및 회수 
먼저 시스템의 출발 지점은 ‘’분류와 회수이다. 기존의 재활용 분류와 회수 방식은 수거된 재활용이 체계적으로 분류되지 않은 채,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수거 단계에서 재활용이 안 되는 복합소재들이 뒤엉키거나 오염이 심한 폐기물이 섞이는 경우 또한 많다 보니 물류나 가공 단계에서 버려지는 재활용품이 많아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재활용으로 분류된 폐기물의 품질도 함께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했다.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을 사람의 손을 통해 선별하다 보니 선별의 정확도도 낮았다. 이처럼 열악한 기존의 분리수거 방식으로 인하여, 수거된 폐기물 중 재활용되는 비율이 30%를 넘기가 어려웠고 또 재탄생하는 자원의 질도 매우 낮았다. 김정빈 대표는 이 같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먼저 분류와 수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로봇 공학 기술에서 찾았다. 

순환 가능한 에코 시스템의 신장, “네프론”
김정빈 대표는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여 우리 신체의 가장 작은 기능 단위를 의미하는 용어와 같은 “네프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원이 순환될 수 있도록 노폐물을 걸러내어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수퍼빈의 가치가 담긴 이름이다. 네프론은 3차원 물체를 인식하는 AI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넣은 폐기물의 재활용 여부를 판독하고 보상을 진행하는 분리수거 로봇이다(그림 4).

폐기물은 수거 단계부터 잘 선별되고 혼입 되지 않아야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네프론은 폐기물의 형태가 훼손되어도 식별할 수 있고 딥러닝 기술을 탑재해 식별 과정에서 스스로 학습해 분류 정확도를 더욱 높인다.

네프론의 개발 과정에 담긴 이야기도 흥미롭다. 김정빈 대표는 사업 초기에 유럽과 미국의 재활용 보상 시스템을 참고하여 보상시스템을 자동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었다. 보상시스템을 자동화하기 위해서는 재활용품을 인식하고 분류할 수 있는 AI 기반 카메라 인식 시스템이 필요했는데 카이스트에서 개발만 하고 사업화하지 못해서 버려진 기술 중에 이 기술이 있었다.

원래 자동차부품 분류를 위해 개발했다가 이 기술을 찾는 사업자가 없어서 사장될 뻔한 기술을 수퍼빈이 상용화한 것이다. 마치 자원을 재활용하듯이 버려질 뻔한 기술을 다시 살려낸 네프론의 탄생 배경 또한 수퍼빈의 이념과 맥이 닿아 있다.

개척자들 
  • 2단계 : 물류 및 보관
네프론을 통해 수거한 재활용품은 빅데이터로 관리된다. 수거함이 차면 물류차로 옮겨 물류 창고에 보관한다. 기존의 재활용 업체들이 수거에서 그치는 데 반해 수거한 재활용을 운송하고 보관하는 것까지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수거 후 직접 가공 소재화를 하는 순환시스템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빈 대표는 재활용 산업이 선형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수거-수송-가공화’의 각 단계들이 협력 단계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분절되어 있었던 탓이었다고 보고 각 단계들이 연결되는 순환시스템의 설계에 많은 공을 들였다.

물류는 순환 자원의 순도를 유지하는 데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수퍼빈은 ‘수퍼카’라고 이름 붙인 자원 운송용 차량을 이용하여 회수된 순환 자원이 오염되지 않고 구분이 유지된 채로 운송되도록 한다. 운송된 자원은 수퍼빈 전용 물류 허브에 보관되었다가 소재화 공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처럼 섬세한 관리를 통해 보관 창고까지 오게 되는 순환 자원은 기존 방식을 통해 운반된 자원과 확연히 차이를 보인다(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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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단계 : 가공 소재화
마지막으로 수거된 자원을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소재의 원재료로 사용하게 되면 폐기물이 자원화되는 순환경제시스템이 완성된다. 페트병 등의 폐기물을 가공하면 섬유 및 포장재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부가가치 확보가 가능해진다. 특히 재활용되는 순환 자원의 부가가치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수요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조건에 적합한 재활용품을 선별하고 가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퍼빈의 김정빈 대표는 이러한 프로세스의 구축은 디지털 기반의 정보가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고 한다. 폐기물 데이터를 구축하고 인공지능 기반의 순환 자원 회수 로봇인 네프론을 사용하는 수퍼빈은 수요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프로세스를 확보하고 있다. 가령, 수퍼빈의 투자자이기도 한 SK 지오센트릭의 경우, 패키징 소재의 친환경성에 주안점을 두고 다양한 용기 판매를 추진 중이었기 때문에 PCR 관련 소재를 필요로 했다.

수퍼빈은 디지털 정보를 기반으로 수집-보관-운반의 전 과정을 이 같은 니즈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전략적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한편, 수퍼빈은 2023년 초부터 순환 자원을 가공 소재화 하기 위한 공장 ‘아이엠팩토리’를 준공하여 재생 원료 생산을 시작하였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재생 원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아이엠팩토리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재생 원료를 사용해야 하는 원료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경우, 수퍼빈이 구상한 순환 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완성뿐만 아니라 이 분야의 핵심 플레이어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Q. 단순 폐기물 수집에 그치지 않고 선별부터 물류, 가공까지 모든 구간의 사업을 진행하는데 처음부터 모든 구간의 과정까지 구상했던 것인가? 

A. 당연히 그렇지 않았습니다. 지금 서비스하고 있는 네프론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서 직접 서비스를 해보니 재활용 시장 밖에서 상상하고 있던 프로세스나 사업자 그리고 역할론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실의 재활용 시장의 역할은 제가 상상하던 것과 달랐고, 그렇다면 그 안에서 수퍼빈이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프 인터뷰 with 김정빈 수퍼빈 대표> by 정명원

▶ 수퍼빈의 순환경제 모델은 어떻게 작동하나?…<스프인터뷰> 전문 보기


순환경제시스템을 현실화시키는 과정에서 부딪혔던 난관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수퍼빈은 순환경제시스템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로 새로운 가치로 연결시키고자 하였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 그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새로운 시스템인 순환경제시스템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었다. 어렵사리 투자자들을 설득하여 네프론을 개발한 이후에는 고객을 발굴해서 창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새로운 부문을 개척하는 사업이다 보니 투자자들 뿐 아니라 고객 또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시스템이 낯설었던 것이다. 특히 수퍼빈의 주요 목표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이다 보니 일반 개인을 고객으로 설정하는 것과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했다. 즉, 기업과 정부와 같은 조직 단위를 고객으로 설정해야 했다. 

따라서 사업 초기에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공 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B2G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 나갔다. 초기에는 수퍼빈이 제시하던 순환경제모델에 대한 의구심과 네프론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던 지방자치단체들이 환경에 대한 가치가 중요해지면서 점차 네프론의 도입에 긍정적인 인식이 생기기 시작했다.

안양시의 경우 수퍼빈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네프론을 100대 설치하기도 하였다. 안양시의 사례를 통해 도시에서 효율적으로 폐기물을 관리하고 자원순환시스템으로 연결시키는 모습이 전국 지자체에 퍼지기도 하였다. 또한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의 당위성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기업으로부터 네프론 설치에 대한 요청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네프론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그리고 기업을 포함하여 전국에 600대가 설치되어 있다. 누적 이용자는 31만 명이며 월평균 폐기물 회수량은 200톤이다(2022년 상반기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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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

수퍼빈의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은 자원순환 생태계의 다양한 참여자들이 참여와 연결에서 가치를 만들어낸다. 먼저 순환 시스템은 페트병을 투입하는 소비자와 페트병을 수거하는 네프론에서 출발한다. 소비자가 네프론에 페트병을 넣으면 자동 스캔과 분류를 거쳐 개당 10포인트의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는 2000점 이상이면 현금화할 수 있다. 2022년 10월까지 페트병 약 1억 252만개, 알루미늄 캔 5682만 개가 네프론을 통해 수거됐고, 누적 환전 금액은 12억 여원에 이른다. 이전에는 분리수거를 하는 것으로 끝이었던 일반 시민들이 네프론의 사용자로 참여하면서 12억 원의 경제적 가치를 보상받은 것이다. 

더 나아가 수퍼빈은 장기적으로 어떻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낼까? 앞서 살펴본 사회적 기업가정신 개념의 핵심은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제적 수익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회문제의 해결만으로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으며,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자생 가능한 수익모델을 필수적으로 요구 받게 된다. 수퍼빈의 일차적인 수익은 네프론을 판매하고 유지보수 관리비를 정기적으로 받는 데에서 나온다. 네프론을 설치하고자 하는 지자체나 기업은 구매 대신 렌털 방식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

수퍼빈의 또 다른 수익원은 재활용 판매에서 나온다. 페트병을 네프론을 통해 수집하고 아이엠팩토리에서 자원화가 가능한 상품으로 가공해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시킨다. 아이엠펙토리에서 소재 가공화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페트병의 경우 세척 과정을 거쳐 잘게 쪼갠 후 플라스틱 플레이크로 만든다.

플레이크는 화학 공정에 투입되는 원료이다. 수퍼빈은 이 플레이크를 석유화학 회사나 펄프·유리·철강 회사 같은 생산자에게 판매한다. 플레이크는 새로운 페트병, 의류나 신발을 제작할 수 있는 섬유로 재탄생된다.

현재 롯데케미컬, SK 지오센트릭 등의 기업들이 수퍼빈이 가공한 플레이크에 대한 구매 우선권을 가지기 위하여 투자에 참여해 주주로 있다. 플레이크의 경우는 1kg당 1,500원으로 고품질 펠릿의 경우는 1Kg당 2,400원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되어 있다.

2022년 기준으로 수퍼빈의 매출은 총 80억으로 대부분 네프론을 통하여 발생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페트 플레이크 제조를 통한 매출이 발생하여 전년대비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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