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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보고서 "북한 인구 42% 영양실조…폭력 피해 여성 보호 못 받아"

유엔 보고서 "북한 인구 42% 영양실조…폭력 피해 여성 보호 못 받아"
▲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에 낸 보고서에는 북한의 열악한 식량·보건 현황과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의 현실이 집중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북한 인구의 42%가 식량 부족으로 인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여성들이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 "하루 세끼는 사치" 식량난 심화…의료 서비스 접근성도 문제

이번 북한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식량 및 의료 서비스 접근성 문제를 북한 인권의 '최우선 관심사'라고 평가하며 서두에 관련 내용을 다뤘습니다.

보고서는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 등에 근거해 2021년 말 기준으로 북한 인구의 60%가 식량 부족에 따른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식량 불안을 호소하는 인구 비율은 코로나 19 대유행 이전 40%에서 20%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북한 인구의 41.6%는 영양실조로 고통받은 것으로 추정했고, "대부분 가정에서는 하루 세끼를 먹는 일이 사치스러운 것이 됐다"고 전했습니다.

의약품과 의료 서비스 접근성도 심각한 인권 현안으로 꼽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병원에서는 기본 의약품과 마취제, 소독제, 정맥주사제 등이 부족해 간단한 의료 시술마저 할 수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작년 8월 의약품 불법 생산·판매에 대한 엄격한 처벌 규정이 도입된 이후 문제가 더 심화했다"고 썼습니다.

코로나 19의 경우, 세계백신면역연합이 파악한 내용을 근거로 북한이 작년 6월 중국의 백신 공급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전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매체들을 인용해 "작년 10월 북한에서 17∼65세를 대상으로 2차례 백신을 투여했는데 평양과 중국 접경 지역 거주민들에게 우선으로 접종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아동·청소년은 위생 문제에도 노출돼 있었습니다.

학교의 50%, 보육원의 38%가 식수 및 위생시설 부족 상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 "산모 사망 증가, 생리 문제는 논외…가정폭력·부부성폭행 처벌부재"

보고서는 북한 여성 인권 문제를 보건과 형사정책, 생활경제, 탈북 현실 등 분야로 나눠 집중적으로 조명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산모 사망률은 2017년 10만 명 당 89명에서 2020년 107명으로 증가했습니다.

여성들은 생리 기간에 적절한 위생 환경과 휴식 등이 필요하지만 생리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으며 사회적 낙인의 원인이 된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낙태 역시 규제 범위가 불분명하고 명확한 관련 법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보고서는 가정폭력이 금지돼 있지만 어떤 조건에서 처벌하는지 법적으로 정의되지 않았으며 북한의 여성권리보호 및 증진에 관한 법률에서도 가해자 처벌보다는 화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부간 성폭행은 범죄로 취급되지 않습니다.

성폭행은 무거운 처벌 규정이 있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남성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보고서는 전했습니다.

북한이 최근 통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장마당은 여성의 재정적 자율성을 개선한 배경이 됐지만 시장 참여 여성들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관리들이 상행위 통제를 명목으로 강제적 성행위를 요구하고 여성이 저항하면 시장 접근권을 잃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당국의 장마당 통제 강화는 여성의 생계뿐 아니라 가정 내 폭력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여성의 의상과 화장방식까지 국가의 통제를 받는 현실, 탈북 여성이 중국 남성과 강제 결혼이나 성 산업에 내몰리는 현실 등도 인권침해 문제로 짚었습니다.

◇ "국경 봉쇄로 검증 가능한 정보 입수 한계"

보고서는 2020년 초 북한이 방역 등을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탈북자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매년 1천 명 이상의 탈북자가 한국으로 입국했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63명, 67명만 입국했으며 이마저도 국경 봉쇄 이전에 북한을 떠난 사람들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이로 인해 신뢰할 만한 정보가 부족해 북한의 최근 인권 상황을 평가하는 데 제약이 있었다는 점을 보고서는 인정했습니다.

실제로 북한 내 병원들이 난방 연료 부족으로 환자들을 퇴원시키고 있다거나 임신한 수감자가 먹을 게 없어 개 사료를 훔쳐 먹었다는 내용 등 보고서에서 다뤄진 여러 인권침해 사례는 북한 인권 전문 매체의 보도나 탈북자 관련 논문, 탈북자 인터뷰 등에서 인용됐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여성 인권과 강제송환·인신매매 금지 등에 관한 국제 인권규약을 준수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국제사회와 협력·소통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지원할 방안을 모색할 것을 유엔 회원국에 요청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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