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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예산 대폭 깎였다", 따져보니…

[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예산 대폭 깎였다", 따져보니…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최근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 한국에 반성과 사과를 표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확인했습니다. 오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이른바 '소부장' 예산을 문제 삼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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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 횡포에 맞선 우리의 기술 독립, 소부장 자립은 위기를 기회로 만든 대표적 사례였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 소부장 독립은 사실상 중단됐다. 소부장 특례 보증에 대한 정부 예산이 전액 삭감됐고, 다른 소부장 관련 예산들도 대폭 줄어들었다.
- 지난 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발언

2019년 7월,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발표했습니다. 2018년 우리 대법원 강제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였습니다. 한일 무역 분쟁이 시작되자, 당시 문재인 정부는 소부장 특별법을 신설, 기술 자립도를 위한 여러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국가 예산 가운데 소부장 특별 회계도 만들어 별도 예산을 책정하기도 했습니다. 즉, 이재명 대표의 주장은, 윤석열 정부가 일본으로부터의 기술 자립 문제에 소홀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메시지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이 대표 말대로 소부장 특례 보증을 위한 예산이 전액 삭감됐을까요. 다른 소부장 예산도 정말 대폭 깎였을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검증했습니다.

이경원 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 특례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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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특례보증 예산 전액 삭감됐다?"


먼저, "윤석열 정부 들어 소부장 특례 보증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주장 살펴보겠습니다.

소부장 기업 특례 보증 사업은 쉽게 말해, 소부장 기업들한테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겁니다. 중소기업벤처부, 중기부가 담당 부처인데, 중기부가 신용보증기금에 600억 원, 기술보증기금에 200억 원을 출연해주고, 두 기관이 소부장 기업에 특례 보증을 지원해주는 식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이 예산이 전액 깎였다는 겁니다.

사실은팀이 기획재정부 열린재정시스템을 확인해보니, 이 대표 말대로 2023년도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기관에 출연하는 800억 원은 2020년 소부장 특별회계가 신설된 이후 예산에 매년 잡혀있었는데, 올해부터 예산 내역에서 빠진 겁니다. 이렇게 예산이 깎이면 관련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원 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특별회계

중기부에 물었습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소부장 특별회계에서 기금 출자 예산 800억 원이 전액 삭감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올해부터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두 기관이 '자체 기금'을 활용해 지원해주기로 했다. 소부장 기업에 대한 특례 보증 지원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곳은 현금 유동성이 있는 기금 관리형 준정부기관입니다. 자체 기금을 운용해 지원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즉, 돈이 나오는 주머니가 다를 뿐, 소부장 기업에 대한 특례 보증 지원 사업은 유지되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이경원 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 특례보증

그렇다면, 지금도 지원이 계속되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유관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산자부는 "소부장 기업에 대한 특례 보증 목표치는 지난해보다 더 높게 잡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특례 보증 사업의 전체 규모는 1조 원 정도로 규모가 꽤 큽니다. 두 기금이 800억 원 정도 정부 예산을 받아서 일부분을 보충했던 식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대부분 자체 기금으로 충당해 왔다는 겁니다. 산자부는 "두 기금을 합쳐 예년 목표치는 1조 원이었지만, 올해는 1조 200억 원으로 약간 높였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

정부 말대로 소부장 기업에 대한 특례 보증이 여전히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소부장넷'에 그 내용이 있는데, 2020년 지원 사업이 지금까지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여전히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경원 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 특례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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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관련 예산 대폭 줄었다?"


두 번째로, "소부장 관련 예산들도 대폭 줄어들었다"는 주장을 검증해 보려고 합니다.

사실은팀은 소부장 관련 예산이 모여 있는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을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2020년도부터 2023년도까지, 4년 동안 소부장 특별회계로 얼마가 배정됐는지, 추이를 확인했습니다. 기획재정부 열린재정시스템에서 정확한 수치를 확인했고, 산업통상자원부에도 별도 자료를 요청해 교차 확인도 했습니다. 참고로 소부장 특별회계 주무 부처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입니다. 각 부처의 예산을 다 합쳐야 합니다.

그렇게 나온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 추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경원 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 특례보증

2020년도 2조 원 정도에서 이듬해 2.6조 원 가까이 크게 늘었다가, 2022년도부터 소폭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전체적으로 2조 원 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은 총 4개 분야로 분류됩니다. '기술 개발 분야', '기반 구축 분야', '자금 지원 분야', '생태계 구축 분야'입니다.

각각의 예산이 어떻게 변했는지 세부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생태계 구축 분야는 수십 억 원 정도라 따로 적지는 않았습니다.

이경원 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 특례보증

올해 소부장 예산은 지난해 대비 2.1% 감소했는데, 위 표를 보시면, 자금 지원 분야 예산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자금 지원 분야 예산이 크게 줄어든 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출연했던 800억 원이 깎인 영향이 큽니다.

오히려 기술 개발과 기반 구축 분야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 대비 각각 1.2%(1조 8,436억 원에서 1조 8,657억 원), 9.5%(4,058억 원에서 4,443억 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경원 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 특례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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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재명 대표의 주장처럼 '대폭' 감액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사실은팀의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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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장 예산, 국회 논의는 어땠을까.


국가 예산은 정부 마음대로 책정해 집행할 수 없습니다. 정부가 예산안을 만들면, 국회가 이를 심의하고 수정한 뒤 의결까지 해야 최종 예산으로 확정됩니다. 소부장 특별 회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은팀이 예산안 논의 당시 회의록을 살펴봤습니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출자 예산 800억 원이 삭감된 부분은 지난해 10월 국정 감사 때부터 말이 나왔습니다. 정부가 예산안을 국회에 보내면서 이 부분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야당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정부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이경원 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 특례보증

결국, 예산안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관련 예산을 심의하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두 기금에 출연하는 800억 원 예산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입을 모았습니다. 정부한테 빠져 있던 800억 원을 예산으로 다시 잡으라고 했던 겁니다.

이경원 사실은 이재명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 특례보증

하지만, 본회의 가기 직전인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800억 원 예산은 다시 빠지게 됩니다. 그 부분은 회의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경위를 물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소부장 기업 지원은 어차피 계속 유지해야 할 제도니,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자체 기금으로 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고, 그렇게 빼는 걸로 정리됐다"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어디 예산으로 지원할 것이냐 문제일 뿐, 소부장 기업 지원 자체는 달라지는 게 없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반도체

한일 관계 문제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면서, 소부장 예산 문제는 다시 도마 위에 올랐고, 그렇게 정쟁의 소재가 됐습니다. 한일 관계 문제가 워낙 예민한 사안이라 정치적으로 여러 말들이 오갈 수는 있지만, 적어도 통계와 데이터가 달리 해석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SBS 사실은팀도 한일 외교 문제 관련 사안에 대해, 정치권의 건강한 토론이 계속될 수 있도록 팩트체크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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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먼저 "소부장 특례 보증에 대한 정부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주장을 팩트체크 했습니다. 소부장 특례 보증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이 대표의 주장은 사실이지만,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자체 기금'을 통해 관련 지원 사업이 예년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예산의 출처가 바뀌었을 뿐 지원 사업 자체는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이에 사실은팀은 이재명 대표의 주장을 '절반의 사실'로 판단합니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소부장 관련 예산이 대폭 줄었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사실은팀이 열린재정시스템과 산자부 별도 자료 등을 분석, 연도별 소부장 특별회계 예산 추이를 확인해 보니 극적인 변화를 찾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소부장 기술 개발이나 기반 구축 예산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인턴 : 염정인, 여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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