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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돌덩이 매단 심정"…검찰총수의 조금 특별한 애도

[스프] "돌덩이 매단 심정"…검찰총수의 조금 특별한 애도
"무거운 돌덩이 매달고 사는 심정이다"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법률에 맞고, 세상의 이치에 맞고, 사람 사는 인정에 맞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검 간부들을 모아놓고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첫 비서실장이 숨진 데 대해 애도를 표하면서 한 말들인데요, 과거 검찰총수들이 피의자 사망에 대해 애도와 위로를 표하는 방식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이원석 총장 "무거운 돌덩이 매달고 사는 심정"

이원석 검찰총장이 대검 부장회의를 소집했는데요, 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 전 모 씨 사망과 관련해 애도의 뜻과 유족에 대한 위로, 검찰에 대한 당부 등을 언급했습니다. 검찰총장의 회의 발언 내용은 기자들에게도 알려졌는데요, 이런 식으로 애도 메시지가 공개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죠.

이브닝브리핑이 총장은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를 다시 드린다"는 말로 시작했습니다. 

이어서 "검사에게는 이러한 굴레가 계속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늘 마음 한켠에 무거운 돌덩이를 매달고 사는 심정이다"라고 했는데요, '무거운 돌덩이를 매달고 사는 심정'이라는 비유적 표현을 통해 검찰총수의 부담감을 언급한 것으로 보이네요.

이어 "이전까지는 담당했던 사건에서 안타까운 일이 없어 스스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총장이 되고 보니 전국의 모든 사건이 총장의 책임으로 생각돼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검찰을 향해서는 "앞으로 안타까운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에 맞고, 세상의 이치에 맞고, 사람 사는 인정에 맞도록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법리만 따질 게 아니라 세상의 이치와 사람 사는 인정도 살피라고 한 겁니다.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한 것은 어디에도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깊은 위로를 다시 드린다.
앞으로도 수사와 재판을 해야 하는데, 검사에게는 이러한 굴레가 계속 숙명처럼 따라다닌다.
늘 마음 한켠에 무거운 돌덩이를 매달고 사는 심정이다. 
이전까지는 담당했던 사건에서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없어서 스스로 다행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총장이 되고 보니 전국의 모든 사건이 총장의 책임으로 생각되어 며칠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앞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법률에 맞고, 세상의 이치에 맞고, 사람 사는 인정에 맞도록'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

검찰이 전한 이원석 검찰총장 회의 발언
 

표현 방식 등 과거 검찰총수와 달라

검찰 수사를 받던 관계자들이 극단적 선택을 했을 때 검찰총장이 애도와 유감을 표명하는 일이 종종있었지만 짧고 절제된 내용이 전부였죠.
이브닝브리핑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2016년 롯데그룹 경영비리 수사 당시 소환을 앞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사망했을 때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당시 수사 지휘하던 간부도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며 명복을 빈다"고 했습니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2017년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방해 혐의를 받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해 사망하자 빈소를 찾아 조문했습니다. 기자들에게는"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고인과 유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애도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원석 총장의 애도와 위로 메시지를 이전 검찰총장들과 비교하면 생각을 정돈해 회의석상에서 말하고 기자들에게 전달했다는 점, 비유적 표현으로 자신의 심경을 전달하고 검찰에 인간적인 면까지 주문한 점 등이 다르네요.
 

강압수사 논란 의식했나?

이전 총장과 다른 이원석 총장의 애도는 야당을 중심으로 불거지는 '강압수사'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죠. 

검찰은 전 씨에 대해 "한 차례만 소환 조사하고 이후 별도의 조사나 출석요구는 없었다"며 강압수사 논란 확산을 차단하려 하지만 책임론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죠. 숨진 전 씨가 유서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억울함을 여러 차례 토로하고 '수사가 조작됐다'고까지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는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이 돼 억울하다", "(사건 당시) 행정기획국장이어서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됐다", "검찰 수사에 조작이 있다"는 내용이 유서에 들어있다고 하는데요, 이들 내용이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지만 검찰이 강압수사 의혹을 살 만하죠.

이브닝브리핑
앞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에 연루됐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고 김문기 씨도 검찰 수사에 대한 극심한 심적 부담을 호소했고, 같은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고 유한기 씨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유동규 씨와 김만배 씨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죠.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인물들이 극단 선택을 시도하면서 이들의 죽음에 대한 검찰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원석 총장의 메시지가 나온 겁니다. 검찰 책임론을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도 일부 완급 조절이 불가피할 듯한데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은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 "수사받고 목숨 끊는 사례 왜 계속되나"

민주당 의원들은 검찰의 수사 관행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압박수사가 전 씨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이재명 대표 주장의 연장선에 있는 거죠.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먼지털이 수사'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박 의원은 "2021년 대선이 시작되는 그 시점부터 지금 1년 반 이상 한 사람에 대해서 사실상의 먼지털기와 같은 그런 수사를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졌다"고 했습니다. 또 "(소환조사) 횟수라든지 지금 사망 시까지의 시간적인 격차가 문제가 아니라, 최근에 쌍방울 대북협력 송금과 관련된 언론의 언급들이 보도되면서 고인이 겪었을 심리적 충격이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검찰 수사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검찰 수사받고 목숨 끊는 사례를 집중 거론하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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