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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43년 전 그들도, 오타니도…불가능을 가능케 했던 비결은

[별별스포츠+] 기적은 그냥 오지 않는다

별별스포츠
세계 야구의 정상을 가리는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일본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를 위한 무대였습니다. 투타 겸업으로 이른바 '이도류'로 불리는 오타니는 만화 같은 활약을 펼치며 일본을 통산 세 번째이자 2009년 이후 14년 만의 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오타니는 초호화멤버로 구성된 미국과 결승전을 앞두고 라커룸에서 동료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 한 가지만 말하겠다. 오늘은 미국을 동경하지 말자. 1루에 폴 골드슈미트가 있고, 중견수에는 마이크 트라우트가, 다른 외야 한 자리에는 무키 베츠가 있다. 누구나 들어본 이름이다. 그러나 오늘 하루만은 그들을 동경하는 마음을 버리자. 미국을 동경하면 그들은 넘어설 수 없다. 우리는 그들을 넘어서기 위해, 세계 제일이 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이기는 것만 생각하자. 가자."

오타니의 말에 큰 함성으로 답한 일본 대표팀은 미국을 3대 2로 제압하고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었습니다. 오타니의 라커룸 발언은 지금으로부터 43년 전인 1980년 2월 미국 아이스하키대표팀 감독의 사자후를 다시 소환시켰습니다.
 

아이스하키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

미국 아이스하키대표팀
지구촌 축제 하계올림픽의 대미는 일반적으로 '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남자 마라톤이 장식합니다. 그렇다면 동계올림픽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종목은 무엇일까요? 바로 아이스하키 남자 결승전입니다. 특히 1980년 2월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개최된 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미국과 소련의 결승라운드 대결은 지금도 많은 스포츠 기자들이 역대 최고 명승부로 꼽는 경기 가운데 하나입니다.

실제로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은 두 팀의 대결을 100년 아이스하키 역사상 '넘버원 경기'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이 명승부는 또 2004년 커트 러셀이 주연(허브 브룩스 감독 역)을 맡은 '미라클'(Miracle)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미국과 소련이 맞붙었던 이 경기가 이처럼 강렬한 인상을 선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당시 시대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1970년대 세계 양대 강국이었던 미국과 소련은 '냉전'을 치르며 극단적인 체제 경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1979년 12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무력으로 침공하자 미국은 한 달 뒤인 1980년 1월, 그해 7월 19일 소련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개막할 예정이던 하계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1980년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올림픽 개막을 약 20일 정도 앞둔 시점이어서 소련이 동계올림픽 보이콧이란 '맞불'을 놓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두 나라의 갈등과 양국민의 감정은 최악에 이르렀습니다. 소련은 미국의 보이콧 방침을 격렬히 비난하면서 양국의 최고 관심 종목인 아이스하키에서 반드시 미국에 대승을 거두겠다고 이를 악물었습니다.

실제로 소련은 이전 4번의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낼 만큼 세계 최강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최종 점화자로 나선 명골키퍼 블라디슬라프 트레티악, 막강한 득점력의 보리스 미하일로프 등 전설적인 스타가 즐비했습니다.

반면 미국 대표팀은 프로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대학선수와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된 약체였습니다. 이 때문에 두 팀의 대결은 한마디로 '어른과 아이'의 싸움으로 평가됐습니다.
 

기적의 승부사, 도전을 시작하다!

허브 브룩스 감독
하지만 미국에는 '기적의 승부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위대한 혁명가'로 불리는 허브 브룩스 감독입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6개월 전 그는 트라이아웃을 통해 미국 대표팀 선수 26명을 선발합니다. 이후 혹독한 경쟁을 통해 6명을 탈락시키고 20명만 남겼습니다.

평균 나이 21살, 올림픽 출전 경험 있는 선수는 버즈 슈나이더 1명뿐이었고 9명은 자신이 사령탑을 맡고 있는 미네소타 대학 선수였습니다. 이때만 해도 미국이 우승할 가능성은 1%도 되지 않았지만 브룩스 감독은 6개월 만에 팀을 180도 달라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선수들의 몸과 마음을 다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브룩스 감독은 '나보다 우리'라는 팀워크를 강조하며 모래알 같던 팀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3가지였는데 첫째는 선수들에게 꿈과 비전, 그리고 동기를 확실히 심어주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63번이나 되는 실전을 통해 자신감을 고취시켰습니다. 셋째는 공격 루트를 다변화하고 강력한 보디 체크를 구사하는 훈련에 집중했습니다.

브룩스 감독의 지휘 아래 미국 팀의 기량은 날로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3일 앞두고 미국은 소련과 마지막 평가전을 치렀는데 결과는 10대 3, 미국의 대패였습니다. 엄청난 훈련을 했지만 결과는 너무 초라했습니다. 미국의 전력이 급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련을 꺾기에는 여전히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그만큼 소련은 넘기에는 너무 높은 벽이었던 것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승부, 소련과의 맞대결

올림픽이 막상 시작되자, 미국은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체코와 노르웨이를 차례로 꺾고 결승 라운드에 진출했습니다. 결승 라운드 첫 상대는 5전 전승으로 올라온 세계 최강 소련이었습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브 앤더슨은 "빙판 위의 얼음이 녹거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소련의 우승은 확실하다"고 전망했고, 미국 ABC가 생방송이 아니라 딜레이 방송을 결정할 정도로 미국 팀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소련 감독은 미국과 경기를 앞두고 주전 대부분을 쉬게 하는 여유까지 부렸습니다. 그러나 허브 브룩스 감독은 이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칭찬과 질책을 섞는 노련한 지도력으로 선수들의 필승 의지를 북돋웠습니다. 경기 직전 라커룸에서 그는 선수들의 투혼을 불러일으키며 다음과 같이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을 남겼습니다.

"너희들은 이 한 게임을 위해 태어났다. 너희 재능으로는 소련과 10번 싸우면 9번은 진다. 그러나 오늘은 너희들의 날이다. 오늘밤만은 우리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팀이다. 그래서 소련을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 지금은 너희들의 시간이다. 이 순간만은 너희들의 것이다."
 

현실이 된 1%의 가능성

미국-소련 대결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미국 선수들은 기대 이상으로 펄펄 날았습니다. 1피리어드에서 소련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곧바로 반격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습니다. 1피리어드를 2대 2로 마치자 미국의 기세는 하늘을 찔렀고 소련은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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