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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환자 죽자 시신 몰래 버린 의사, 면허 재발급 소송했지만

약물 불법투여·시신 유기 의사 면허 재교부(사진=SBS 8뉴스 보도영상 캡처)
약물 투약 중 숨진 여성의 시신을 유기해 징역을 살았던 전직 의사에게 면허를 재발급해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20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16일 전직 산부인과 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면허 재발급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모 병원장이었던 A 씨는 2012년 7월 지인 B 씨로부터 '잠을 편하게 푹 잘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자, 충분한 검토 없이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 미다졸람과 전신마취제 등 약물 13종을 섞어 불법 투약했습니다.

투약을 받던 B 씨는 다수 약물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부작용으로 호흡정지가 오면서 숨졌습니다.

약물 불법투여·시신 유기 의사 면허 재교부
▲ 축 늘어진 B 씨를 휠체어에 태워 끌고 가는 A 씨

이어 A 씨는 B 씨 시신을 자동차에 실어 한강공원 주차장에 버려두고 도주했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했습니다.

이후 그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사체유기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아 2013년 6월 형이 확정됐습니다.

뒤이어 2014년 7월 A 씨의 의사 면허도 취소됐습니다.

그로부터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인 3년이 지난 2017년 8월, A 씨는 보건복지부에 의사 면허 재발급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복지부는 2020년 A 씨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거부 사례는 A 씨가 처음이었습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2021년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약물 불법투여·시신 유기 의사 면허 재교부
▲ 2012년 8월 약물 불법투여·시신 유기 혐의를 받는 전직 의사 A 씨

A 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의사 면허 취소로)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이 너무 크고 가혹하다"며 "오랜 시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현행 의료법에 따라 일부 혐의(사체유기·업무상 과실치사 등)는 면허 취소 사유가 되지 않는 데다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이 끝났다는 논리도 펼쳤습니다.

현행 의료법은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경우를 직무와 관련된 고의범죄 등으로 제한합니다. 즉, 과실에 의한 범죄나 시체유기와 같이 직무와 무관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에 1심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1심 재판부는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줘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 의료법 취지와 공익에 부합한다"면서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수형생활을 마치고 손해배상 책임도 다한 점, 의료기기 판매업, 행정사무, 무료 급식소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약 10년가량 의사 업무에 봉직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A 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습니다.

법원, 판사, 판결, 의사봉, 재판, 선고 (리사이징)

하지만 항소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A 씨는 업무 외적인 목적으로 여러 약품을 무분별하게 혼합 투약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유기해 죄질이 중하다"며 "복지부가 2014년 이후 의사면허를 재교부한 내역을 보면 A 씨 사건처럼 사망에 이른 경우도 없다"라고 지적하며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의 중대성'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의료법의 목적이 있다"며 "A 씨 범행의 경중을 고려하면 면허 취소가 그 목적에 부합한다"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뒤이어 대법원까지 원심 판단을 유지하며 A 씨는 의사 면허를 재발급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한편 의료법 제65조에 따르면 면허가 취소됐어도 취소 사유가 없어지거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발급해줄 수 있습니다. 다만,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고 집행 중인 의료인에게는 취소된 날로부터 최대 3년 이내로 재교부 제한을 두고 있습니다.

실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접수된 재교부 신청 163건 중 152건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현재 국회 법사위에서는 교통사고 등 어떤 죄목의 범죄든 죄의 유형을 가리지 않고 금고 이상 실형을 받거나 집행유예, 심지어 선고유예를 받아도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 [2022.05.30 8뉴스] 약물 불법 투여하다 숨지자 시신 버려도 "면허 다시 줘"

(사진=SBS 8뉴스 보도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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