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우는 왜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사망했나?
1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지옥이 된 5년 -인천 초등학생 사망 미스터리'라는 부제로 인천 초등학생 학대 사망 사건을 조명했다.
지난 2월 7일 인천의 한 응급실에 12살 시우가 심정지 상태로 도착했다.
유복한 집안의 예쁜 아이로 통했던 시우는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어른스러운 아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시우는 가족들이 함께 외출할 때도 보이지 않았고, 이에 이웃들은 아이가 유학을 갔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아이가 싸늘한 주검이 되어 나타난 것.
아이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당시 의료진은 영양실조에 가까운 상태의 아이를 보고 7, 8살 정도라고 생각했다. 키 149cm에 몸무게 29.5kg,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되는 몸무게의 시우는 계절에 맞지 않는 얇은 속옷 같은 재질의 더러운 옷을 입고 있었다.
또한 아이의 몸에는 발생 시기가 다른 멍들이 가득했고, 허벅지에는 뾰족한 것에 찔린 상처가 수십 군데 발견되었다. 몸 어디도 성한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항문 쪽에는 화상을 의심할 만한 피부 변형이 포착되었는데, 이에 의료진은 아동 학대를 의심해 곧바로 신고했다. 그리고 시우의 친부와 의붓어머니가 아동학대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혐의 부인하고 있는 두 사람. 의붓어머니는 아이가 사망한 당일 밀쳐서 넘어뜨린 사실밖에 없다며 폭행을 인정하지 않았고, 아이의 몸에 남은 상처는 자해의 흔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친부는 모든 것은 의붓어머니의 소행이라며 자신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밝혔다.
흔히 아동학대의 타깃이 되는 영유아가 아닌 12살의 충분히 의사 표현이 가능한 나이의 시우. 시우는 대체 왜 주변에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망에 이른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제작진은 시우의 지난날을 추적했다. 5년 전 친모와 친부의 이혼으로 친부와 살게 된 시우. 친모는 남편의 외도와 폭행으로 이혼을 결심했다. 그리고 당시 수입이 없던 친모는 양육권을 포기하는 대신 시우를 자유롭게 만나는 면접 교섭권을 갖는 조건으로 이혼했다.
그런데 시우의 친부는 친모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곧바로 재혼해 시우와 친모의 관계를 단절시켰다. 그 후 친부와 계모 사이에서 여동생들이 태어났고, 이에 친모는 시우를 걱정했다.
2년 후 친권자 양육권자 변경 소송을 준비하던 친모에게 계모는 시우가 원치 않는다며 소송을 멈추길 종용했고, 이에 친모는 결국 소송을 중단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시우를 만나기 위해 시우의 학교를 찾아간 친모. 4년 만에 만난 시우는 친모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다. 친모를 경계하며 곧바로 계모에게 연락을 한 시우. 그리고 친부와 계모가 곧 친모 앞에 등장했다.
계모와 친부는 시우 핑계를 대며 친모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다시는 시우를 볼 생각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렇게 친모는 시우와의 연락이 완전히 끊겨버렸던 것이다.
시우의 직접 사인은 여러 둔력 손상에 의한 사망. 이는 온몸을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맞아 피부 속에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며 사망하는 것이었다.
아이의 상처가 자해에 의한 것이라는 계모의 주장과는 반하는 결과였다. 이에 전문가는 "자해라면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상처가 없어야 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다량의 상처들이 발견되었다. 웅크린 상태에서 입은 상처들이 다수 발견됐는데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아내고 있었던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제작진은 시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집 주변의 CCTV와 내부 CCTV를 통해 알아보았다. 그리고 집 내부 CCTV에서 사망 이틀 전 시우의 모습을 포착했다. 시우는 머리에는 바지를 뒤집어쓰고 의자에 묶여 있었다.
계모는 커튼 끈으로 시우의 팔다리를 의자에 묶고 홈캠으로 감시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피커를 통해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폭언 퍼붓고 새벽 5시부터는 아이를 깨워 성경 필사를 지시했다.
특히 시우는 사망 전 16시간 동안 의자에 결박되어 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그리고 제작진은 시우가 사망하기 전 날 편의점을 방문해 음료수를 사 먹은 사실도 확인했다. 편의점에서 시우는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또한 멍한 표정에 얼굴 근육들은 다 쳐진 상태로 영양 결핍이 심한 상태의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 플러스 1 음료수를 구매해 2개는 먹고 1개는 남기고 갔던 시우. 이에 전문가는 집에 가져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행동을 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집으로 가져간다고 해도 먹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제작진은 시우의 사망 1년 전과 사망 한 달 전의 사진을 비교했다. 1년 사이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진 시우의 얼굴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취재 중 제작진은 시우가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다. 부모의 이혼 후 시작된 진료. 계모는 시우의 주의력 결핍을 상담했다. 그리고 병원은 주의력 결핍의 경우 부모들이 보는 것이 첫 번째 진단의 기준이라 계모의 진술에 따라 아이를 처방했다.
또한 계모는 학교 측에 시우가 거짓말을 하고 행동하는 것에 의도가 있다며 시우를 비난했다. 하지만 시우의 담임은 아이의 행동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시우의 정신과 진료 기록을 분석했다. 그리고 시우의 주의력 결핍의 증상이 PTSD의 증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나 어머니가 한순간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은 시우가 거기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고 거기서 오는 정서적인 충격 때문에 그런 성향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전문가는 정신과 상담 때마다 고해성사를 하듯 자신을 비난하는 시우를 지적하며 "실제로 남을 기만하는 아이라면 진료를 보러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반복적으로 듣고 그것 때문에 병원에 가서 자기가 그런 아이라는 걸 밝혀야만 하는 그런 압박 내지는 강요가 있었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홀로 필리핀 유학을 떠난 시우는 유학을 떠나기 전 부모에게 말을 잘 듣지 않으면 필리핀에 보내버린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었다. 이 또한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 것.
전문가는 "이 밖에도 정서적으로 유기되는 상황에 끊임없이 노출된 아이의 트라우마는 점점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라며 시우를 안타까워했다.
8개월간의 유학을 끝내고 돌아온 시우는 예전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자기 짐보다 몇 배 되는 쓰레기를 버리고, 배달 음식을 픽업하는 등 어른이 할 법한 일들을 도맡아 하고 계모에게는 극존칭을 썼다. 그리고 계모에 대한 극도의 공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는 "아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엄마에게 복종하는 것. 엄마를 사랑해서 복종한다고 생각해야만 했을 것이다"라며 시우가 계모의 정서적 학대를 계속 받아 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는 계모에 대해 "연극적 성격, 자기애성 성격인데 본인 안에 결핍이 상당히 많다. 내가 잘 보이는 모습이 훼손당하거나 무시당했을 때 극도로 분노가 올라온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계모가 시우의 양육에 집착한 이유에 대해서는 "아들과 남편을 동일시했을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 남편에 대한 화를 아이에게 다 풀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큰데 실제로 이런 부분들이 최종적으로 시우를 사망에 이르게 된 핵심적인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친부에게서 드러난 폭력성에도 주목했다. 이혼 전부터 아이에게 행해진 폭력은 시우가 상습적인 폭력해 둔감해졌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아빠라면 아이가 학대당할 때 말리고 구조해야 될 의무가 있는데 그것을 방기 했다고 하면 단순 방조범이 아니라 정범으로서의 책임도 지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문가는 시우가 누군가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 "5, 6학년 때 학대가 시작되었다면 아이는 도움을 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학대가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면 아이는 믿을 사람이 하나도 없다"라며 "왜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지 못했을까 반성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이혼 가정의 양육권 결정에 있어 "부모의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아이의 복리를 해치는 것이라 우려하지 말고 부유한 부모로부터 걱정 없이 성인이 될 때까지 클 수 있도록 양육비를 이행할 수 있도록 그 조치들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만약 양쪽 부모가 모두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에는 정부가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덧붙였다.
그리고 아이의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한 면접 교섭권을 반드시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매뉴얼대로만 하는 학교 측에 조금 더 적극적인 자세로 제2의 시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여러 의심이 들었지만 확신이 없어 신고하지 못한 이들에게 아동학대에 대한 판단은 전문 기관에 맡기고 신고를 먼저 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아동학대 체크 리스트의 15가지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아이를 발견한다면 아동학대를 충분히 의심할 수 있으니 한 아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덧붙였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