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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애국심'에 등 돌리는 미국…한국에도 나비효과?

[월드리포트] '애국심'에 등 돌리는 미국…한국에도 나비효과?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나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 중계를 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국가 연주는 좀 특별합니다. 먼저 누가 국가를 부를 것인가부터가 국민적 관심입니다. 보통 미국을 대표할 만한 가수나 음악가가 국가를 부르게 되는데, 행사 참석자들은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가슴 벅찬 표정으로 국기를 바라보다 노래가 끝나면 일제히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칩니다. 마치 일종이 축제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위에 언급한 큰 행사가 아니더라도 국가가 연주되는 곳이면 어디서든 비슷한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미국만의 특징인 셈입니다.

그럼 도대체 미국 국가는 어떤 내용이길래 이렇게 국민적 사랑을 받는 걸까요? 우리 국가 제목이 <애국가>인 것처럼 미국 국가도 제목이 있습니다. <The Star-Spangled Banner> '별이 아로새겨진 깃발' 즉 미국의 국기인 <성조기>입니다. 잠시 가사 내용을 볼까요? 4절까지 있지만 주로 부르는 1절만 살펴보겠습니다.
 
O say, can you see, by the dawn's early light,
What so proudly we hail'd at the twilight's last gleaming?
Whose broad stripes and bright stars, thro' the perilous fight,
O'er the ramparts we watch'd, were so gallantly streaming?
And the rocket's red glare, the bombs bursting in air,
Gave proof thro' the night that our flag was still there.
O say, does that Star Spangled Banner yet wave O'er the land of the free and thehome of the brave?

오, 그대여 보이는가, 새벽 여명 사이로
어제 황혼의 마지막 빛 속에서 우리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환호했던,
넓은 줄무늬와 밝은 별들이 새겨진 저 깃발이, 그 치열한 전투 중에서도
우리가 사수한 성벽 위에서 당당히 나부끼고 있는 모습이.
포탄의 붉은 섬광과 하늘에서 작렬하는 폭탄이
밤새 우리의 깃발이 그곳에 서 있었음을 증거하였으니,
오 말해주오, 그 성조기는 지금도 휘날리고 있는가,
자유의 땅과 용자들의 고향에서!

이 국가는 1814년 미국과 영국 간 전쟁 때 교섭 차 영국 군함을 방문했던 프랜시스 스콧 키가 요새에 휘날리고 있던 성조기를 보고 감격해 지은 시를 가사로 써서 만든 곡입니다. 당시 미국은 영국군의 공격으로 백악관과 의회가 모두 불타는 치욕을 겪었습니다. 그런 역사적 사실까지 감안해 가사를 읽어보시면 미국인들이 이 노래에 열광하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미국의 애국주의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국심? 전통 가치에 등 돌리는 미국

미국 국기 성조기

그런 미국이 변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시카고대학 여론조사센터가 공동으로 미국 사회 인식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지난 1일부터 13일까지 미국인 1,100명을 대상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물었는데, 응답자의 38%만 '애국심'을 꼽았습니다. '그 정도면 높은 것 아니냐'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1998년 조사에서는 무려 응답자의 70%가 애국심을 지목했습니다. 25년 만에 거의 반토막이 난 셈입니다.

특히 30세 이하 젊은 층 응답자 가운데 애국심을 꼽은 사람은 23%로 더 낮았습니다. 65세 이상 노년층에서는 59%였습니다. 종교도 마찬가지여서 '청교도의 나라'로 시작한 미국이지만 종교가 중요하다고 응답한 사람 역시 1998년 62%에서 39%로 줄었습니다. 젊은 층 응답자 31%, 노년층 응답자는 55%였습니다. 또 애국심, 종교와 함께 헐리우드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또 하나의 전통 가치 '가족'은 어떨까요? 정확히 가족은 아니지만 '자녀 양육'이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59%에서 30%로 줄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뭐가 더 중요해진 걸까요? 네, 돈입니다. 지난 1998년 조사에서 돈을 선택한 응답자는 31%에 불과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43%로 증가했습니다. 한 전문가는 미국의 정치적 분열과 코로나19 사태, 경제적 불안감 등이 전통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바꾼 걸로 분석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이런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는 미국 정치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입니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선 전문가들의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당장 미국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는 미국 우선주의가 아닐까 합니다.
 

'돈'보다 '동맹'? 가능할까

미국 달러

유권자들의 인식 변화는 정치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표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와 직결됩니다. 2차 대전 후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그들의 가치를 지키고 국익을 관철시키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전쟁도 불사해왔습니다. 당연히 애국심에 기반한 희생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셨듯이 애국심에 대한 평가는 낮아지고 대신 돈, 그러니까 자신의 경제적 이익에 가치를 두는 비중이 늘고 있습니다.

미국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외교안보 문제에서는 세계 패권은 유지하되 군사적인 직접 개입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가져가는 게 합리적입니다. 경제 문제에서는 자국 산업 육성에 방점을 두고 국내 일자리를 늘리는 게 필요할 겁니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미국 우선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발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테마입니다. 물론 예나 지금이나 미국도 미국이 최우선인 건 당연하지만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미국이 여유롭던 시절에는 그들의 가치관과 신념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역할을 했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 안보 분야 '고립주의' 정책(동맹을 향해 '돈'을 더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출발한 것 아닐까 합니다), 경제 분야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이런 미국인들의 가치 변화를 등에 업고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이 최강국이어야 한다는, 미국을 위해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는 애국심이 옅어지고 있는 미국에게 예전과 같은 안보 공약이 가능할지... 우리 스스로도 묻고 대책을 세워 우는 게 필요합니다. '미국을 못 믿겠다'가 아니라 마냥 믿고만 있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이 공개한 소형 핵탄두가 이런 마음을 더 조급하게 만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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