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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Y] 변성현은 억울하다…낙인 효과로 확산된 '길복순' 일베 논란

변성현

영화 '길복순'으로 컴백한 변성현 감독은 인터뷰 자리에서 "전날 잠을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최근 불거진 일베 논란으로 며칠간을 '패닉' 상태로 지냈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영화와 영화에 참여한 동료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불필요한 논란에 대해 책임자로서 미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길복순'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 영화 부문 1위(플릭스 패트롤 집계 기준)에 올랐다. 한국판 '킬 빌' 혹은 '존 윅'에 대한 해외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사이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국내에서 불거진 일베 논란에 휩싸이며 가슴 졸이는 시간을 보냈다.

변성현 감독은 차분히 논란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변 감독은 "저는 일베 사이트를 들어가 본 적도 없다. 저는 성향적으로 그쪽과 반대에 있는 사람"이라며 "이 논란으로 인해 함께 작업한 동료들에게 미안할 뿐이다"라고 운을 뗐다.

길복순

변성현 감독은 며칠 전 촬영 감독한테 논란이 불거졌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내가 아니면 논란이 안될 이야기라고까지 생각했다"며 과거 '불한당'으로 인해 생긴 자신을 향한 일부의 선입견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장면에 대해 자신은 전혀 몰랐으며, 미리 알았다고 해도 이런 논란까지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복순'의 일베 논란은 킬러 회사인 MK엔터테인먼트 내 업무 방식을 설명하는 인서트컷에서 불거졌다. 이 조직에서는 킬러 등급에 따라 업무의 규모가 나뉜다. A, B급 킬러에게는 국제적 규모의 임무가 부여돼 나라와 도시명이 쓰인 봉투가 전달된다. C급 킬러에겐 국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 의뢰건이 부여된다. 이 과정에서 '서울-코리아',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라고 표시된 봉투가 파란색 씰, '순천-전라'라는 봉투가 빨간 씰로 봉해져 전달되는 장면이 등장했다.

이를 본 일부 누리꾼들은 전라도 지역만 따로 분리해 국가명처럼 쓰는 것은 '일베'에서 사용하는 특유의 지역 비하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커뮤니티 게시물은 순식간에 확산되며 감독이 일베라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확대됐다. 과거 '불한당' 개봉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을 겪은 바 있는 감독이기에 선입견, 낙인 효과까지 덧씌워지며 논란은 커졌다.

길복순

변성현 감독은 "(그런 미술 소품이 들어갔는지) 몰랐다"면서 "영화의 공정은 굉장히 세분화돼 있다. 감독은 시나리오와 콘티 위주로 체크를 하고, 미술의 경우 미술감독이 총괄하기 때문에 소품을 일일이 감독이 컴펌하지 않는다. 물론 A, B 등급은 글로벌 임무, C등급은 국내를 벗어나지 못하는 업무라는 설정은 명확히 있었다. 이 논란이 생기고 나서 미술팀이 저에게 너무 미안해했다. 공개 전 이 영화를 수없이 봤는데 봉투에 나라와 지역 표기가 영어로 돼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전라로 쓰인 것을 몰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설사 그걸 알았다고 해도 이런 논란으로 번질지는 몰랐을 거다. 어떻게 논란으로 확산된 건지 모르겠다"라고 어리둥절해했다.

극 중 국회의원 오정식이 아들의 입시 비리로 인해 궁지에 몰리자 아들의 자살을 사주하는 설정에 대해서도 특정 진영의 인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라는 주장 나왔다.

길복순

변성현 감독은 이에 대해 "입시 비리 이야기는 어느 진영에도 다 있는 거다. 자식의 성별을 바꿨으면 아마 다른 정치인을 언급하셨을 거다. 나는 복순과 딸의 관계가 모녀(母女) 설정이기 때문에 오정식 의원의 경우 부자(父子) 관계로 설정하고 싶었다. 오정식은 사회적으로 좋아 보이는 사람이 자기 앞길에 방해가 되면 자식까지도 해할 수 있는 소시오패스라는 아이러니함을 보여주기 위해 만든 인물이었고, 이는 많은 영화에 나오는 클리셰 같은 설정이다. 어떻게, 어디까지 해명을 해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라고 답답해했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로 전도연과 설경구가 주연을 맡았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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