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에서는 프로바둑기사가 되지 못했지만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 수많은 바둑 고수를 길러 낸 사람이 있습니다. 현재 일본 프로바둑 남녀 랭킹 1위 모두가 이 사람의 제자라고 합니다.
그 사연을 김승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본 도쿄의 조용한 주택가에 '홍도장'이라는 작은 문패가 붙은 이층집이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홍 선생님이시죠.) 네.]
일본 프로기사의 우승 기사가 벽면 곳곳에 붙어 있습니다.
모두 이곳에서 공부해 프로가 된 기사들입니다.
[홍맑은샘/홍도장 총사범 : 이치리키 료라고 도장 출신 기사이고 지금 기성이죠. 후지사와 리나 씨인데 (여류) 본인방·명인 여러 가지 갖고 있어서 1인자죠.]
늦은 밤에도 프로기사를 꿈꾸며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
지방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와서 기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홍도장 학생 : 태국에서 왔습니다.]
[홍도장 학생 : 굉장한 타이틀을 딴 많은 프로기사가 이곳에서 공부했다고 들어서 여기서 공부하게 됐습니다.]
지난 2009년 첫 프로기사를 배출한 뒤 14년간 모두 29명의 프로기사가 홍도장에서 나왔습니다.
일본 젊은 프로기사의 반 정도가 홍 기사의 제자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마추어 출신 한국인 바둑기사가 어떻게 일본 최고의 바둑 스승이 됐을까?
일본의 1인자들이 직접 도장을 찾아와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이치리키 료/일본 기성 타이틀 보유자 : 시간도 엄격하게 지도해주시고 체력 단련도 했는데 그때까지 일본에는 없던 방식이었습니다.]
한국식의 엄격한 시간 관리에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는 홍 사범식의 친절한 교육 방식이 자신들을 프로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후지사와 리나/일본 여류 본인방·명인 타이틀 보유자 : 홍선생님이 바둑은 물론이고 예의범절까지 모든 것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홍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에 바둑이라는 이 멋진 길을 걸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바둑 신동이라 불리며 아마추어 최고수 반열에 올랐지만 6번이나 프로 테스트에서 떨어지며 끝내 한국에서는 프로가 되지 못한 불운한 기사,
[홍맑은샘/홍도장 총사범 : 제거 너무 바둑을 어렵게 배웠기 때문에, 너무 싫게 배웠기 때문에 아이들이 좀 즐겁게 자기 꿈을 위해서 갔으면 하는 게 그게 꿈이었습니다.]
자신은 바둑을 즐기지 못해 반집 차이로 프로가 되지 못했지만, 자신의 실패를 바탕으로 스승으로서는 불계승을 거두고 있습니다.
[이치리키 료/일본 기성 타이틀 보유자 : 지금 현재 일본 바둑계를 지탱해주시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홍맑은샘/홍도장 총사범 : 저는 일본 올 때 여기에서 죽으려고 왔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오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여기 왔으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여기 아이들한테 주고 이제 여기에서 죽는 게 제 운명이 아닌가 이런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