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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일본 영화의 '표정단속'

[오겡끼데스까(잘 지내고 있나요)?]

지난겨울에도 어김없이 '러브레터'가 극장가에 걸렸습니다.

벌써 5번째 재개봉입니다.

'러브레터'는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수입된 일본 영화로, 아직까지도 한국에서 일본 실사영화로는 흥행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20여 년 만에 '러브레터'의 자리를 넘본 영화가 나왔습니다.

일본의 아이돌 스타 미치에다 슌스케 주연의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가 10대와 20대 여성 관객을 끌어모으며 100만 관객을 돌파한 겁니다.

그런데 이건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새해 벽두부터 한국 극장가를 강타한 겁니다.

신드롬급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이번 주에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해 한국 시장 역대 일본 영화 흥행 1위 자리에 올랐습니다.

처음에는 30, 40대 남성의 복고 콘텐츠적 성격이 더 강했는데, 지금은 여성 관객의 비율이 더 높고, 40대보다 20대의 예매율이 더 높습니다.

일본 영화의 심상찮은 약진은 통계로도 잘 드러납니다.

'아바타'가 1월 1일부터 17일까지 17일간,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20일간 1위를 한 데 비해, 한국 영화는 '교섭'과 '대외비' 두 영화를 합쳐서 고작 14일 동안 1위를 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3.9%에 그쳤던 일본 영화의 관객 수 점유율은 올 들어 28% 안팎까지 폭증해 2위 한국 영화와 5%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슬램덩크'의 바통을 이어받은 '스즈메의 문단속'은 올해 들어 최단 기간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개봉일부터 열흘째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일본 영화가 최근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스즈메의 문단속'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물어봤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신카이 마코토/'스즈메의 문단속' 감독 : (그 이유 중) 한 가지는 역시 우리들(일본과 한국)의 문화나 풍경이 굉장히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젊은 세대일수록 일본 문화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덜한 것도 일본 영화 약진의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강상욱/'오늘 밤, 세계에서…'·'스즈메의 문단속' 수입사 대표 : 세대가 좀 변화하면서 윗세대들이 일본 영화에 대한 감성을 선호하면서도 뭔가 약간 멈칫하게 되는 그런 허들이 없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좀 드는 거죠.]

또 열흘 붉은 꽃 없다는 말처럼 마블 영화의 위세도 수그러들고, 극단적이고 이른바 '쎈' 내용이 주를 이루는 한국 콘텐츠에 물린 관객들이 일본 영화에 눈을 돌린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 자체의 경쟁력도 인기의 배경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으로 시장 규모만 한국 영화 시장의 약 15배인 25조 원대에 이릅니다.

런던올림픽 때 영국이 007과 영국 여왕을 등장시켜 소프트파워를 과시했듯이, 리우올림픽에서는 당시 아베 수상이 슈퍼마리오 캐릭터로 변신해 일본 콘텐츠의 힘을 보여줬습니다.

다음 달에는 일본의 게임업체 닌텐도와 할리우드가 손잡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가 개봉합니다.

[와따시와겡끼데쓰(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 들으신 건 '러브레터'의 유명한 대사죠? 적어도 당분간은 한국에서 일본 영화가 이 대사 같은 상황을 지속할 걸로 보입니다.

(기획 : 노유진, 구성 : 김태연, 촬영 : 조창현·박현철·윤형, 편집 : 하성원, CG : 서승현·임찬혁·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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