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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일본 닮아가나"…참전 군인의 용기

<앵커>

저희 취재팀은 베트남에서 민간인 학살이 있던 날 작전에 참여했던 당시 해병대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전쟁 중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면서도 우리 정부가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참전 군인은 말했습니다.

강청완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기자>

1968년 해병 청룡부대 소속으로 퐁니마을 작전에 투입된 국가유공자 류진성 씨.

55년이 지난 지금도 또렷하게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류진성/당시 참전 군인 : 집에 이제 불을 지르니까 노인이 하나 막 울면서 뛰어나오더라고요. 선임 병사가 하나 와서 사살이 됐죠.]

류 씨 소대가 주민을 한 곳으로 모은 뒤 이튿날 그곳은 참혹한 현장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류진성/당시 참전 군인 : 옆을 보니까 도로 가에 막 거적대기 쫙 깔아놓고 시체를 죽 뉘여 놓은 거에요. 난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는지 몰랐습니다.]

희생자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고 류 씨는 기억합니다.

[류진성/당시 참전 군인 : 병장비를 들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어린이라든지 부녀자들….]

당시 청룡부대에 연락병으로 파견됐던 미군도 "학살 이후 시신이 널린 현장을 목격했다"고 증언합니다.

[하딩/당시 청룡부대 파견 미군 (다큐멘터리 '사도-성직자 그리고 살인자') : 한국 해병들이 있었고, 연못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기저기 시신이 보이기 시작했고, 물 속에 아기의 시신도 있었습니다.]

류 씨는 당시 민간인 학살은 전쟁 중 불가피하게 일어난 '사고'라 생각한다면서도, 양심에 늘 걸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재작년 11월, 용기를 내 법정에서 학살 정황을 증언했습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사과할 건 사과하는 게 자신이 바라는 대한민국이라는 류 씨.

[류진성/당시 참전 군인 : 잘못은 있을 수 있는 겁니다. 그걸 깨끗하게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도 군인의 용기입니다.]

학살 사실을 부인하는 정부가 안타깝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류진성/당시 참전 군인 : 왜 그렇게 일본을 닮아가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잘못됐다는 진솔한 사과 한 마디를 원하잖아요. 우리는 그렇게 요구하면서 우리는 왜 베트남한테 그걸 못 합니까.]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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