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골절에 소량 혈흔, 사라진 모포…부사관 아내 사망 의문

강원 동해에서 육군 부사관이 승용차를 몰다가 단독사고를 내 아내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군 당국과 경찰이 아내의 사망 원인을 둘러싼 의문점을 규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발목에 개발성 골절상을 입었음에도 혈흔이 많지 않았던 데다 갈비뼈도 부러진 것으로 추정돼 군·경은 다양한 가능성을 살피고 있습니다.

오늘(10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이틀 전 새벽 육군 모 부대 소속 A(47) 원사가 낸 교통사고로 숨진 아내 B(41) 씨는 발목뼈가 피부를 뚫고 나올 정도로 심한 골절상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혈흔이 소량 발견됐습니다.

이에 경찰은 살아있는 상태에서의 죽음이 아닐 수 있다고 판단해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A 씨가 모포에 감싸진 상태의 B 씨를 차에 태우는 모습이 발견됐는데 정작 차량에는 모포가 없었습니다.

경찰은 사고 장소와 떨어진 곳에서 A 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포를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또 사고 직전 A 씨 차량이 사고 지점 주변을 여러 차례 맴도는 모습 역시 범죄 가능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고 당시 A 씨는 술을 마시지도 않은 상태였고, 사고 지점은 내리막길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A 씨는 사고 초기 병원에서 만난 경찰관들에게 "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사 당국은 B 씨의 갈비뼈 골절상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검시 결과 발목 골절상 외에 뚜렷한 외상은 없었으나 '갈비뼈가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는 의사 소견이 있어 사고 충격으로 인한 부상인지, 소방대원들의 심폐소생술로 발생한 것인지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다만 어제 이뤄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일 오전 4시 58분쯤 강원 동해시 구호동에서 육군 모 부대 소속 A 씨가 몰던 싼타페 승용차가 축대 벽을 들이받아 조수석에 타고 있던 B 씨가 숨지고, A 씨가 다발성 골절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사고 당시 강한 충격으로 차량 앞부분이 심하게 부서지면서 A 씨와 B 씨가 차량에 갇혔고, 소방대원들은 오전 5시 17분 B 씨를 먼저 구조한 데 이어 20분 뒤 A 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육군 관계자는 어제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군에서 경찰과 합동으로 사고 경위와 사망 원인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