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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픽처] 유아인 마약 논란의 파장…'미공개 작품들' 어쩌나

유아인

유아인이 배우 인생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마약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지목돼 촬영장이 아닌 경찰서와 법원을 드나들게 됐다. 대마, 프로포폴, 코카인, 케타민까지 총 4종의 마약 복용 의혹을 받고 있는 유아인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마약 복용, 병역 기피, 음주운전은 오랜 기간 동안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처럼 여겨진 연예인의 금기사항이었다. 범법 행위가 적발되면 회복하기 어려운 이미지 타격을 입게 되고, 대중에게는 큰 실망을 안긴다. 대중이 연예인을 바라보고 평가하는 관점이 예전과 달라졌다 해도 이 세 가지 사항만큼은 재고의 여지가 없는 비판과 비난이 잇따른다.

연예인의 마약 스캔들은 사건 그 자체만으로도 메가톤급 충격이지만,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당사자로 지목된 배우가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라면 더더욱. 그와 관련된 모든 업무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방송, 영화계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은 배우 중 한 명이었던 유아인은 세 작품의 촬영을 마치고 공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주연 배우가 마약 스캔들에 연루되자 모든 작업이 올스톱됐다.

유아인이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죄의 경중에 따라 처벌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그가 남긴 작품들의 미래는 지금도, 앞으로도 불투명해졌다. 수백억 원이 투입된 영화와 드라마는 유아인을 캐스팅했다는 이유로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한민국 영화계와 방송계에서 캐스팅 1순위로 사랑받아온 톱스타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이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여주는 사상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각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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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 논란으로 인한 광고 중단…예상 광고 위약금만 80억 원

연예인의 인기 척도 중 하나가 광고다. 30대 배우 중 최정상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유아인은 광고업계의 특급 모델이기도 하다. 광고 개런티는 1년 전속 계약 기준 8억~10억 원가량이다. 유아인은 패션, 식품, 뷰티, 제약회사, 아웃도어 등 TV·지면 광고를 포함해 약 10여 개 브랜드의 모델로 활약하고 있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의류 업체의 모델로도 활약했다.

마약 스캔들이 터진 이후 각 브랜드들은 발 빠르게 '유아인 지우기'에 나섰다. 유아인이 등장하는 광고물을 내리거나 대체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다. 모델이 예상치 못한 사고를 일으켜 막대한 손해를 봤으니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통상적인 광고 계약서에는 모델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행위를 저지를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다. 계약서마다 그 행위에 대한 기준 명시가 다르고, 법적 처벌 정도에 따라 위약금 규모도 다르다. 업계에서는 유아인의 광고 위약금만 약 8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다만 각 회사별 계약 기간과 계약 조항이 다르기 때문에 위약금의 규모는 늘어나거나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향후 광고 위약금 청구로 인한 소송전이 예상된다. 다만 유아인의 마약 혐의에 대한 경찰 조사와 및 법적 처벌 등의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은 만큼 위약금 청구 문제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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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두 편과 드라마 한 편, 공개 준비하다 날벼락

광고 위약금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다. 이미 촬영을 마치고 공개 예정이었던 영화와 드라마의 미래는 안갯속을 헤매게 됐다.

15초 내외의 분량으로 제작되는 TV 광고의 경우 내리거나, 대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짧게는 석 달, 길게는 여섯 달에 걸쳐 촬영되는 영화와 드라마는 재촬영이 곧 제작비의 재투입을 의미한다. 지금의 상황에서는 주연 배우를 대체해 다시 촬영하는 건 불가능하다. 문제를 일으킨 배우가 손해를 보상하는 것도 광고와 영화·드라마는 규모가 다르다.

유아인이 주, 조연으로 캐스팅 돼 촬영을 마친 작품은 모두 세 편이다. 영화 '승부'와 '하이파이브', 드라마 '종말의 바보'다. 세 작품 모두 올해 중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의 마약 투약 혐의가 터지면서 모든 계획이 백지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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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스승과 제자이자 라이벌이었던 한국 바둑의 두 전설인 조훈현(이병헌 분)과 이창호(유아인 분)의 피할 수 없는 승부를 그린 영화다. '보안관'을 연출했던 김형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이병헌과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다. 에이스메이커의 투자배급작으로 극장 개봉을 준비하다 올 초 넷플릭스에 판권 및 배급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제작비 약 15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넷플릭스가 2023년 판권 계약을 체결한 영화로는 가장 규모가 큰 작품이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의 이병헌과 '지옥'을 통해 세계적 인지도를 얻은 유아인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라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기대가 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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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초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를 만들었던 강형철 감독의 신작이다. NEW가 투자배급하는 영화로 하반기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영화의 총제작비는 약 200억 원이다.

'종말의 바보'는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이 200일 남은 시점에서 종말을 앞두고 혼란에 빠진 세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디스토피아 드라마. '마이네임', '인간수업'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이 연출하고 '풍문으로 들었소', '밀회'의 정성주 작가가 각본을 집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이 작품은 12부작으로 기획됐다. 투입된 제작비는 약 300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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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아인이 촉발한 650억 재앙…사장 위기에 직면했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가 마약 스캔들에 연루됐고, 혐의만으로도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배우에 대한 대중의 실망과 반감은 작품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공개 예정인 작품들이 리스크를 안고 섣불리 공개를 감행할 수 없는 이유다.

세 작품의 제작비 규모만 해도 650억 원에 이른다.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은 각 회사의 연간 사업 계획을 뒤흔드는 악재고, 방송계와 영화계에도 파장을 일으킬 만한 이슈다. 각 회사들은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넷플

그나마 상황이 나은 건 '종말의 바보'다. 이 드라마는 안은진이 극을 이끌어가는 작품으로 유아인은 엄밀히 말해 주연은 아니다. 그래서 넷플릭스와 제작진은 유아인의 분량을 스토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편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유아인이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들이다. '승부'의 배급권을 확보한 넷플릭스는 올 2분기 공개를 준비하고 있었다. 주연 배우의 마약 스캔들은 예상치 못한 악재다.

앞서 유아인은 '#살아있다', '지옥', '서울대작전' 등 잇따라 넷플릭스와 손을 잡으며 좋은 결과를 내왔기에 '넷플릭스의 효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나 현재 넷플릭스 입장에서 유아인은 '속 썩이는 아들'이다. '승부' 뿐만 아니라 '종말의 바보'까지 엮여 있다. 다행히 촬영 전이었던 '지옥' 시즌2의 경우 김성철을 대체 캐스팅함으로써 재정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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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최근 '승부'의 판권 계약을 체결한 에이스메이커에 문서 하나를 발송했다. 유아인의 마약 투약 문제가 계약해지에 해당하는 사안임을 확인하는 공문이었다. 에이스메이커는 이 사안에 대해 "계약 해지 절차가 아니다"며 해명했지만, 이는 넷플릭스의 압박성 제스처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에이스메이커가 넷플릭스에 '승부'의 판권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계약금만 오고 간 단계다. 작품이 온에어되어야 잔금을 지불한다. 넷플릭스는 이 공문을 통해 에이스메이커에 유아인의 현재 상황을 상기시키고, 향후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이후 양측은 전보다 더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며 유아인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넷플릭스가 '종말의 바보'는 품고, '승부'는 내치는 결정을 한다면 이를 두고도 여러 가지 말이 나올 수 있다.

OTT의 경우 월 결제를 통해 대량의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소비한다. 유아인의 작품이 공개된다 해도 타 플랫폼에 비해 대중의 부담과 거부감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낮고 몰아보기와 끊어보기가 일반적인 OTT 관람 행태를 고려하면 '승부'는 작품 자체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여지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 콘텐츠를 선택할 해외 시청자들의 경우 출연 배우의 자국 내 스캔들을 작품 선택에 중요 고려 요소로 여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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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파이브'는 조금 더 어려운 상황이다. 극장 영화의 경우 관객이 한 편의 작품을 선택해 유료로 관람하는 방식인 만큼 배우의 인기 및 선호도가 티켓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친다. 또한 개봉 전 후 주연 배우의 홍보 활동이 흥행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유아인이 홍보에 참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투자배급사 NEW 측은 '하이파이브'에 대해 "아직 개봉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유아인의 경찰 조사 결과 등 상황을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과거 미투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한 오달수의 미개봉 영화('이웃사촌',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들이 개봉하는데 약 2년의 시간이 걸렸다. 세 편 중 한 편('컨트롤')은 아직 창고에 있다.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영화는 특히 시의성이 중요하다. 코로나19때 묵힌 영화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공개되고 있지만 트렌드의 변화에 뒤쳐지는 느낌을 줘 흥행에 있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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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공개 출연작'에 대한 두 가지 시선…"작품은 살려야" vs "보기 싫다"

"그냥 못내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희생으로 탄생을 앞두고 있었던 '종말의 바보'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할까 봐 아쉬울 뿐입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종말의 바보'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배우 김영웅의 SNS글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캐스팅 소식 전화를 받은 날부터 열정 넘쳤던 촬영장의 기억, 배우와 스태프들의 헌신을 떠올리며 유아인의 논란으로 모든 스태프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봐 두렵다는 심경을 토로했다.

종전까지 유아인의 미공개 출연작에 대한 업계의 문제 인식이 '금전적 손해'에 집중돼 있었다면 김영웅의 글은 제작진이 쏟은 '피·땀·눈물'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한 글이라 눈길을 끌었다.

'종말의 바보'를 비롯해 언급한 세 작품은 캐스팅 단계 거나, 촬영 중이거나 하는 작품들이 아닌 이미 제작을 완료한 작품이다. 영화와 드라마는 100여 명 이상의 스태프들이 모여 일궈내는 공동 작업이다. 한 사람의 일탈로 작품 전체의 운명이 위태해지는 상황은 그 자체로 안타까운 것이 사실이다. 이대로 작품들이 사장(死藏)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방송, 영화계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도 그 이유다.

또한 방송·영화계에서 유아인 사태를 단순히 '남의 일'로만 치부하지 않는 것은 업계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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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화계 관계자는 "배우는 작품의 얼굴 역할을 한다. 그러나 사생활 문제나 범법 문제는 개인의 윤리나 도덕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라 통제나 예측이 불가능하다. 여러 작품을 여러 배우와 함께 하는 작업 특성한 이러한 일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고 있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유아인과 유아인의 작품을 바라보는 범대중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배우에 대한 실망과 반감이 크고, 작품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높은 상황이다. "영화와 드라마가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노고가 들어간 작업이기에 완성된 작품은 공개하는 것이 맞다"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대중의 인기를 기반으로 부와 명예를 축적하는 연예인이라면, 자신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한 피해와 비난도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아인의 혐의는 경찰 조사를 통해 진위여부가 밝혀질 것이다. 그에 따른 법적 판단과 대중의 평가도 뒤따른다. 그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수백억 원을 쏟아부은 작품들이 남겨져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선택이 필요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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