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역사 팔아 미래 살 수 없다"는 피켓에 …"떼라" "못 뗀다"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 국회 국방위 회의장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내건 피켓입니다. 이 피켓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면서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요, 끝내 회의는 열리지 않았습니다.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정치권의 평가가 얼마나 극명하게 다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죠. 
  국회 상임위 회의장 책상에 노트북이 있는데요, 국방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이 노트북 바깥면에 종이를 붙였습니다. 태극기 문양 아래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였습니다. 일종의 피켓이 된 겁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사죄와 반성 없는 '굴욕외교'였다며 정부를 비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죠. 

피켓을 본 김기현 대표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의하면서 회의에 불참했는데요, 아예 회의장에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이 무슨 문제가 있냐고 주장했는데요, 설훈 의원은 오히려 회의 참석 못하겠다는 국민의힘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국방위원장은 국민의힘 소속의 한기호 의원인데요, "정치적 구호지 국방위 진행을 위해 붙인 게 아니잖나"고 하면서 "피켓 문제 때문에 여당 위원들이 입장하지 않고 있는데 여야 간사가 합의해달라"고 중재를 시도했습니다.

국민의힘 간사 신원식 의원과 민주당 간사 김병주 의원이 회의장 밖에서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서로 굽히지 않았습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피켓을 떼지 않으면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했던 거죠.

김병주 의원은 회의장으로 돌아와 간사 만남 결과를 설명한 뒤 "이 피켓은 태극기이고, (문구는) 정치적인 구호라고 할 수 없는 역사적인 교훈"이라며 오후에 다시 회의 열도록 요구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했는데요, 약 30분 동안 기다리다가 회의가 열리지도 못하자 회의장을 빠져나갔습니다.
  오후에도 상황은 바뀐 게 없었습니다. 회의장에 입장한 민주당 의원들은 피켓 내리는 것을 거부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또 불참했습니다.
두 거대 정당의 싸움에 정의당 배진교 의원이 답답함을 토로하면서 '회의합시다'는 피켓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배진교 의원은 "여러 국방 현안을 질의해야 하는데 회의를 열지 못하는 이 상황에 매우 유감"이라며 "여야 간사가 협의해 조속히 회의를 열어달라"고 촉구했지만 호응은 없었습니다. 

한기호 위원장은 회의장 밖에서 여야 간사 논의를 거친 뒤 "국방위 전체회의를 개의하려 했으나 양당의 여러 견해차로 인해 개의하지 못하게 됐다"며 무산을 선언했습니다.

'피켓 내려라' '피켓 못 내린다'며 여야가 오후까지 맞서다 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한 겁니다. 여야는 회의 무산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렸습니다. 김병주 민주당 간사는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걸었는데 이를 이유로 회의를 열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고 비판했고요, 신원식 국민의힘 간사는 "민주당의 비상식적 정치 공세로 국방위가 파행돼 유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회의가 무산되면서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등에 대한 국방부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여야 국방위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회의장 밖에서 공방을 벌였습니다. 민주당은 오전에 국민의힘은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었는데요, 피켓을 붙인 민주당 주장부터 보겠습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은 치욕으로 남을 굴욕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이런 굴욕적인 날에 태극기의 의미, 우리의 자존심, 우리 선조들의 헌신을 되새기고자 태극기를 부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방위에 피켓을 부착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면서 "민주당이 피켓 시위를 하겠다고 억지를 부렸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의 방탄쇼를 하는 것"이라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공격했습니다.
    국방위 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국민의힘은 12년 만에 복원된 한일 셔틀 외교가 복합 위기에 놓인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 거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시다 일본 총리가 간접적으로 과거사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혔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화답했다"며 "크게 보면 사죄의 뜻이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