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 뒤흔든 대장동…이재명 기소까지 '우여곡절 539일'

2021년 9월 물 위로 드러난 '대장동 사건'은 지난 대선 내내 판도를 뒤흔든 초대형 변수였습니다.

검찰은 2021년 9월 29일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이후 539일만인 오늘(22일)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를 기소하면서 비로소 '고지'에 올랐습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민간사업자가 적은 투자금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겨간 사실이 2021년 9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성남시 공무원과 민간업자의 유착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대선을 반년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야당이었던 국민의힘 측에서는 사업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주요 사항을 결재했던 이 대표가 의혹의 '몸통'이라며 공세를 폈습니다.

이에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개발은 5천503억 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며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대선을 앞둔 예민한 시점에 논란이 커지자 서울중앙지검은 4차장검사 산하에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이른바 '대장동 일당'과 성남시 측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유동규 전 상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수사 초기 체포돼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김만배, 남욱 씨 등 민간사업자 또한 여러 차례 소환 조사와 영장 재청구 끝에 11월 나란히 구속됐습니다.

회계사 정영학 씨와 변호사 정민용 씨 등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대장동 일당'은 모두 피고인 신분이 됐습니다.

더디게나마 진행되던 검찰 수사는 이들 기소 이후 '윗선'으로 향하지는 못했습니다.

유 씨와 민간 사업자들이 이 대표 측과의 연관성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주요 관련자가 잇달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악재가 겹치면서 수사가 난항에 빠졌습니다.

검찰의 수사 의지와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거세졌습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검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졌습니다.

검찰은 김만배 씨의 정치권·법조계 로비 의혹인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로 방향을 틀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습니다.

'50억 클럽'에 이름이 거론된 박영수 전 특검과 홍선근 머니투데이 그룹 회장,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이 차례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곽 의원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후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시작되고, 이 대표가 여당 대선후보로 선출됐습니다.

검찰 수사는 더 진전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마무리됐습니다.

공전하던 수사는 지난해 5월 정권 교체 이후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특수통' 검사들로 재편된 서울중앙지검은 사실상 재수사에 나섰습니다.

검찰은 대장동 이전인 위례 신도시 개발 사업까지 수사망을 넓혔습니다.

사건의 성격을 공무원이 비밀 정보를 민간에 누설해 부당 이득을 몰아준 짬짜미 범죄로 규정하고,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를 새롭게 적용해 유동규 씨 등을 추가로 기소했습니다.

유 씨와 남 씨 등 핵심 관계자들이 진술 태도를 바꾸면서 수사는 반전됐습니다.

이 대표의 관련성을 부인하던 이들은 정권 교체 이후 입장을 바꿔 이 대표를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했습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우선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수뢰 및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습니다.

폭로전에 동참하지 않은 김만배 씨의 '입'을 열기 위해 그의 은닉 재산을 몰수·추징보전하고 측근들을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압박을 느낀 김 씨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면서 수사가 지체되기도 했습니다.

'혐의 다지기'를 마친 검찰은 올해 1월 이 대표 측에 출석을 통보했습니다.

이 대표는 피의자 신분으로 성남지청과 서울중앙지검에 3차례 나와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대표는 미리 준비한 서면 진술서만을 제출한 채 대부분의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는 출석 전후 발표한 입장문과 진술서에서 검찰 수사를 '정적 죽이기', '야당 탄압'이라고 비판하며 의혹을 모두 부인했습니다.

검찰은 그러나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성남 FC 후원금 의혹의 '몸통'이라고 보고 이 대표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이해충돌방지법과 부패방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현직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규정한 헌법에 따라 법원은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보냈으나 부결됐습니다.

국회의 반대로 이 대표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은 구속영장에 기재된 혐의를 그대로 적용해 오늘 이 대표를 재판에 넘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