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할인쿠폰 뿌리면 내수가 되살아날까

'통돼지바비큐 5만 원, 순대야채볶음 3만 원, 해물파전 2만 원'

벚꽃 축제로 유명한 진해군항제 물가가 연일 화제입니다.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요즘 물가 상승세에 한철 장사인 걸 고려하면 저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바비큐 밑에 깔려 있는 양배추의 양을 봤을 때, 5만 원 주고 바비큐를 사먹을 것 같진 않습니다.
　 지난주,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놨습니다. '관광 활성화'가 골자입니다. 코로나로 위축된 국내 관광을 되살려서 소비를 촉진하겠다는 겁니다. 예산은 총 6백억 원이 투입됩니다.

우선, 정부는 100만 명에게 숙박비 할인 쿠폰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야놀자나 여기어때 등 플랫폼을 통해 숙박을 예약하면 3만 원을 할인해주는 방식입니다. 또, 인터넷으로 놀이공원, 유원시설 입장권을 예약하면 1만 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행 가는 달'로 지정된 6월엔 KTX 운임이 50% 할인됩니다. 모든 열차는 아니고요, 지역관광과 결합한 관광열차가 대상입니다. 중소, 중견기업 근로자나 소상공인이 '휴가샵' 홈페이지를 통해서 숙소 등을 예약하면, 정부가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10만 원을 지원해줍니다.


1년 내내 각종 이벤트도 열립니다. 4월에는 서울페스타가, 5월엔 부산에서 K팝 드림콘서트가 열립니다. 원래 1년에 2번만 하던 '대한민국 동행축제'를 한 번 더 늘려서 총 3번 진행할 계획입니다. 행사, 축제를 열어서 소비할 수 있는 장을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국내 관광 활성화 대책만 있는 건 아닙니다. 올해 말까지 전통시장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은 10%p씩 상향되고, 온누리상품권 구매 한도도 높아집니다. 대형마트에서는 최대 1만 원, 전통시장에서는 최대 4만 원 가격 할인이 진행되고, 닭고기, 대파, 무 등 7개 품목에 대해선 할당관세가 적용됩니다. 정부는 이렇게 되면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책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내수가 되살아날지는 의문입니다. 할인쿠폰을 뿌리고, 행사를 많이 연다고 사람들이 진해군항제에 가서 5만 원짜리 바비큐를 사먹을까요? 고금리, 고물가에 이미 우리 지갑은 얇아진 지 오래입니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426만 3천 원이었습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5.5% 줄어들었습니다. '물가를 반영한 월급'을 뜻하는 실질임금은 10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밥 한 끼 먹기 겁날 만큼 물가는 올랐는데, 월급은 사실상 줄어들고 있는 겁니다.


정부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소비 활성화를 택했습니다. 우리 경제 버팀목이었던 반도체 수출은 휘청이고, 대중 수출도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내수마저 가라앉으면, 그야말로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는 위기감에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겁니다. 하지만 궁극적인 소득 증진 없이는 '반짝 소비'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씩 지원하는 것보다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취약계층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관광 활성화에 집중하다 보니 취약계층을 위한 대책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햇살론카드를 1년 이상 성실히 이용한 사람에게 보증한도를 높여주고, 미소드림적금 불입금액 한도를 10만 원 높여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취약계층 지원책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마저도 충분하다고 평가할 순 없습니다.

"할인 쿠폰을 주면 그만큼 가격 오르는 거 아냐?", "3만 원 넘게 올라서 원래 가격보다 더 비싸지는 것 아냐?"

보도가 나간 뒤 이런 반응이 많았습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대책을 내놨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또다시 물가를 걱정합니다. 끝없이 오르는 물가에 팍팍해진 살림살이 때문이겠죠. 이번 대책은 결국 '소비자의 마음'에 달렸는데, 이런 반응을 보면 위축된 소비에 온기를 불어넣기는 힘들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