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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시대 '석축 저장고' 최초 발굴…환기구로 습도 조절

<앵커>

고대 백제인들은 상하기 쉬운 음식을 어떻게 보관했을까요. 그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백제시대 저온 저장시설이 익산에서 발굴됐습니다. 당시로서는 첨단 기술이 적용된 이런 저장시설은 주로 왕실에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익산이 백제의 수도였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최종범 기자입니다.

<기자>

백제의 부흥을 이끌었던 무왕, 서동의 생가터로 알려진 익산 금마에서 돌로 쌓은 저온 저장시설 2개가 발굴됐습니다.

길이 5.3미터, 너비 2.5미터, 깊이 2.4미터 규모로 작은 창고 크기입니다.

습기를 막기 위해 작은 돌과 점토를 섞어 바닥을 다졌고 벽면에는 정교하게 다듬은 화강암을 쌓았습니다.

저장고에는 3개의 환기구를 설치했는데 더운 공기를 배출해 온도를 낮추고 습도를 조절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완규/원광대 역사문화학부 명예교수 : 내부에 있는 더운 공기가 밖으로 배출되게 되어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어찌 보면 자연과학적 방법을 이용한 최첨단의 기술이 여기에 적용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백제의 왕도인 공주와 부여에서도 나무로 만든 저장시설이 발견되긴 했지만 환기구까지 갖춘 석축 저장시설은 익산이 유일합니다.

저장고 안에서는 밀과 조, 들깨 같은 곡식을 비롯해 참외와 복숭아, 다래 같은 과일 씨앗도 발견됐습니다.

벼루 조각과 도장이 찍힌 그릇, 기와도 출토돼 이 저장고가 왕실 제례 등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김규정/전북문화재연구원장 : 왕궁 유적에서도 아직 이런 석축 저온 저장고가 나온 예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마 이 저온 석축저장고를 통해서 봤을 때는 아마도 익산이 백제의 수도로서 상당히 좀 역할을 했던 그런 게 아닌가….]

문화재청과 익산시는 유적 보존 방안을 마련하고 추가 발굴 조사를 통해 저장시설의 구체적인 용도를 규명할 계획입니다.

(영상취재 : 문상현·이동녕 J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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