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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인민군대를 다시 맨 앞에" 지금은 김정일 시대의 데자뷔일까?

[N코리아정식] 북한판 '선군정치의 추억'

한미 군사훈련을 하루 앞둔 지난 12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주재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열렸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북한군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는 당의 핵심 기구인데 김정은이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한미 훈련 직전에 열렸던 회의인 만큼, 회의에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주목받았습니다. "나라의 전쟁 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이 토의 결정되었다"는 부분입니다.

지난 12일 보도된 김정은 주재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농촌과 경제 건설에 인민군 투입

하지만 북한 매체들의 보도 내용을 보면 북한이 이 회의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북한군을 농촌과 경제 건설 현장에 투입하는 내용입니다.

북한은 회의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변혁적 발전을 위한 주요 전역들에 인민군대를 파견하여 전국적 범위에서 강위력한 투쟁을 힘 있게 조직전개할 데 대한 문제"를 토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농촌 건설과 지방 건설, 사회주의 대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인민군대의 활동 방향과 구체적인 임무를 확정"했으며 "집행과 관련한 조직 기구적 대책과 병력 이용 방안을 토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사회주의 농촌 건설과 경제 발전의 성스러운 전구에서 우리 인민군대는 마땅히 투쟁의 주체가 되고 본보기가 되어 제시된 단계별 목표들을 무조건 결사 관철"해야 한다면서, "오늘의 창조대전은... (중략) 우리 인민군대가 더욱 전진적이고 더욱 격동적인 투쟁으로 온 사회를 선도해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관련 보도에서 "부강 조국 건설의 맨 앞장에 인민군대를 또다시 세워주신 총비서 동지의 하늘 같은 믿음"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북한군이 조국 보위뿐 아니라 경제 건설에서도 가장 주도적인 일을 하도록 김정은이 군에게 역할을 부여했다는 뜻입니다.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

북한이 주요 건설 현장에 군을 투입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청장년들을 자원을 빙자해 대규모 건설 현장으로 내몰기도 하지만, 규율과 체계가 엄격히 서 있는 군부대를 동원해 주요 건설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 북한의 전통적인 노력 동원 방식 중 하나였습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군의 역할이 다방면으로 확대되면서 '선군정치'라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선군정치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군이 중심이 되는 형태를 말하는데, 군이 국가 보위는 물론 경제 건설을 주도하고 사회 통제까지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김정일은 선군정치를 표방하여 군 인사들을 중용했다. 2011년 11월 김정일이 황해도 과일군을 현지 지도했을 때 모습
1990년대 중반 대외적 고립과 식량난으로 인한 '고난의 행군'으로 체제의 존립마저 위협받는 상황에서 김정일이 군에 의지해 위기를 돌파하려 했던 것이 선군정치의 본질입니다. 이 시기 김정일의 현지 지도에서 군 인사들이 측근 자리를 차지했고, 주요 행사에서 북한군 간부들의 위상이 눈에 띄게 상승했습니다. 1998년 신년 사설에서는 사회가 군을 따라 배울 것을 독려하는가 하면, 2009년 개정된 헌법에서는 "선군사상을 자기 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는 규정이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북한군의 이 같은 위상 상승과 함께 김정일 시대 들어 당의 공식 회의는 사라졌습니다. 당 대회는 물론 전원회의 등 당의 공식 기구가 가동되었다는 보도는 2010년 9월 김정은이 처음 등장했던 제3차 당 대표자회까지 나오지 않았습니다.

사회주의 국가는 당이 곧 국가이자 당이 모든 것의 우위에 있는 이른바 '당-국가체제'인데, 당의 공식 회의는 사라지고 군의 역할이 과도하게 부상하면서 당의 역할을 군이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였습니다. 물론 사회주의 체제가 당 우위라는 관점에서 보면 군이 당의 역할을 대체했다기보다는 당의 주요 역할을 군이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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