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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판다①] '1등 복권' 있었다더니 그 뒤 황당한 해명

<앵커>

저희 '끝까지판다'팀은 올해 초 한 즉석복권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을 자세히 전해드렸습니다. 시중에 풀린 1천 원짜리 즉석복권에서 무엇인가 오류가 발견됐는데도 담당 업체가 그것을 숨긴 채 계속 복권을 팔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문제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20만 장은 업체가 시장에서 회수했는데, 5억 원짜리 1등 복권은 끝내 당첨자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회수된 20만 장 안에 혹시 1등이 있던 것 아니냐, 그러면 대국민 사기 아니냐 이런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이후에 저희가 더 취재한 결과, 문제가 있는 복권 가운데 당첨 복권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담당 업체가 처음부터 파악했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박현석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재작년 9월 6일 스피또1000 58회차 즉석복권에서 발생한 오류.

정부 복권위원회와 수탁업체 동행복권은 이를 알리지 않다가 두 달 뒤 일부에서 문제가 제기되자 당시 사흘 만에 오류에 대한 조치를 완료했다고 뒤늦게 밝혔습니다.

당첨 데이터 훼손으로 인한 육안상 당첨과 시스템상 당첨의 불일치를 확인한 뒤 오류로 추정되는 20만 장을 시장에서 회수, 분리 조치했다는 것입니다.

'끝까지판다'팀은 먼저 동행복권 측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20만 장을 추려냈는지부터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SBS가 입수한 복권 오류가 확인된 다음 날인 2021년 9월 7일 동행복권 관계자들의 텔레그램 대화방 내용입니다.

아침 8시 반쯤 복권 오류 발견 사실이 처음 전파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1시간 40분 뒤, '검증번호 누락 없음'이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여기서 검증번호는 당첨 확인을 위해 부여된 일련번호로 즉석복권을 긁고 나서야 볼 수 있는 당첨 확인용 번호입니다.

복권 유통을 위해 처음부터 하단에 노출돼 있는 번호와는 다른 것입니다.

검증번호 누락이 없다는 것은, 일련번호가 빠진 것은 없다, 즉 훼손된 당첨 데이터를 다른 무언가와 통째로 비교했더니 그랬다는 이야기로, 동행복권과 복권위원회는 당시 복권 인쇄소에 남아 있던 백업 당첨 데이터를 훼손된 데이터와 비교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증번호 누락 없음', 다음 메시지는 '총 18만 90매 등위 불일치'였습니다.

18만 90장에서 등수가 바뀌었다는 뜻으로 보이는데, 바로 아래 '기존 0등이었는데, 1등 2매, 2등 2매, 3등 2천719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라고 썼습니다.

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 0등, 즉 꽝이 1등으로 바뀐 것이 2장, 2등으로 바뀐 것이 2장, 반대로 기존 1등이 꽝으로 바뀐 것이 2장, 기존 2등이 꽝으로 바뀐 것이 2장인 것처럼 표기돼 있습니다.

등수가 바뀐 것이 있는지까지 확인했고 그 안에 1등이 2장이나 들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이 당시 회수한 그 20만 장에 대한 분석값이냐고 묻자, 처음에는 잘 모르겠다고 하더니 최근 뜻밖의 해명을 내놨습니다.

[복권위원회 관계자 : 인쇄된 게(즉석복권) 만약에 A라고 하면, PTMS(훼손된 당첨 데이터)가 B고, 이제 백업 데이터가 C잖아요. A, B, C가 다 달랐던 거죠.]

알고 보니 그 백업 당첨 데이터마저도 훼손된 상태였다는 것입니다.

단, 훼손 시점이나 정도가 달랐는지, 둘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고, 훼손된 것들끼리 비교한 것이니 1등 2장, 2등 2장 이런 것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후 일일이 긁어보는 과정 등을 통해 회수할 20만 장을 다시 특정했지만, 그 안에는 1등이 들었는지 모른다는 것이 동행복권과 복권위원회의 답변입니다.

[남궁헌/인쇄 복권 동호회 매니저 : 술 먹고 운전을 했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열어봤지만 1등은 안 봤다. 말도 안 되는 거죠, 이거는.]

결과적으로 당시 어디에도 제대로 된 무결점 당첨 데이터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복권위원회는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복권위는 전체 3분의 2에 해당하는 나머지 2천500만 장, 250억 원어치 복권을 조용히 팔았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이승희, CG : 임찬혁,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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