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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11개월 만에 붙잡힌 권도형…어느 나라 법정에 서게 될까?

권도형 대표 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체포
동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해 출국하려던 테라폼랩스 대표 권도형 씨가 지난 23일 체포됐습니다. 지난해 4월 우리나라에서 싱가포르로 출국해 도피 행각을 벌인 지 11개월 만입니다. 권 씨는 일주일 만에 99% 넘게 폭락하면서 시가 총액 50조 원을 사라지게 하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테라·루나 코인 사태'의 핵심 당사자입니다.

체포 이후 권 씨의 신병 처리를 두고서 관심이 뜨겁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 권 씨를 체포한 몬테네그로까지 4개국에서 공식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권 씨가 어디로 향하게 될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왜 중요한데?

권 씨가 다른 나라로 송환된다면 우리나라 법정에 권 씨를 세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가 권 씨의 신병을 확보하게 될 경우 현지 재판이 마무리된 뒤 형 집행이 이뤄지고 있는 피고인을 데려와 수사와 재판을 받게 하는 '임시 인도' 제도를 활용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법무부와 검찰은 우리 사법 관할권 안에서 혐의 입증을 하겠다는 취지로 권 씨 체포 다음날인 지난 24일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가장 먼저 청구했습니다. 
 

좀더 설명하면

송환 국가를 결정하기 위해선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시점, 범죄인의 국적, 범죄 사건의 규모와 중대성, 범죄를 저지른 국가·장소 등을 종합 고려하게 됩니다. 우리 법무부 측은 이러한 근거상 우리나라가 아무래도 송환 결정에 유리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검찰은 권 씨와 동일한, 관련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또 다른 유력 피의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 최측근 한창준 씨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관련자들과는 달리 주범인 권도형만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 수사를 받는 게 맞느냐는 취지의 주장입니다.
 

한 걸음 더

다만 지난달 권 씨를 수사망에 올린 싱가포르와 달리 이미 상당 수준 수사가 진척된 미국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권 씨의 체포 직후 미국 뉴욕 검찰은 권 씨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가상화폐 거래소 FTX 공동설립자인 샘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공소를 미 당국이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연관성 의혹을 받는 권 씨의 신병을 확보하면 수사에 더욱 탄력이 붙을 거란 전망도 현지 언론에선 보도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범죄자를 먼저 기소한 국가가 송환 우선권을 갖는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우리나라 검찰은 아직 권 씨를 포함해 '테라·루나 코인 사태' 관련 관계자들을 기소하지 못했습니다.
 

또 다른 가능성

일단 몬테네그로 당국은 당장 권 씨를 송환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본인들이 관할권을 갖는 위조 여권 사용 혐의를 우선 따져봐야 한다는 겁니다. 권 씨를 자국에서 추방하기 위해선 자국 내 범죄 연루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권 씨가 저지른 범죄 혐의에 대해 기소하고 재판을 하겠단 취지입니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를 따지는 재판이 우선 끝나면 권 씨의 범죄인 인도 청구 재판이 이뤄지게 됩니다. 두 재판 모두 권 씨가 항소할 수 있는 권리가 몬테네그로 현지법상 보장돼 있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송환 과정 자체가 지연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도 남아 있습니다. 위조 여권을 사용한 혐의처럼 권 씨가 몬테네그로 현지에서 받을 형사 절차를 임의로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앞서 미국이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던 성착취물 피의자 손정우의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손 씨의 아버지가 본 사건과 다른 내용으로 손정우를 고발하면서 재판까지 이어졌고 송환 절차 자체가 지연됐습니다.

권 씨도 허위의 범죄 사실을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고발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간을 벌려고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것


테라폼 랩스 권도형 대표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권 씨를 같은 대학 출신인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와 비교하는 시선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때 천재로 칭송받았는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악명을 날리게 된 것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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