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방문은 '최고 수준 예우'…형식별 차이는?
최고 수준의 예우인 국빈 방문은 통상 의장대 사열을 포함한 공식 환영식과 예포 발사, 공연이 포함된 국빈 만찬, 고위급 환영·환송식 등이 수반됩니다. 이번 윤 대통령 미국 방문은 국빈 형식에 맞춰 숙소로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가 제공됩니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미 의회 연설은 국빈 방문과는 별개입니다. 국빈 방문은 백악관에서 결정하지만 의회 연설 여부는 전적으로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지만 당시 국빈 자격은 아니었습니다.
의전상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빈 방문이라고 해서 사실 내용상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건 회담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국빈으로 방문했다고 해도 회담에서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하고 내주기만 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우'입니다. 물론 대통령이나 총리가 예우 좀 받자고 각국이 외교전을 치르는 건 아닙니다. 독재 국가라면 모를까 초청하는 쪽에서도 국가원수나 총리 개인을 보고 국빈 초청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 때문"
사실 국빈으로 외국을 방문하려면 초청하는 쪽에서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저 남의 나라 대통령이나 총리 면이나 세워주자고 부르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한 외교 전문가는 '국빈 초청은 상당한 예산과 함께 그 나라 핵심 인적 자원이 대거 투입되는 행사'라고 설명했습니다. 돈보다 시간이 더 귀한 미국 정가의 최고 지도부가 치르는 행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도 미국 입장에서 그만한 노력을 들여 '예우'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이 이렇게 윤 대통령의 방미에 공을 들이는 건 한미 동맹 70주년이라는 상징성 외에 갈수록 커지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입니다. 우리 정부도 이번 국빈 초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관련해 한국의 협력이 그만큼 중요하고 절실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일 패권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북한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전략 성공을 위해, 군사 및 경제 분야에서 한미일 공조는 물론 쿼드 같은 협의체에 한국의 적극 참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미국이 내밀 '국빈 청구서' 뭘까?
실제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데 한국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거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동참해달라고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인했지만 나중에라도 이런 요구가 뒤따를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시장, 나아가 대북 문제 해법에서 두 나라의 지원이 절실한 우리에게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이번 방미에서 미국이 내밀 '국빈 청구서'보다 더 큰 국익을 챙기는 게 가장 확실한 해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