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한국어 구사 장교 물색 중"
익명의 러시아군 총참모부 소속 장교는 "매달 1만~1만5천 명의 북한군이 투입될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 보병을 공격 임무에서 빼내 더 훈련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군은 현대적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전투를 수행하는 데 있어 우리보다 더 잘 훈련돼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8월 포병전 대응 경험이 많다고 한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이는데, 한마디로 별 장비 없는 '알보병'이지만 전투에 능하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사실 북한은 이른바 '의용군'의 도움을 가장 톡톡하게 받았던 나라입니다. 6.25 전쟁 당시, 유엔군 추격으로 압록강까지 밀렸던 북한군은 중국 의용군의 개입으로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켰습니다. 6.25 기간 동원된 전체 중공군 인원이 240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하지만 말이 의용군이지 정규군인 인민해방군 출신들로 구성된 정예병이었습니다. 미국과 직접 전쟁을 치른다는 부담감을 피하기 위해 지원병으로 포장했을 뿐입니다.

무늬만 의용군…중공군과 뭐가 다른가
북한은 그간 전쟁 장기화로 무기 부족을 겪고 있는 러시아에 탄약을 수출해온 걸로 알려졌습니다. 미 백악관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추가 탄약 확보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새 정보가 있다면서 슬로바키아 국적의 무기 거래상을 통해 추진 중이었던 거래의 일환으로 24종 이상의 무기와 탄약을 평양으로부터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러시아가 북한에 대표단 파견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과 탄약을 받은 대가로 북한에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실제 의용군 파견에 나설 경우, 이는 식량난 등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종의 용병 수출이 될 걸로 보입니다. 북한은 이전에도 군사 훈련, 혹은 특수전 분야에서 용병을 수출해온 걸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수십 년간 이어진 경제 제재 속에서 팔 수도 팔 것도 없는 북한이 가장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수출 상품은 용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장 한국이 쳐들어올 위험도 없는 상황에서 정규군만 100만이 넘는 북한 입장에서는 어디든 써먹을 수 있다면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돈 벌이 수단인 셈입니다.

나아가 북한 입장에서는 식량, 무기, 에너지 등 다방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끈끈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안보리 거부권을 쥔 러시아인 만큼 국제 무대에서 보탬이 되는 건 덤입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러시아 측 보도가 꼭 허황된 것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북한 의용군이 현실화한다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서방에서는 침략 전쟁에 용병으로 참전한다며 비난을 쏟아내겠지만 러시아는 '한국을 포함해 각국에서도 의용군으로 우크라이나군을 돕지 않았나"라고 방어할 게 뻔해 보입니다.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할수록 골치 아파지는 건 미국만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살인병기 수준인 북한 의용군과 맞닥뜨린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현실이 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