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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압수영장 대면 심리, 수사기관 한정 검토…법원, '디테일' 손질 착수

[취재파일] 압수영장 대면 심리, 수사기관 한정 검토…법원, '디테일' 손질 착수
어제(10일)와 그제, 이틀에 걸쳐 전국의 법원장들이 충남 부여에 모였습니다. 현재 가장 중요한 법원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첫 번째 주제는 가장 뜨거운 논쟁 대상인 압수·수색 절차에 관한 형사소송규칙 개정 방안이었습니다. 이번 법원장 간담회에서는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의견을 일부 수렴하는 방향으로 검토하자는 안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3일, 압수·수색 절차에 관한 형사소송규칙 개정안 초안을 내놓은 이후 처음입니다.
   

최대 쟁점은 '압수영장 심문 대상'…"수사기관 한정 검토"

이번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의 목적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를 막기 위해 사법기관이 적극 개입해 불필요한 압수를 더 촘촘하게 걸러내겠다는 겁니다. 취지는 좋습니다. 다만 세부사항들이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먼저 압수·수색영장 발부 전 심문의 대상입니다. 초안은 법원이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을 심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문구가 애매모호하다고 지적합니다. 대상이 지나치게 넓은 범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말입니다. 문구에 따르면 수사 대상인 피의자나 피압수자, 또는 사건 제보자 등이 심문 대상이 될 수 있고, 이 경우 압수·수색 시점과 내용 등이 피의자에게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수사 초기에 진행되는 압수·수색은 증거 인멸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피의자가 알지 못하게 진행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심문 과정에서 이 밀행성이 담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는 상당히 힘을 얻고 있습니다.

법원이 초안을 내놓은 뒤, 검찰은 즉각 우려를 표하며 입장을 냈습니다. 검찰은 물론 경찰, 공수처 등 수사기관들 역시 일제히 수사 밀행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법원행정처에 공개적으로 발송했습니다.

이런 반발을 고려한 탓인지, 이번 법원장 간담회에서는 심문 대상을 '수사기관, 또는 수사기관이 대동한 자' 등으로 더욱 특정하는 방안이 심도있게 논의됐다고 합니다. 사실상 심문 대상을 수사기관으로 한정한다는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초안 문구에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입니다.

3월 10일~11일 충남 부여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

'참여권 보장 범위' · '검색어 특정'도 쟁점…추가 논의 필요

하지만 이번 간담회에서 압수‧수색 절차와 관련한 다른 쟁점들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 정도 더 있습니다.

하나는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 참여권을 보장받아야 할 대상을 규정한 문구가 다소 허술하다는 점입니다. 초안을 보면 법원은 압수·수색 집행 시 "피고인, 변호인 또는 피압수자에게 집행에 참여할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썼습니다.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피압수자 본인인 경우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피압수자가 특정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같은 인물이 아닌 경우, 그러니까 3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는 경우에도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 참여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문구대로라면 A라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B라는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해 압수·수색을 집행하는 경우에, A가 본인의 참여권을 행사하게 해달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문구만 놓고 보면, 극단적으로 말해서 B 또는 B의 변호인을 배제하고 A에 대해서만 참여권을 보장해도 문제가 없다고 해석될 수 있다"며 "'피압수자 또는 그 변호인'으로 문구를 한정하면 오인될 여지가 없을 텐데 애초에 입법 취지에 반하는 해석이 가능하도록 초안을 짜면 어떡하냐"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시 검색어를 특정하도록 한 조항입니다. 초안에 따르면 검찰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때 "분석에 사용할 검색어, 검색 대상 기간 등 집행 계획"을 적시해야 합니다. 문제는 압수·수색 대상을 뭐라고 검색해야 할지 미리 특정하기 매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자신의 범죄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파일명을 엉뚱한 것으로 저장하거나 압축 파일 형태로 숨겨놓는 경우 등이 절대 다수이므로 수색에 큰 제약이 따르게 된다는 게 수사기관의 주장입니다. 마약 거래 기록이나 성착취물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수색은 광범위하게 하고 별건 압수를 제한하도록 문구를 고쳐야 한다거나, 범죄 혐의와 관련이 없는 정보는 압수해도 법정에서 증거능력이 없으니 지금도 큰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법원장 간담회에서는 이 두 가지 쟁점 사항에 대해 별다른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법원행정처가 오는 14일까지 수사기관 등 유관기관의 의견 수렴을 마치면 그 이후 더 구체적이고 넓은 범위의 손질에 착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행정처는 각 기관 의견에 대한 반영 여부를 판단한 뒤 그 결과를 해당 기관에 통보해야 합니다. 이후 최종 검토 보고서를 대법관회의에 제출하면 대법관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공포, 시행하게 됩니다. 법원행정처 고위 관계자는 "한국형사법학회 등 학계 의견을 듣는 심포지엄 같은 추가 공론화 과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론화 과정에서 심층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기존 6월 1일로 예정돼 있던 규칙 시행일을 더 미룰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3월 10일~11일 충남 부여에서 열린 전국 법원장 간담회

규칙 시행 앞두고 '디테일' 손봐야

이번 초안 개정 이유를 그대로 옮겨오면 이렇습니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은 전자정보의 특성으로 인하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높아 특별히 규율할 필요가 있으므로 선별압수의 원칙을 준수하고 당사자의 절차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실무 등을 개선하고자 함", 한마디로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이 이유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개정안 초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는 수사기관들도 취지에 동의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본래 악마는 디테일에 있습니다. 일부 조항이 미흡하거나 허술한 채로 개정된다면 기본권 침해를 막으려다 더 많은 범죄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법원행정처가 유관 기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법원장 간담회에서 '수사기관 한정'이라는 외부 의견 수렴을 검토하기 시작한 법원의 열린 태도가 더 나은 시스템 정비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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