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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타이완에 예상 뛰어넘은 군사 보복, 이유는

중국군 타이완 포위 훈련 실탄 사격
중국이 연일 타이완을 둘러싸고 고강도 군사 훈련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매카시 하원의장을 만난 데 대한 보복 조치입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워 타이완을 중국 영토라 주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다른 나라가 타이완과 공식 외교 관계를 갖는 데 반발해 왔습니다.

중국은 중국을 방문했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친중 성향의 마잉주 전 타이완 총통 등 외빈들이 7일 중국을 떠나자 기다렸다는 듯 8일부터 군사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중국과 타이완 사이에 있는 타이완해협에서는 물론, 타이완 북부와 남부, 동부의 해역과 상공에서 잇따라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타이완을 포위한 형태입니다. 중국이 예고한 군사 훈련 기간은 10일까지입니다.

 

왜 중요한데?

중국은 10일 푸젠성 핑탄현에서 미사일, 장거리 로켓포 등의 실탄 사격 훈련까지 실시했습니다. 핑탄현은 중국 본토에서 타이완과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타이완 신주현과는 126km 떨어져 있고, 타이완이 관할하는 섬 마쭈다오와의 거리는 80km에 불과합니다. 앞서 8일에는 중국의 미사일 구축함이 타이완해협 중간선을 넘어 타이완 해안에서 24해리(약 44k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습니다. 타이완이 해군 호위함과 해경 함정을 급파하면서 중국과 타이완 함정이 3해리(약 5.5km)까지 근접했습니다. 다행히 무력 충돌은 없었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타이완 동부 해역에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을 보낸 상태입니다. 이에 질세라 중국도 항공모함 산둥함을 타이완 동쪽으로 보냈습니다. 미국은 또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타이완 방공식별구역에 투입했습니다. P-8A는 레이더 탐지 거리가 800km에 달하고, 하푼 미사일과 어뢰 등으로 무장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중국의 행동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과잉 대응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중국 공군과 해군은 실탄으로 무장했습니다. Su-30, J-16, J-11 등의 전투기는 물론, H-6 폭격기도 실탄을 장착한 채 출격했습니다. 타이완과 가까운 남중국해 해상에서 중국군 호위함들이 실탄을 발사하기도 했습니다. 자칫 실수라도 하면, 우발적 충돌이라도 발생하면 의도치 않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지역 안보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하면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
차이잉원 총통과 매카시 하원의장의 만남은 1979년 미국이 타이완과 단교한 이후 44년 만에 미국 땅에서 양측 최고위급이 회동한 것입니다. 중국 입장에선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을 순 없었을 것입니다. 앞서 '단호한 대응'을 공언했던 터라,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순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중국의 이번 대응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했을 때도 타이완 상공을 가로지르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타이완을 포위한 형태의 강도 높은 군사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미 최고위급 인사 중에서는 처음 타이완을 직접 방문한 것이었고, 이번 매카시 의장은 타이완이 아닌 미국 땅에서 차이잉원 총통을 만났다는 데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것도 차이 총통이 중미 순방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미국을 경유하는 형식으로 회동했습니다. 차이 총통은 과거에도 6차례 미국을 경유 형식으로 방문했습니다. 외교가에선 중국이 먼저 미·중 충돌을 피하기 위해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이 타이완이 아닌 미국에서 만나도록 요청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매카시 의장이 타이완 방문을 예고해 왔는데, 기왕 만날 거면 타이완이 아닌 미국에서 만나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중국의 강도 높은 도발이 내년 1월에 있을 타이완 총통 선거에서 중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안보에 위협이 가해질수록 현 집권당인 민진당에 유리하고, 친중 성향의 야당에 불리할 것이란 관측이었습니다. 이번 차이 총통과 매카시 의장의 만남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펠로시 전 의장의 타이완 방문 때보다는 수위가 낮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판단했던 이유입니다.

예상을 깨고, 중국은 연일 사상 최대 규모의 군용기와 함정을 타이완 쪽에 보내고 있습니다. 중국은 훈련 첫날 군용기 71대와 함정 9척을, 둘째 날 군용기 70대와 함정 11척을 출격시켰습니다. 펠로시 전 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한 직후인 지난해 8월 5일과 7일, 각각 군용기 68대와 66대를 동원한 것보다도 많습니다. 지금까지 역대 최고 기록은 지난해 12월 25일 미국이 타이완 무기 지원 법안을 통과시킨 데 반발해 중국이 군용기 71대와 함정 7척을 보낸 것이었습니다.

 

한 걸음 더

이번 중국의 대응은 단순한 무력시위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군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날카로운 검 연합 훈련'으로 이름 붙여진 이번 군사 훈련에서 "육해공군을 총동원해 타이완의 핵심 시설을 모의 정밀 타격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차이-매카시 회동을 빙자해 타이완 침공을 위한 실전 연습을 했다는 의미입니다.

지난해 8월 실시했던 '1차 타이완 포위' 훈련에 대한 보완의 의미도 있어 보입니다. 펠로시 전 의장의 타이완 방문 이후 중국은 대대적인 작전을 폈지만 미군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습니다. 미군은 타이완과 가까운 필리핀해에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함 등 전함 4척을 전개했고, 중화권 매체들은 "미 항모 전단의 전자전 행사로 중국군의 거의 모든 전자전 장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라고 전했습니다. 또 최근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26년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해 24개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중국의 침공은 모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이 예상보다 강한 훈련에 나선 것은 이처럼 자국 군대의 실전 수준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이 있을 수 있습니다. 평소에 이런 대규모 훈련을 실시할 경우 타이완은 물론 미국 등 서방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지만, 지금은 적어도 '명분'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 이후 중국은 지난해 8월 4일부터 7일까지 나흘간 대규모 훈련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중국 전투기와 함정이 타이완해협 중간선을 수시로 침범하면서 긴장을 고조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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