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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블더] "군대식으로 영감들 괴롭혀"…70대 경비원 극단 선택

어제(14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일하던 70대 경비원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 아파트에서만 10년 넘게 일했다는데 갑질을 버틸 수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숨진 경비원 박 모 씨의 유서엔 함께 고생했던 동료들에게 남기는 감사 인사와 함께, 자신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관리소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동료들은 지난해 말 부임한 관리소장 안 모 씨의 갑질에 박 씨가 힘들어했다고 전합니다.

[동료 경비원 : 네가 왜 반장이 돼서 제대로 뭐했냐, 이러면 이제 꼬투리 잡힌 거예요. 1월 말까지만 하고 그만두라고 이제 자꾸 압력을 넣는 거예요. 군대식으로 70살 먹은 영감들한테 너무 인격적 모독을 줘 버린 거예요, "그거 뿐이 뭐야! 다시 보고해 봐!" 이런 사람 처음 봐요, 약자를 그렇게 괴롭혀 대.]

일주일 전 박 씨는 10년이 넘게 일해 오른 경비반장에서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되기도 했습니다.

유서에는 이 아파트에 근무하던 미화원의 죽음도 책임져야 한다고 했는데, 동료들은 미화원이 관리소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은 다음 날 충격으로 사망했다고 말합니다.

[동료 경비원 : (해고된 미화원이) 장애 아들하고 둘이 살아요.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아서 충격이 안 오겠어요? 그날 해고 통보를 받고 숨도 못 쉴 정도로 그랬대요.]

관리소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파트 관리 업체 직원 : 정상적인 업무 지시 말고는 이렇게 지시하지도 않아요. 아파트가 재건축을 앞두고 시끄러워요. (무슨 상관이에요?) 이번 건으로 관리소장을 공격하기 위한 좋은 소재를 얻었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경찰은 실제 갑질이 있었는지 등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괴롭힘과 갑질 피해를 호소했던 아파트 경비 노동자의 비극은 반복되고 있죠.

지난 2020년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고 최희석 씨가 대표적입니다.

입주민 심 모 씨의 심각한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던 최희석 씨, 음성으로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故 최희석 씨 (유족이 공개한 음성 유언 중) : 경비복 벗어 이○○아. 산으로 가자. 경비복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라고 그랬습니다. 사직서 안 냈으니까 100대 맞아 ….정말 ○○○씨라는 사람한테 다시 안 당하도록, 경비가 억울한 일을 안 당하도록 제발 도와주세요. 강력히 처벌해주세요.]

유족들은 이런 비극이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간곡히 호소했습니다.

[故 최희석 씨 친형 (지난 2020년, 49재 당시) : 앞으로 경비원이 최희석 하나로 갑질을 당하고, 최희석 하나로 언어 폭행을 당하는 사람이 마지막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는 대한민국 땅에 좀 그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내 동생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정말 부탁입니다.]

최 씨를 괴롭혔던 주민 심 모 씨는 1심에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고, 경비원들의 취약한 노동 환경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법 개정도 이뤄졌는데, 정작 경비원들이 처한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겁니다.

[故 최희석 씨 친형 (오늘 SBS 통화) : 매스컴이 나오고 이럴 때만 떠들지, 막상 지금은 그 효과도 없어요. 가슴이 또 미어지죠. 또 하나, 한 사람이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구나 이런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저려 옵니다.]

이 때문에 관리소장, 입주민과 경비원 사이에 직장 내 괴롭힘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진호/직장갑질 119 집행위원장 : 우리 사회의 일터의 약자라고 할 수 있는 경비 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지, 이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최희석 경비 노동자 사건으로부터 2년 (넘게) 지났지만,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현재 상황, 실태가 이걸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요. 제 3자(입주민), 원청 관리자 모두에게 지금 갑질을 겪고 있다고 하는 것이 지금 확인된 건데, 적용 범위를 원청 관리자나 입주자 대표 회의도 적용이 될 수 있도록(해야 합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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