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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알린 '벚꽃 개화', 야생벌에게는 반갑지 않다?

예년보다 벚꽃이 일찍 개화하면서 이번 주말 꽃구경 계획 세우신 분들 많으시죠? 예쁜 꽃을 빨리 보는 건 좋긴 하지만, 이른 개화가 꿀벌과 멸종 위기 식물들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정철의/국립안동대 신물의학과 교수 : 많은 야생벌들은 땅속에서 월동을 하거나 땅속에 둥지를 짓거나 (하는데) 봄철 밖의 온도는 빠르게 증가하지만 땅속온도는 천천히 증가하기 때문에 야생벌들이 깨어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립니다. 그래서 꽃은 먼저 피고 야생벌들은 늦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이죠. 야생벌들이 깨어났는데 봤더니 꽃들이 지고 있어요.]

이미 꽃이 지고 난 후 깨어난 야생벌들은 먹이가 부족해서 번식 기회가 줄어들게 되고 1년에 1회 번식하는 야생벌이 번식을 못 하면 다음 해에 야생벌의 밀도가 확 줄어들죠.

그렇게 되면 야생벌에 의해 수분이 되는 식물들이나 멸종위기 식물들 또한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올해 빨리 핀 꽃이 내년까지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데요.

[정철의/국립안동대 신물의학과 교수 : 벚꽃 개화가 빠른 해에 5월 이후에 밀원 상황이 안 좋았던 경험들이 많습니다. 대개 벚꽃이 일찍 핀다는 것은 봄이 빨리 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5월 들어서면서 이상저온 현상이 생기거나 또는 봄철 가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대규모 밀원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시기에 꽃꿀이 잘 생산되지 않을 가능성도 고려해 봐야 합니다.]

특히 5월은 꽃가루를 옮겨주는 화분 매개 곤충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때인데 기온이 따뜻해서 이른 봄에 꽃을 피운 바람에 지금은 번식을 도와주는 곤충들이 부족해서 식물들도 번식의 기회를 놓쳐버리게 됐죠.

[정철의/국립안동대 신물의학과 교수 :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는 것들이 이러한 영향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 영향이 눈에 보였을 때는 이미 그 영향을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해진 경우에 눈에 나타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생태계에 일어난 변화들은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정철의/국립안동대 신물의학과 교수 : 우리나라 농업 생산의 약 30% 정도가 화분 매개에 의해서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추정을 합니다. 화분 매개 벌들이 없어지거나 화분 매개 시스템에 교란이 생기면 우리가 좋아하는 사과, 딸기, 참외 같은 것들이 생산이 잘 안 되거나 생산량이 줄어들거나 또는 생산된 농작물의 품질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아요. (그러면) 농산물의 가격이 올라가겠죠. 소비자들은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서 농산물을 구입해야 할 것이고요. 그렇게 전반적으로 이제 식량의 위기에도 다다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인간뿐만 아니라 화분 매개를 통해 만들어진 과실을 먹고사는 새들과 야생 동물들도 먹을 게 부족해지면서 생물의 다양성이 위태로워지는 상황까지 갈 수 있습니다.

기온이 올라서 계속해서 앞당겨지는 봄꽃 개화 시기.

다양한 꽃이 동시에 피면서 만들어 낸 아름다운 풍경은 인류 위기를 알리는 꽃들의 속삭임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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