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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도용 대출금, 피해자가 갚아라"…구멍 난 비대면 대출

A씨가 시중은행으로부터 받은 민원 조사 결과 회신문 (사진=A씨 제공, 연합뉴스)
▲ A 씨가 시중은행으로부터 받은 민원 조사 결과 회신문

명의도용 피해자가 자기도 모르게 진행된 비대면 대출 피해 금액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지난 1월 20일 부산시 사하구에 사는 A 씨는 건강보험공단 납부확인서가 발급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업무 중이었던 A 씨는 건강보험공단에 서류를 신청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A 씨가 건강보험공단에 연락하니 납부확인서는 대출할 때 필요하니 확인해 보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후 카드사와 은행에 전화해 알아본 결과 A 씨 명의로 생전 처음 보는 대출금이 총 1천670만 원이나 있었습니다.

A 씨가 이를 경찰에 신고하자 직장 동료인 B 씨가 돈이 급해 A 씨의 신분증을 도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습니다.

B 씨가 도용한 신분증으로 A 씨 명의의 휴대전화를 무단으로 개통했고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뽑아 비대면 대출을 진행한 것입니다.

지난달 B 씨의 자필 진술서와 사건사고사실확인원 등을 통해 2곳의 카드사에서 1천370만 원의 피해 금액을 구제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300만 원의 대출이 진행된 한 시중은행은 대출 절차에 문제가 없으니 보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A 씨는 "대출 피해 금액에 대한 연체 이자가 계속 쌓이더니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채권 추심 과정으로 넘어갔다는 연락까지 받았다"며 "심지어 지점으로 방문하니 피의자에게 같은 대출 상품을 가입시켜 피해를 보상받으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현행 제도는 비대면 실명 확인 시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등 5가지의 본인 인증 방식 중 최소 2가지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A 씨 명의의 대출은 신분증 확인, 본인 명의 계좌 인증, 휴대전화 인증을 거치면 통과가 가능한 상품입니다.

B 씨가 A 씨의 신분증으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새로운 계좌까지 만들었으므로 대출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제삼자인 B 씨에게 채권 추심을 하는 게 오히려 불법이었다. 지점의 대응은 해당 직원의 업무 숙련도가 떨어져 안내가 잘못 나갔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은행 측은 제도권에서 인정받은 비대면 대출 규정을 모두 준수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돈과 관련된 범죄는 금융기관이 끼어있을 수밖에 없는데 B 씨의 범죄 행위는 뒤로 하고 금융기관이 모든 피해를 짊어지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피해자는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등 법적 절차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는 은행이 책임을 피하는 일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김기창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감독 당국이 마련한 가이드라인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지 이를 지켰다고 모든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피해자의 동의가 처음부터 없었던 대출로 인한 손해를 모두 피해자에게 떠맡으라고 하면 은행이 보안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무수히 많은 피해자를 체계적으로 양산하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A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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