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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김정은에게 첫째 아들이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N코리아정식] '오빠 있는 주애'와 '오빠 없는 주애'의 위상은 달라

오늘(24일)은 김정은 자녀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에게는 자녀 셋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이와는 다른 내용이 파악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의 경과를 이해하기 쉽도록 시간 순으로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김정은 자녀에 대한 결정적 힌트는 '로드먼'

김정은에게 자녀가 있다는 얘기는 2012년부터 나왔습니다. 국가정보원이 2012년 7월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이 리설주와 2009년 결혼해 자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리설주는 2013년 초를 전후해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2년 하반기에 부은 듯한 얼굴로 임신한 것 같은 모습을 보이다 2013년 초에 살이 빠진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를 종합하면 2013년의 시점에서 김정은-리설주 부부에게 아이가 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2013년 초를 전후해 태어난 아이의 성별을 파악하는 데에는 2013년 북한을 방문했던 미국 프로농구 선수 출신 데니스 로드먼의 증언이 도움이 됐습니다.

2013년 2월 북한을 방문한 데니스 로드먼
로드먼은 2013년 2월 북한을 방문한 뒤 3월 영국의 한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 부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리설주가 '예쁜 어린 딸' 얘기만 했다"고 밝혔습니다. 로드먼은 2013년 9월에도 북한을 다시 방문해 김정은 부부를 만났는데, 방북을 마치고 영국 일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딸 '주애'를 안아봤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 초를 전후해 태어난 아이가 딸로 확인된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점을 짚고 갈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2013년의 시점에서 김정은 부부의 아이가 둘인 것이 맞느냐는 것입니다. 로드먼은 2013년 9월 방북 당시 김정은의 딸 주애를 안아본 것은 물론 "김정은의 가족과 해변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면서 식사도 같이 하고 술도 같이 마셨다"고 밝혔는데, 다른 아이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부부가 첫째 자녀의 존재를 숨기기 위해 로드먼과의 만남 자리에 의도적으로 둘째 자녀인 주애만을 데리고 나왔고 첫째 아이 얘기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로드먼의 두 차례 방북 과정에서 주애 이외의 다른 자녀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은 의문으로 남았습니다.

둘째, 2013년 초를 전후해 태어난 김정은 부부의 딸 이름이 '주애'가 맞느냐는 것입니다. '주애'라는 이름은 로드먼이 김정은 부부로부터 전해 듣고 외부에 알려준 이름입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미국인이 한국 발음을 제대로 알아듣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로드먼이 전해준 '주애'라는 이름이 정확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김정은의 딸이 요즘 공개활동을 많이 하고 있지만 북한은 '사랑하는 자제분', '존경하는 자제분'과 같이 표현할 뿐 이름을 밝히지는 않고 있습니다. 별다른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딸을 '주애'로 쓰고는 있지만, 실제 이름은 이와 발음이 비슷한 다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2017년 국정원 보고 "김정은 자녀는 셋"

김정은 자녀에 대한 논란은 2017년 8월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대체로 정리됐습니다.

국정원은 당시 국회 정보위 보고를 통해, 김정은 부부가 세 자녀를 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0년생 첫째 아들과, 2013년 초를 전후해 태어난 둘째 딸 주애, 2017년 2월에 태어난 성별이 파악되지 않은 셋째가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 정보에 관한 한 국내에서 국정원을 능가할 기관은 없기 때문에, 국정원의 이날 보고 이후 김정은 부부에게 세 자녀가 있다는 것은 정설처럼 인식됐습니다.

2012년 당시 김정은-리설주 부부
그런데, 지난해(2022년) 말부터 주애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부터 다시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주애는 ICBM 발사 현장에 모습을 드러낸 뒤 북한군 장성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열병식 주석단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열병식 행진에는 김정은의 백마에 이어 김주애의 백마가 등장했고, 김주애의 사진이 담긴 우표가 나오는가 하면 건설현장 착공식과 체육경기 관람 현장까지 김정은을 동행하는 등 주애의 보폭은 전방위적으로 확대됐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후계자설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김주애의 위상이 대폭 높아진 것입니다.

주애의 오빠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왜 주애를 이렇게까지 부각하는 것일까? 주애의 오빠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의문들이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권영세 통일부 장관의 언급은 미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권영세 장관은 지난달(2월)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김정은의 자녀와 관련해 "김주애 외에는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권 장관은 "이제까지는 김주애 위에 아들이 있고 그 밑에 또 자녀가 있는데 성별이 확실치 않다는 것이었지만 김주애라고 불리는 딸 외에는 확인된 것은 없다"면서, 김정은 아들의 존재 여부에 대해 "확실하게 그렇다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게 맞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국정원이 보고했던 '김정은 세 자녀'설을 부인하는 듯한 말을 한 것입니다.

관심 모았던 지난 7일 국정원 보고, 국정원의 설명은?

지난 3월 7일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는 그래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김정은의 자녀, 특히 첫째 아들 존재 여부에 대해 국정원이 기존 입장을 고수할지 새로 변화된 입장을 밝힐지 관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보위가 끝난 뒤 기자브리핑에서,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국정원이) 김정은의 첫째가 아들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외국 정보기관을 포함해서 구체적인 물증은 없지만 첩보상 아들이 확실하다는 것을 외국 정보기관과의 정보 공유 등을 통해서 확신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여줬고요."

국정원은 곧바로 오해 소지가 있다며 다음과 같은 문자를 기자들에게 뿌렸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김정은 첫째가 아들이 확실하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과 관련, 국정원은 '김정은 첫째 자녀가 아들이라는 첩보가 있어 계속 확인 중에 있다'는 점을 알려드립니다."

국정원이 '확실'이라는 말을 '계속 확인 중'으로 조정하긴 했지만, 유 의원의 브리핑 내용과 종합적으로 해석해 볼 때 '김정은 첫째가 아들'이라는 첩보에 대해 국정원이 상당한 정도의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이해됐습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김정은에게 첫째 아들이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이해된 것입니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 "김정은 첫째 아들 여부는 불확실"

하지만, 얼마 전 저는 복수의 정부 당국자들을 통해 정부의 판단이 이와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정부는 현재 '김정은에게 첫째 아들이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쪽으로 판단을 조정했으며, 이 같은 내용은 정부 내의 관련기관들에게 공유된 상태라는 것입니다.

3월 7일 국정원의 국회 정보위 보고에 대해서도 이 당국자들은 국정원의 취지가 잘못 전달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3월 7일의 국정원 보고는 '김정은에게 2010년생 첫째 아들이 있다고 했던 2017년 보고'에서 후퇴하는 과정의 설명이었지, 김정은에게 첫째 아들이 있다는 것을 고수하는 취지의 설명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 당국은 왜 김정은 첫째 아들 여부에 대한 판단을 조정한 것일까요.

정부가 김정은에게 2010년생 첫째 아들이 있다고 봤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이것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2010년 당시 북한 외부에서 남자아이용 고급 장난감들이 급히 조달돼 북한으로 들어가는 동향이 포착됐는데,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인사들이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볼 때 북한 최고위층의 지시로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 장난감의 주인공이 누구냐를 놓고 분석이 진행됐는데 김정은의 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이런 분석이 맞느냐를 놓고 계속 의문이 제기됐다고 합니다. 로드먼이 방북했을 당시 김정은 부부가 딸에 대해서만 얘기했다는 것도 이상했고, 기타 다른 의심스러운 정황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다 북한이 최근 들어 주애를 심상치 않을 정도로 부각하는 것을 보고 주애의 오빠가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쪽으로 판단을 조정했다는 것입니다.

오빠 없는 주애의 북한 내 위상은?

김정은에게 첫째 아들이 있는지는 아직 누구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만약 주애가 김정은의 첫째 자녀라면 김정은이 최근 들어 주요한 현지지도 현장에 주애를 대동하는 것이 더욱더 예사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김정은이 4대 세습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빠가 있는 주애와 오빠가 없는 주애의 위상은 분명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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