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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절대 자연을 거스르지 말라"던 전설의 경고

[극적인사람들] 대한민국 해군, 남극에 가다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글: 김동완 남극세종과학기지 제32차 월동연구대 해상안전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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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8년 12월 3일부터 2019년 12월 16일까지 13개월을 남극에서 생활했다. 해군 근무 23년, 남극을 갈 수 있다는 것을 안지 약 7년 후에야 나는 남극이라는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매년 해군에서(SSU/UDT) 단 1명만이 남극에 갈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남극에 파견된 해군의 주 임무는 해상활동 시 탑승자의 안전과 인명보호이며 관련 장비인 소형선박, 고무보트, 잠수병 치료용 챔버에 대한 운영과 정비 유지 업무이다. 특히 잠수병 치료용 챔버는 인명을 직접 치료하는 장비이다 보니 관리가 까다로웠다. 물론 사용하지 않는 게 더 좋은 일이다. 현재 이 챔버는 수리와 보완을 위해 국내로 반입되어, 수리 후 남극세종과학기지에 재배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남극의 여름(12월~3월)은 매우 짧아 기지 체류 인원이 매우 많아진다. 짧은 여름에 계획한 연구나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무리해서 위험에 노출되는 일도 있다. 세종과학기지는 인근 기지 중 해상활동이 가장 많은 곳으로 기지로 들어오고 나가기 위해서는 약 10km 바다를 건너야 하고, 해상연구가 가장 활발한 기지이다 보니 해상안전에 역할이 중요한 곳이다.

짧은 여름에 집중된 지원은 나에게 고민 아닌 고민이 생기게 하였고,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남극 도착 초기부터 접안할 수 있는 해안, 비상대피소 위치, 타 국가 기지 위치를 확인하고, 해안선을 빠르게 익혀야 했다. 그리고 악천후가 발생하면 기지에 어떻게 복귀할 것인지, 기지 복귀가 힘들 경우 타 국가 기지로 어떻게 갈 것인지, 탑승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 별별 생각을 다 하게 하는 곳이었다. 그만큼 처음에는 긴장했고 또 고민했었다. 그러나 실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날씨로 인한 제한을 이해했고 통제에 잘 따라주어서 지원하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첫 번째 미션 '하역', 남극에서 제일 중요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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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1년을 살아야 하는 월동대 16명과 여름철 기지를 방문한 수십 명의 인원이 살아가려면 아주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식량, 연료, 기지 유지 물품, 연구 장비 등. 하역은 연료수급 포함 9일 정도였는데, 그때는 원래 그렇게 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하역이 종료된 뒤에 '역대급' 하역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전에는 연료 수급까지 길어봐야 3~4일 만에 끝났다고 한다. 당시 가장 무거웠던 것은 32톤 굴착기였는데 실어오는 바지가 뒤집어지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 때문에 긴장을 매우 많이 했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굴착기를 기지로 반입한 후에는 수월하게 하역을 마칠 수 있었다. 남극에 도착해서 얼마 되지 않아 적응이 덜 된 상태에서, 종일 고무보트를 서서 운전을 하니 심한 추위를 느껴야 했고, 허리통증과 다리저림까지 생겼었다. 그래도 사고 없이 가장 큰 일을 마무리했다.
 

안전대원으로서의 해상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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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날씨 브리핑을 듣고 해상활동 여부를 기지대장이 결정한다. 결정에 따라 기지를 떠나 바다에 나가게 되면 바다에서는 나의 판단이 우선이 된다. 해상 상황이 나쁘게 바뀌면 해상활동 지속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 중단 사례는 소형선박으로 종일 해상활동이 있던 날, 마리안 소만 빙벽 앞에서 갑작스럽게 돌풍이 불어, 배가 밀리고, 파도와 큰 유빙이 밀려오는 상황이 발생하여 지원을 중단하고 같이 나와 있던 선박 1대와 함께 복귀한 일이다.

그런데 기지에 복귀하니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연구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위험한 상황을 겪지 않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시 남극 킹조지섬 일대에서 소위 남극의 전설이라는 Alejo(코드명 : 알파찰리)라는 분이 기지에 와서 한 말이 있었다. "절대 자연을 거스르지 마라" 이 말의 의미가 심하게 와닿았던 날이었다.
 

남극에서 겪은 극한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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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과학기지의 겨울은 영하의 날씨에 블리자드가 수시로 불어온다. 블리자드가 불어오면 자갈밭이던 기지 일대가 평지가 되고, 모두 얼음과 눈으로 덮인다. 남극의 눈은 푹신하지 않다. 푹신할 거라고 온몸을 점프하는 순간 골절상을 입을 수 있다. 블리자드가 불 때 스키고글과 바라클라바를 쓰지 않으면, 날아오는 얼음 알갱이 때문에 노출된 피부에 상처가 날 수도 있다. 2019년 월동 시 가장 강한 바람은 순간 60m/s를 찍은 적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극한은 사람일지 모른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고립'이라는 것을 심하게 겪으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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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마지막 미션은 제33차 월동대원과 하계대원 수십 명을 소형선박을 이용해 10km 바다 건너 세종과학기지로 태워오는 일이어서 매우 긴장했었다. 33차대 월동대원과 하계대가 세종과학기지로 들어온 날 남극에서의 임무는 종료되었다. 그리고 기지를 떠나는 날, 기지 앞바다에 나갔을 때 이곳이 매우 그리워질 것 같음을 느꼈다. 남극은 내 인생에 가장 잊지 못할 곳이고, 대한민국 남극 월동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고 자부한다.

"잊혀져 가는 기억을, 추억을, 그리고 잊지 못함을 만들게 해 준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남극세종기지 인근 군인과 기지의 특징 및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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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조지섬에는 세종과학기지를 비롯하여, 칠레(3곳), 러시아, 우루과이, 중국, 아르헨티나 등이 맥스웰만 인근에 있으며 그 외 폴란드, 브라질, 페루 기지 등은 멀리 떨어져 있어 교류가 있지는 않다. 맥스웰만에 있는 6개의 기지 중 군인이 파견되는 기지는 대한민국(해군), 칠레(공군, 해군), 우루과이(해군) 등이 있다.

우루과이는 해군이 파견되며, 기지대장 또한 군인이다. 대부분 인원이 군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이 연구지원과 기지 유지 업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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