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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미국 은행 파산 또 파산…그런데 왜 금융시장은 조용?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14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오늘도 미국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어요.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에 이어서 어제 비슷한 중급 은행 한 곳도 파산 선고가 내려졌어요.

<기자>

네. 지난 주말에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에 이어서 또 하나의 은행 파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유명한 은행입니다.

미국 동부 뉴욕을 중심으로 24년째 영업해온 시그니처은행, 지금까지 미국에서 파산한 은행 규모로 역대 세 번째입니다. 실리콘밸리가 두 번째였습니다.

미국에서 지금 자산 규모가 130조 원에서 300조 원 사이인 은행들 중에 걱정되는 곳들이 있다고 어제 말씀드렸는데요.

실리콘밸리와 마찬가지로 시그니처도 이 범위 안에 드는 중급은행이었습니다.

참고로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 체이스의 총자산이 4천200조 원 정도, 우리 신한은행의 총자산은 550조 원 정도입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경영 실패와는 또 다르게 시그니처은행은 리스크가 큰 영업을 하다가 타격을 입었습니다.

원래 부동산 관련 금융을 주로 하던 데거든요.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의 막대한 부동산 투자에 대출을 많이 해준 곳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동안 예치금을 가상자산으로도 받기 시작합니다. 이걸로 한동안 고속 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한국산 코인 테라와 루나가 무너지고 올해 미국의 대형 가상화폐 거래소 FTX가 파산한 이후로 손실도 컸고 고객들이 예금을 계속 빼가던 불안한 처지였습니다.

실리콘밸리가 파산하면서 이 대량 예금 인출 사태가 급격히 더 심각해졌고요. 결국 어제 문을 닫았습니다.

<앵커>

상황이 이런데 어제 우리 주식과 환율 시장은 안정적이었어요. 왜 그랬던 겁니까?

<기자>

어제 아침뉴스가 끝나고, 우리 장이 시작되기 전에 아직 일요일이었던 미국에서 급히 나온 결정이 있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실리콘밸리은행의 예금을 모두 보장해 주기로 한 겁니다. 몇 달 뒤 이런 것도 아니고 바로 인출이 가능합니다.

은행에 돈이 묶여서 당장 직원들 월급도 못 줄 지경이었던 많은 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시그니처은행의 예금자들에 대해서도 같은 보호조치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아직까지는 금융위기로 번졌다고 말하기는 이르다는 안도감이 어제 우리 금융시장에 반영된 겁니다.

지난주 이후로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와 비슷하게 위험한 은행으로 거론된 유명한 몇 곳이 있었습니다.

시그니처가 그중 하나였는데, 침묵을 지키다가 이틀 만에 뒤따라 파산했습니다.

하지만 거론됐던 다른 곳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웨스턴얼라이언스은행 이런 긴 이름의 은행들인데요.

이런 곳들은 바로 발표가 나왔습니다. 자산도 잘 분산해 놨고 고객들 예금 돌려줄 돈도 충분하다 밝힌 겁니다.

다시 말해서 비슷비슷해 보이는 중급 은행들이지만, 대비가 된 곳들과 그렇지 않은 곳들이 나뉘어 있다.

아직 불안이 모두 해소된 건 아니지만 예금 전액 보호 조치로 당장 급한 발등의 불은 껐고, 더 이상 불이 번질지는 좀 더 지켜볼 수 있게 됐다는 분위기가 된 거죠.

<앵커>

이런 분위기도 분명히 영향을 줬겠지만 미국이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했는데 이게 좀 제동이 걸릴 것 같다는 기대도 좀 작용을 한 것 같아요.

<기자>

네. 이게 큽니다. 은행들의 연이은 파산의 영향은 제한적이고 금리는 못 올리겠지 이렇게 된 거죠.

미국은 당장 우리 시간으로 다음 주 목요일에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거다 한국도 어느 정도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이게 거의 기정사실화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과연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망한 은행들이 급격하게 진행된 고금리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서 연이어 파산한 게 누가 봐도 확실한 상황에서 과연 연준이 사실상 예고했던 대로 금리를 크게 올릴 수 있을 것인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다만 미국 정부가 보호하기로 한 건 예금에 한해서입니다.

파산한 은행들이나 경영진을 구제하진 않겠다고 바이든 대통령부터 어젯밤에 다시 강조했습니다.

바닥을 친 이들 회사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실리콘밸리와 시그니처은행의 주식을 수백억 원어치씩 보유했던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 같은 곳들의 투자금은 건지기 어렵습니다.

당장 실리콘밸리은행 CEO가 고작 2주 전에 자기 몫의 주식을 팔고 폭락한 지금 가격과 비슷한 싼값에 다시 사들였던 것, 파산 몇 시간 전까지 수천에서 수억 원의 보너스를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던 것 이런 사실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설사 은행 파산이 더 나와도 은행을 구제하진 않겠다는 점을 미국이 분명히 지금까지는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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