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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발면에 마음 열었다"…2톤 쓰레기 더미서 구출

<앵커>

쓰레기로 가득한 단칸방에서 혼자 지내던 50대 남성이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새 보금자리로 옮기게 됐습니다. 비좁은 방에서 나온 쓰레기가 2톤이나 되는데 이 남성의 마음을 움직인 건 경찰관이 건넨 컵라면이었습니다.

어떤 사연인지 김보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서대문구의 한 단독 주택, 현관부터 식기류와 플라스틱 상자를 비롯해 정체 모를 쓰레기가 가득합니다.

안쪽 단칸방에도 오래된 옷가지와 생수통 등이 천장까지 쌓여 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남성 A 씨가 혼자 지내왔던 집입니다.

쓰레기더미 방에서 A 씨가 구출될 수 있었던 건, 지난 3일 경찰에 들어온 한 통의 신고 전화 덕분입니다.

공원에 술 취한 사람, 바로 A 씨가 쓰러져있다는 내용이었는데, 경찰이 A 씨를 집에 데려다주다가 쓰레기 더미를 발견한 겁니다.

뇌병변장애가 있는 A 씨는 물건을 계속 모으는 '저장강박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상황을 인지한 주민센터 측에서 쓰레기를 치워 주려고 했지만 A 씨가 번번이 거절하면서 손을 쓸 수 없었습니다.

[최지안/서울 홍제3동주민센터 주무관 : 저희가 강제로 할 순 없는 부분이라서 못 해드렸거든요. 본인은 편하다고 하시고 괜찮다고 하시고….]

하지만 집에 데려다줬던 경찰관의 컵라면이라도 같이 하자는 말이 A 씨의 마음을 돌렸습니다.

[박종호/서울 홍은파출소 경위 : 3일 동안 밥을 못 먹고 술만 마셨다고 하길래 그러면 뭐 사발면이라도 같이 드시겠냐 뜨끈뜨근한 국물에. 나도 아침을 안 먹고 급하게 출근했다 그러니 마음을 열고….]

쓰레기를 모은 지 4년이 지난 어제(21일), 마침내 청소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주민센터 직원과 자원봉사자 등 10여 명이 모여 방에서 꺼낸 쓰레기만 약 2톤, 집에서 꺼낸 쓰레기들인데 세 평짜리 공간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골목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주민센터는 A 씨에게 새 임대 주택을 주선하고, 집주인에게는 도배 작업 등을 지원해 주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 영상편집 : 최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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