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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청문회로 본 '틱톡의 실체'…우리 정보는 안전?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중국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백악관이 연방 정부 기기에서 틱톡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데 이어 의회에서도 미국 내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된 상태입니다. 외교 안보는 물론 경제 문제에서 번번이 부딪치는 민주당과 공화당이지만 틱톡 문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압박이 거세지자 틱톡도 최고경영자가 직접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적극 방어에 나섰습니다.
 

틱톡 CEO 첫 미 의회 청문회 출석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

청문회는 중요 사안을 심사하기 위해 증인 등을 불러 사실관계를 묻고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이번 틱톡 청문회는 시작 전부터 사실상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였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캐시 맥모리스 로저스 위원장은 청문회 시작 전 모두 발언에서 틱톡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후 발언에서도 "오늘 청문회를 지켜보시는 미국인 여러분! 틱톡은 당신을 감시하고 당신이 보고 있는 것을 조작하며 미래 세대들을 착취하기 위한 중국 공산당의 무기다"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간사인 프랭크 펄론 의원도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비호 아래 있으며 자료 수집과 이를 판매하는 일도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청문회의 또 다른 특징은 여야 할 것 없이 'Yes or No' 질문을 많이 던졌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질문에 "'네, 아니오'로만 답하라는 건데, 통상 상대방에게 제대로 된 해명 기회를 주지 않고 몰아붙이려 할 때 자주 쓰이는 방식입니다. 말이 좋아 청문회이지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는 식의 공개 비판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싱가포르 화교 출신으로 미 의회 청문회에 처음 출석한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는 청문회 도중 수시로 "설명드릴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추쇼우즈는 무엇보다 틱톡과 중국 공산당은 무관하며 미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모두 발언에서는 "현재 틱톡은 중국 본토에서 사용할 수 없다. 틱톡 본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싱가포르에 있으며 오늘날 미국에서 7,000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5시간 넘게 의혹 쏟아낸 청문회…결정적 한방은 없어

미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 하원 의원들이나 틱톡 측 모두 작심하고 나온 자리였던 만큼 이후 청문회에서는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미국 기자들에 대한 사찰 의혹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해 12월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자사의 일부 직원들이 틱톡으로 버즈피드, 파이낸셜타임스 소속 기자들의 위치 정보 등을 사찰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여기에 연루된 직원들을 해고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 등도 현재 해당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로저스 위원장은 틱톡이 미국 언론인들을 감시했다고 규정한 뒤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나 틱톡 직원들이 (피해를 본 기자들 외에) 다른 미국인을 대상으로 비슷한 감시 기술을 사용할 수 없다고 100%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추쇼우즈는 " 무엇보다 '감시'라고 정의한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맞받았습니다. 이어 " 그것은 내부 조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로저스 위원장은 "(그래서) 감시할 수 있나? 네, 아니오로 답해라. 다른 미국인들을 감시할 수 있는 거냐"라고 재차 물었고 추쇼우즈는 "미국인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보호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으로 대신했습니다.

또 틱톡이 중국 공산당의 검열을 받는 중국판 틱톡 앱 '더우인(Douyin)'과 소스 코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습니다. 빌 존슨 의원은 " 왜 직원들에게 (중국 공산당이 검열하는 앱과 공유하는) 소스 코드를 바꾸라고 지시하지 않았나?"라고 추궁했습니다. 추쇼우즈가 뭔가 다른 설명을 꺼내려 하자, 존슨 의원은 " 직원들에게 소스 코드 변경을 지시한 적이 있느냐"라고 거듭 물었고, 추쇼우즈가 다시 ' 설명할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자, " 주지 않겠다. 이건 '네, 아니오'로 답하는 질문이다 소스 코드 변경을 지시한 적 있느냐"라고 재차 몰아붙였습니다. 몇 차례 설전 끝에 추쇼우츠는 " 전문가들에 의해 제3자가 (틱톡을) 모니터링하도록 하고 있다. 의원께서도 이 문제에 전문가이니 다른 회사들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할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5시간 넘게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중국 공산당과 틱톡, 또 그 모회사인 바이트댄스와의 관계, 미국인들에 대한 감시 가능성, 미국인 데이터 유출 위험 등 틱톡이 국가 안보 위협이라는 전제 아래서 많은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국가 안보 위협 외에 틱톡이 청소년들에게 극단적 선택이나 자해, 섭식장애 같은 정서적으로 해로운 동영상을 추천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유해성 논란도 큰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에서 틱톡의 위험성을 실질적으로 입증할 만한 결정적 한방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인 사용자 정보는 미국 땅에서 미국 직원이 관리한다는 틱톡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일부 정보는 여전히 중국에서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한 게 성과라면 성과였습니다. 추쇼우즈 최고경영자는 " 틱톡은 세계적 상호 운용성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에 직원들이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네, 그렇다. 중국 기술자들이 글로벌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 We rely on global interoperability and we have employees in China. So yes, the Chinese engineers do have access to global data.")
 

중국 "억지 탄압"…과연 억지이기만 할까?

바이트댄스 건물 (사진=시각중국 캡처, 연합뉴스)

청문회 전부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던 중국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틱톡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관련 기업에 대해 유죄 추정과 억지 탄압을 거듭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또 "기업이나 개인에게 현지 법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중국 정부를 위해 타국 내 데이터나 정보를 수집하거나 제공하라고 요구한 적이 없고 요구할 수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렇다면 틱톡을 둘러싼 '위험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틱톡은 현재 미국인 사용자 데이터를 미국 기업인 오라클에서 관리하도록 이전 중입니다. 또 미국 직원들이 미국 내 서비스를 맡고 있고 있습니다. 보안 조치로 제3자 모니터링을 받고 있는 것도 상당히 이례적인 조치입니다. 의원들이 청문회 내내 많은 의혹을 쏟아냈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딱히 위험한 뭔가를 입증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또한 문제로 지적된 소스 코드 공유나 중국 내 일부 정보 접근 가능성 등은 사실 글로벌 서비스를 하는 기업들 사이에서 이례적인 일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따져 놓고 보면 사실 틱톡이 좀 억울해 보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요? 틱톡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입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온갖 방식을 동원해 첨단 기술을 빼내 가는가 하면 국내외 주요 인사들을 사찰하기도 했습니다. 또 잘 알려진 것처럼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중국 정부, 나아가 중국 공산당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중국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바이트댄스가 미국 사업 부문을 매각하려 해도 중국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이런 사실을 뒷받침합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바이트댄스가 기술적으로 틱톡 데이터에 접근가능하다는 건 다른 SNS 기업들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차이가 큽니다. 실제 중국 공산당이 미국 관련 데이터를 빼갔다는 증거는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빼갈 수 있다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평소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중국 정부의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신뢰가 높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틱톡만 퇴출하면 끝날까…미국의 현실

미국 틱톡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마찰을 무릅쓰고 틱톡을 퇴출한다고 해서, 그들이 우려했던 국가 안보 위협을 차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6일 글로벌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자료를 인용해 이달 초부터 3주간 미국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내려받은 앱이 무엇인지 보도했습니다. 분석 업체 집계 결과, 1위부터 4위까지 모든 앱이 중국 업체가 만든 앱이었습니다. 중국 대형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의 미국 쇼핑몰 '테무(Temu)가 1위, 바이트댄스의 동영상 편집 앱 '캡컷(CapCut)'이 2위, 틱톡이 3위, 중국 온라인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이 4위로 조사됐습니다. 그나마 페이스북이 5위로 미국 기업의 체면치레를 했을 뿐입니다.

미국 정가의 우려가 사실이라면 틱톡 퇴출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중국 업체들의 이런 약진은 거대한 중국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쌓은 앱들이 해외 시장으로 쏟아져 나오는데 따른 것으로, 이런 추세 속에서 미국 정부가 시장 논리를 무시한 채 모든 중국 앱들을 퇴출시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입니다. (실제로 청문회가 열리는 동안 의사당 밖에서는 틱톡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리는 등 틱톡을 둘러싼 미국 사회의 갈등을 보여줬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틱톡 등 중국산 앱에서 자유롭지 않은 건 마찬가지입니다. 무조건적인 경계나 우려도 문제이지만 그저 타국이 선의를 갖기만 바라는 것도 현명한 방법은 아닙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시각중국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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