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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인류가 접어든 새로운 프로메테우스의 순간

By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


뉴욕타임스
*토머스 프리드먼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지난주 나는 정말 놀랍고도 곱씹을수록 마음이 어수선해지는 경험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연구 전략을 총괄하던 크레이그 먼디가 내게 오픈AI가 지난해 11월 세상에 선보인 인공지능 챗봇 챗GPT의 최신 버전인 GPT-4를 직접 시연해 보였다. 아내가 설립한 언어 예술 박물관인 플래닛 워드(Planet Word)의 회원이기도 한 크레이그는 박물관 이사들을 대상으로 챗GPT가 단어, 언어, 혁신에 미칠 영향에 관한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크레이그는 시연에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 제가 보여드릴 기술은 우리 인간이 하는 모든 것을 모든 측면에서 바꿔놓을 거예요. 이 기술은 인류가 지금껏 만든 것 중 가장 위대한 발명품 반열에 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질적으로 다른, 그야말로 혁신적인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크레이그는 이어 챗GPT(Chat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 모듈의 역량이 계속 향상할 것이며, 마침내 우리를 "범용 인공지능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범용 인공지능이 "지금껏 인류가 어떤 영역에서도 달성한 적 없던 수준의 운영 효율성, 아이디어, 발견, 통찰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시연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크레이그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음을 절감했다.

우선 그는 GPT-4에게 박물관 플래닛 워드의 사명을 400단어로 요약해달라고 부탁했다. 챗GPT는 몇 초 만에 흠잡을 데 없는 답을 내놓았다. (크레이그는 당시 갓 대중에 공개된 GPT-4의 여러 기능을 미리 활용하고 시험해볼 수 있게 선발된 인원 중 한 명이었다.)

그리고 나서 그는 같은 작업을 200단어로 요약해달라고 했다. 역시 몇 초 만에 나온 답은 이번에도 훌륭했다.

이번엔 사명을 아랍어로 요약해달라고 부탁했다. 금방 답이 나왔다. 중국어로 바꿔 달라고 하자, 마찬가지로 2초 만에 답이 나왔다. 이번엔 다시 영어로 요약하는데, 셰익스피어가 쓴 소네트 풍으로 요약해달라고 했다. 역시 몇 초 만에 답이 나왔다.

크레이그는 이번엔 GPT-4에게 같은 내용을 쓰되 문장의 첫 글자를 ABC 순서로 정렬하면서 제시한 주제에 어긋나지 않게 써달라고 부탁했다. 이번에도 챗GPT는 금방 깜짝 놀랄 만한 답을 내놓았다.
워싱턴의 매혹적인 박물관은 매우 웅장합니다. (매혹적인 Alluring: A)

가르치고, 영감을 주며, 또 우리의 이해를 돕고자 지어졌습니다. (지어졌다 Built: B)

세상의 모든 호기심 많은 사람이 Word 박물관의 품으로 모여듭니다. (호기심 Curious: C)

복잡하고도 우아한 언어의 세계를 탐구합니다. (탐구하다 Delving into: D)

모든 전시가 재미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모든 Every: E)

말의 기원부터 깃털 달린 펜의 예술을 아우릅니다. (부터 From: F)

이런 식으로 Z까지 26문장이 나왔다.

그날 밤 나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렇게 수준 높은 문장을 매번 몇 초 만에 다양한 언어로 뚝딱 써내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본 소감은 공상과학소설 작가 아서 클라크가 했던 말을 빌려야 할 것 같다.

"고도로 발달한 기술을 보면, 마법과 구분하기가 정말 어렵다."

이어 불현듯 '오즈의 마법사' 첫 장면이 떠올랐다. 정확히는 세상 모든 것을 송두리째 하늘로 올려보낸 거대한 회오리바람(토네이도)이 떠올랐다. 주인공 도로시도 자신이 기르는 강아지 토토와 함께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따분하고 무미건조한 캔자스를 떠나 모든 게 형형색색으로 환히 빛나는 미래의 공간 오즈에 도착한다.

지금 바로 그런 회오리바람이 우리를 덮치기 직전이다. 우리는 지금 막 새로운 프로메테우스의 순간에 접어들었다. 인류가 새로운 도구, 사고방식, 또는 에너지원을 알게 되면서 그전에 우리가 알던 지식, 행동양식을 완전히 바꿔야만 하는 순간 말이다. 즉, 우리가 무언가를 창조하고, 경쟁하고, 협력하고, 노동하고, 배우고, 다스리는 건 물론 남을 속이고, 범죄를 짓고, 전쟁을 벌이는 방식도 완전히 바뀔 것이다.

지난 600년간 인류에겐 이미 몇 차례 프로메테우스의 순간이 있었다. 인쇄기의 발명, 과학혁명, 산업혁명과 함께 진행된 농업혁명, 원자력 혁명, 개인 컴퓨터와 인터넷이 그랬고,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프로메테우스의 순간은 인쇄기나 증기기관 같은 단 하나의 발명이 아니라 기술 발전의 거대한 주기에 맞춰 찾아온다. 이번 혁명으로 우리는 무언가를 감지하고, 디지털화하고, 처리하고, 배우고, 공유하며 행동하는 모든 과정에서 점점 더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이 순환 고리는 자동차, 냉장고부터 스마트폰, 전투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모든 것에 접목될 것이고, 매일 더 많은 것을 처리하게 될 것이다.

내가 프로메테우스의 시대를 '가속화와 증폭, 그리고 민주화의 시대'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류가 지금의 인공지능처럼 인간의 능력을 증폭할 수 있는 수단을 이렇게 저렴하고 쉽게 쓸 수 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심지어 그 능력은 계속 더 향상되고 있으며, 더 많은 사람의 일상과 노동에 동시에 스며들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거의 모든 사람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다.

인간 생물학부터 핵융합, 기후변화 등 지금으로선 불가능해 보이는 문제의 해법을 찾는 데 이 새로운 도구를 활용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대부분 사람이 들어본 적 없는 분야에서 놀랄 만한 사례가 나왔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인공지능 실험실 딥마인드(DeepMind)는 최근 자체 인공지능 시스템 알파폴드(AlphaFold)를 과학계의 최대 난제 중 하나를 푸는 데 활용했다. 평생을 바쳐 아주 천천히, 힘겹게, 해법이라고 여기는 목표에 한 발짝씩 더딘 걸음을 옮기던 (인간) 과학자들이 보면 아연실색할 만큼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접근해 문제를 풀어버렸다.

이번에 풀린 난제는 단백질 접힘(protein folding)이라는 문제다. 단백질은 여러 가닥의 아미노산으로 이뤄진 커다랗고 복잡한 분자의 집합이다. 내 동료이기도 한 뉴욕타임스 케이드 메츠 기자가 알파폴드를 다룬 기사에서 설명했듯, 단백질은 '사람의 몸과 다른 모든 생명체의 행동을 이끄는 미세한 메커니즘'이다.

그런데 단백질이 하는 기능과 역할은 대개 각각의 단백질이 3차원으로 접혀 있는 고유한 구조에 따라 정해져 있다. 메츠는 기사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과학자들이 단백질의 접힘 구조를 파악할 수만 있다면, 인류가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약을 만들거나 지구상에 있는 수많은 생명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를 푸는 능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그러나 사이언스 뉴스에서 지적했듯, (인간) 과학자들이 하나하나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입증한 다음 단백질 데이터 은행(Protein Data Bank)에 총 19만 4천 개 넘는 단백질 구조를 기록, 저장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지난해 알파폴드는 총 2억 개 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해내 이를 전부 다 데이터로 저장했다. 사람이 이만한 연구를 했다면, 당연히 노벨상을 받았을 거다. 상을 두 개 줘도 모자랄 만한 업적이다.

이를 통해 인체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크게 높아졌다. 지난 2021년 초당적 정책 센터에 실린 '인공지능의 잠재력 끌어내기'라는 논문은 알파폴드를 초월적인 메타 기술이라고 규정했다.

"메타 기술은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패턴을 찾아 중요한 발견을 돕는 능력을 지닌 기술을 뜻한다."

챗GPT는 분명 또 다른 메타 기술이다.

그러나 도로시가 갑자기 오즈에서 모험을 하며 알게 된 것처럼, 착한 마녀도 나쁜 마녀도 모두 각자의 고민과 씨름하며 살아간다. 챗GPT와 구글이 내놓은 바드(Bard), 알파폴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메타 기술을 맞이할 준비가 돼 있나?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지금 우리는 마치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모두를 위해 모든 언어로 요약하고, 내용에 관한 질문에도 척척 답을 해낼 기술이 나오기 직전에 엉뚱하게 책을 금지할지 말지 논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소프트웨어와 칩을 기반으로 발명된 수많은 디지털 기술이 그렇듯, 인공지능도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지만, 위험한 무기로 쓰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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