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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국빈 방문에 목매는 이유…국빈 청구서와 손익 계산

[월드리포트] 국빈 방문에 목매는 이유…국빈 청구서와 손익 계산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 달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합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건 지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입니다. 정부는 그간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가 한미 동맹 70주년에 맞춰 국빈 자격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왔습니다. 국내외 언론도 국빈 방문이란 점에 주목하며 그 배경과 손익 계산을 따지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국빈 방문이 무엇이며 외교가에서는 왜 여기에 목을 매는 것일까요?
 

국빈 방문은 '최고 수준 예우'…형식별 차이는?

국빈 방문이 무엇인지 알려면 먼저 외국을 방문하는 형식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각국마다 형식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정부 기준을 토대로 설명하겠습니다. 외교부에 따르면 외국 귀빈을 맞는 형태는 국빈 방문(State Visit), 공식 방문(Official Visit), 실무 방문(Working Visit), 사적 방문(Private Visit) 등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외빈은 국가원수와 실권형 총리(행정부 수반), 일반 총리, 외교부 장관을 말하는데, 이 가운데 국빈 방문은 국가원수와 실권형 총리만 가능합니다. 국빈 방문 접수는 원칙적으로 외빈의 재임 기간 중 1회에 한하며, 해당 외빈이 재선 또는 변경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재차 국빈 방문이 가능합니다.

최고 수준의 예우인 국빈 방문은 통상 의장대 사열을 포함한 공식 환영식과 예포 발사, 공연이 포함된 국빈 만찬, 고위급 환영·환송식 등이 수반됩니다. 이번 윤 대통령 미국 방문은 국빈 형식에 맞춰 숙소로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가 제공됩니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미 의회 연설은 국빈 방문과는 별개입니다. 국빈 방문은 백악관에서 결정하지만 의회 연설 여부는 전적으로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5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했지만 당시 국빈 자격은 아니었습니다.

백악관

의전상 차이에도 불구하고 국빈 방문이라고 해서 사실 내용상 크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어차피 중요한 건 회담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국빈으로 방문했다고 해도 회담에서 아무 것도 건지지 못하고 내주기만 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예우'입니다. 물론 대통령이나 총리가 예우 좀 받자고 각국이 외교전을 치르는 건 아닙니다. 독재 국가라면 모를까 초청하는 쪽에서도 국가원수나 총리 개인을 보고 국빈 초청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전략적 가치' 때문"

국빈 방문 소식이 전해진 뒤 워싱턴 정가를 중심으로 여러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관리의 말을 인용해 삼성, SK 같은 대기업들의 투자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선 최근 한국이 경색된 한일 관계 해법을 제시한 데 따른 보상 차원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강제동원 해법 마련 훨씬 전부터 국빈 방문에 양국의 의견 접근이 이뤄져 있던 상황이며 국빈 방문을 기업 투자와 직접 연결하는 것 역시 과도한 해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초청한 쪽인 미국 관리들이 이번 국빈 방문 성사에 우리 기업들의 투자가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면 기업 활동이 정상 외교에 상당한 역할을 한 걸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국빈으로 외국을 방문하려면 초청하는 쪽에서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저 남의 나라 대통령이나 총리 면이나 세워주자고 부르는 건 아니니 말입니다. 한 외교 전문가는 '국빈 초청은 상당한 예산과 함께 그 나라 핵심 인적 자원이 대거 투입되는 행사'라고 설명했습니다. 돈보다 시간이 더 귀한 미국 정가의 최고 지도부가 치르는 행사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도 미국 입장에서 그만한 노력을 들여 '예우'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미국이 이렇게 윤 대통령의 방미에 공을 들이는 건 한미 동맹 70주년이라는 상징성 외에 갈수록 커지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입니다. 우리 정부도 이번 국빈 초청 이유를 설명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와 관련해 한국의 협력이 그만큼 중요하고 절실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유일 패권 경쟁국인 중국은 물론 러시아와 북한을 견제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동북아와 인도·태평양 전략 성공을 위해, 군사 및 경제 분야에서 한미일 공조는 물론 쿼드 같은 협의체에 한국의 적극 참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미일, 바이든

미국이 내밀 '국빈 청구서' 뭘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해 여러 나라가 줄을 서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떻게 '국빈'을 따냈는지 문의가 줄을 이었다는 후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미국이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 평가해 그런 거라면, 다시 말해 우리가 뭔가 해주고 받은 게 아니라면, 앞으로가 더 문제일 수 있습니다. 공짜가 없는 외교 무대에서 우리가 받은 '국빈' 예우에 맞는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는 데 한국이 적극 나서줄 것을 요구하거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동참해달라고 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부인했지만 나중에라도 이런 요구가 뒤따를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시장, 나아가 대북 문제 해법에서 두 나라의 지원이 절실한 우리에게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이번 방미에서 미국이 내밀 '국빈 청구서'보다 더 큰 국익을 챙기는 게 가장 확실한 해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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