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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포커스] 당이 직업 정해주는 북한, '80살 뱀할머니' 조명한 의도는?

<앵커>

한반도 포커스입니다. 북한에서는 당이나 행정기관이 개인의 직업을 결정하기 때문에 직업 선택의 자유가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특별한 직업의식을 주문한다고 합니다.

김아영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김정은 총비서가 6번이나 찾았다는 평양 중앙동물원입니다.

조선중앙TV가 이곳에서 50년 넘게 일 했다는 한 노사육사의 이야기를 조명했습니다.

악어를 다루는 남자 사육사조차도 끔찍해서 돌보고 싶지 않다고 꺼리는 동물이 있습니다.

[백금철/평양 중앙동물원 책임기사 : '뱀이다!' 이렇게 되면 벌써 끔찍한 걸로 뱀 관리하기를 꺼려합니다. 솔직히. 뱀한테 물리게 되면 사람이 독 탄다, 뱀한테 물리면 사람이 죽어야 된다….]

호랑이 같은 맹수들은 청소를 하기 전 우리에서 나가게 한 다음 공간을 분리해 관리하지만, 뱀은 그럴 수가 없어서 가까이 둔 채 청소를 해야한다는데요.

[조선중앙TV : 관람자들조차도 별로 반기는 동물들이 아니라고 해서 누가 선뜻 나서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바로 이 일을 무려 50여 년 동안 스스로 감당해온….]

뱀 관리 담당은 이제 여든 가까이 된 할머니 사육사입니다.

1960년대 갓 스무살을 넘긴 나이에 동물원에 처음 배치됐고 이때부터 맡은 동물이 뱀이었습니다.

주변에서도 다들 뱀을 싫어했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사랑했던 애인조차도 '끔찍하지 않은가'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버렸다고 합니다.]

[김인성/평양동물원 공훈사양공(사육사) : 남몰래 눈물도 흘렸지. 아닌 게 아니라 혼자서 여러모로 생각해봤습니다.]

조심한다고 조심했지만 독을 가진 코브라에게 물리는 아찔한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야단났구나 했는데 다행히도 살아났습니다. 코브라한테 물리면 무조건 죽는다고 그랬는데 죽지 않고 살아났습니다. 이날까지.]

조선중앙TV는 이 사육사가 여러 고민을 하면서도 뱀을 계속 돌본 이유가 '양심'이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의 양심은) 그 모든 것을 응당한 의무로 받아 안게 했습니다.]

사육사는 최고지도자가 인민들을 위해 마련한 동물원의 생명체들을 잘 보살피는 게 자신의 의무라고 결론을 내렸다는데요, 50년을 근무한 끝에 '공훈'사육사가 되기는 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출신 성분이나 충성도에 따라서 개인이 배치받는 자리가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남들이 꺼리는 자리에 가게 되더라도 이른바 양심을 통해 극복하라는 게 북한 당국이 하고 싶은 메시지처럼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 영상편집 : 정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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