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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더 글로리' 같은 학교폭력, 얼마나 많이 발생할까?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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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혹시 독자 여러분은 개봉을 학수고대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나요? 저는 3월 말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도연 배우가 연기하는 킬러라니... 이 문장만 봐도 기대되지 않나요? 제 주변에선 <더 글로리> 파트 2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당장 내일(10일)이 파트2 공개 날이더라고요.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어떤 비참한 말로를 밟을지 내일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아마 학교폭력이 요즘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도 드라마지만 현실에서도 학교폭력 관련된 사건사고가 계속 있었죠.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을 저질렀다는 것도 큰 이슈가 되었고요.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현실에 씁쓸해하면서도 학교폭력과 관련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공분했죠.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 얼마나 많은 학교폭력이 일어나고 있는지 마부뉴스가 그 실태를 파악해 봤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얼마나 많은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있을까?
 

5만 3,812명의 학생들이 학교폭력 피해를 답했다

작년 9월, 교육부에서는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학교폭력이 얼마나 발생했는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정부에서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매년 진행해 오고 있거든요. 2022년 4월 11일부터 4주 동안 온라인과 모바일 조사를 진행했는데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모든 재학생 387만 4,867명에게 질문을 던졌고, 그중 82.9%가 참여했어요.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7%. 전국의 초중고 학생들 중 5만 3,812명이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대답했어요. 2013년 1차 조사 당시에 학교폭력 응답률이 2.2%였는데, 이번 조사의 1.7%라는 수치는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는 계속 응답률이 증가하고 있죠. 2020년 0.9%였던 학교폭력 응답률은 2021년 1차 조사땐 1.1%로 올랐고, 이번 조사에선 1.7%를 기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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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가 가장 응답률이 높습니다.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응답률은 3.8%, 중학생은 0.9%, 고등학생은 0.3%로 조사됐어요.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학년이 오르면 오를수록 응답률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이번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 응답률은 조사 이래 최대수치입니다. 전문가들은 학교 생활 경험이 적은 초등학생들이 코로나19 기간 동안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해결 능력을 기르지 못한 영향으로 보고 있어요.

고등학교의 학교폭력 응답률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보다 낮지만 폭력의 피해 빈도가 더 잦다는 게 특징입니다. 학교폭력 피해 빈도에 대한 질문에 ‘거의 매일’로 응답한 비율을 살펴보면 고등학생들은 27.0%로 중학생(26.2%), 초등학생(20.6%) 보다 높습니다. 게다가 피해 후 힘든 정도를 살펴봐도 고등학생들이 느끼는 힘든 정도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납니다. 정리해 보면 고등학교는 초등학교, 중학교보다 학교폭력 피해율은 낮지만, 피해 빈도는 더 잦고, 피해로 인해 학생들이 느끼는 힘든 정도는 더 큰 거죠.

학교폭력 유형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번엔 서울경찰청 자료를 살펴봤습니다. 최근 10년을 비교해 보면 성폭력 범죄가 10배 이상 증가했어요. 2012년 학교폭력 중 성폭력은 42건이었지만 2022년엔 무려 473건. 반면 직접적인 물리적 폭행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2012년 폭행과 상해 피해 건수는 2,935건이었지만 2022년엔 1,148건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죠. 신체적 폭력이 줄어든 대신 언어폭력은 2012년 78건에서 2022년 162건으로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학교알리미를 보면 전국의 학교폭력을 알 수 있다


교육부에서 매년 조사하는 실태조사는 전체적인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마부뉴스는 교육부에서 만든 학교알리미 서비스를 이용해보려고 해요. 학교알리미에는 전국 초중고의 학생, 교원, 교육활동 등 학교의 주요 정보가 공시되어 올라오거든요. 정부에서 교육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다 공개하는 거죠.

공시자료에는 당연히 학교별로 학교폭력 실태조사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다른 자료들은 그냥 볼 수 있지만 학교폭력 관련 자료는 숫자를 입력해야지만 볼 수 있도록 해 두었어요. 교육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시를 한다고 만든 학교알리미인데 학교폭력 자료는 왜 불편하게 만든 걸까요? 여하튼, 마부뉴스에서는 이 자료를 크롤링해서 정리해 봤습니다. 모든 공시 자료를 크롤링하면 좋겠지만 시간적 한계가 있어서 2022년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해 볼게요. 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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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학교폭력 응답률이 가장 높았던 초등학교부터 살펴볼게요. 위의 지도는 서울에 위치한 초등학교의 2022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나타낸 자료입니다. 2022년 서울의 초등학생 중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모두 8,054명이었어요. 전체 조사 대상 학생이 20만 4,836명이니까 응답률은 3.9% 정도죠.

구 단위로 살펴보면 용산구가 가장 학교폭력 응답률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어요. 용산구의 초등학생 3,251명 중 173명이 학교폭력의 피해를 봤다고 대답했는데 계산해 보면 응답률은 5.3%. 서울에서 유일하게 5%대를 기록한 곳입니다. 뒤이어 중랑구(4.9%), 종로구(4.8%), 금천구(4.7%), 광진구(4.5%) 순이었어요.

학교별로 살펴보면 서울본동초등학교가 15.6%로 가장 높은 학교폭력 응답률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본동초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대상 학생수가 45명으로 상당히 작은 규모더라고요. 실태조사 대상이 100명 이상인 학교로 한정하면 상명대학교사범대학부속초등학교가 15.5%(148명 중 23명)로 학교폭력 응답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다음으로는 신광초등학교가 13.8%(181명 중 25명), 경희초등학교가 13.0%(262명 중 34명)로 분석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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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시군구 단위로 넓혀볼게요. 시군구 단위로 살펴보면 부산광역시 중구가 11.3%로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실태조사 대상자 620명 중 피해 응답 학생수는 70명이죠. 부산광역시 중구가 이렇게 높은 학교폭력 응답률이 나온 건 부산 남성초등학교의 영향인데, 남성초등학교는 유일하게 전국에서 20%가 넘는 학교폭력 응답률을 기록한 초등학교입니다.

부산 남성초등학교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 정보를 살펴보니 2021년 1학기에 신체폭력으로 2번의 학폭위가 열렸고 2학기때도 2번(신체폭력 1건, 따돌림 1건), 총 4번의 학폭위가 열릴 정도로 학교폭력이 많이 발생했더라고요. 학폭위가 열리지 않고 학교장이 자체적으로 해결한 경우도 1건 있었습니다.

물론 학폭위가 자주 열린다고 해서 학교폭력이 자주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학교폭력 신고를 받아도 학폭위를 열지 않고 조용히 내부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죠. 남성초등학교 관계자는 "학교폭력 신고가 발생하면, 즉각 학폭위 개최를 통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성화고 > 특목고 > 자율고 > 일반고

이번엔 고등학교의 학교폭력 실태입니다. 교육부 실태조사에서도 나왔지만 고등학교의 학교폭력은 초등학교와 중학교보다는 피해율이 낮게 조사됩니다. 하지만 피해 빈도는 더 잦고, 힘든 정도는 큰 만큼 따로 분석이 필요해 보였어요. 이번에도 서울의 고등학교 먼저 분석을 시작해 볼게요.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을 살펴보면 관악구가 가장 높게 나왔습니다. 관악구는 전체 조사 대상인원 8,492명 대비 피해 응답 학생수는 25명으로 0.29%를 기록했는데 뒤이어 중랑구(5,794명 중 17명, 0.29%), 중구(5,547명 중 16명, 0.29%) 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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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별로 보면 덕일전자공업고등학교가 2.78%로 유일하게 서울에서 2%대를 기록한 학교로 분석됐어요. 뒤이어 영락의료과학고등학교가 1.62%, 서일문화예술고등학교 1.57%로 조사됐는데 학교폭력 응답률 상위 3개 고등학교를 보면 다 특성화고등학교라는 공통점이 있죠. 서울시에서만 그런 건지 전국 단위에서 학교 특성별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조금 더 분석해 보겠습니다.

아래 표를 보면 학교 특성별로 학교폭력 응답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알 수 있을 겁니다. 보면 알겠지만 설립 유형에 따라 구분하면 공립이 사립보다 더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은 학생들의 응답이 많았어요. 자율고등학교에서만 사립이 공립보다 높았을 뿐 나머지 고등학교에서는 공립의 학교폭력 응답률이 더 높죠. 학교 유형별로 보면 일반고보다는 특목고, 특성화고에서 더 높은 학교폭력 응답률이 조사됐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건 공립 특성화고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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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 단위로 보면 전북 부안군이 1,031명 조사 대상 중 10명이 학교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대답하면서 응답률 0.97%를 기록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어요. 뒤이어 전남 강진군(0.81%), 충북 보은군(0.78%) 순이죠. 학교별로 보면 경남해양과학고등학교가 6.7%로 가장 학교폭력 응답률이 높았습니다. 다만 경남해양과학고는 조사 대상 학생수가 60명에 불과해서 초등학교 분석 때처럼 100명 이상의 고등학교로 좁혀보면 대구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등학교가 3.2%(188명 중 6명)로 1위입니다.

마부뉴스의 분석을 포함해서 학교별로 얼마나 많은 학교폭력이 발생했는지, 또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얼마나 열렸는지 알고 싶다면 이 링크에 들어가서 조회할 수 있습니다. 학교알리미에서 원하는 학교를 검색하고 공시정보에 원하는 연도를 선택한 뒤, 교육여건 항목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등을 조회해 보면 자료를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헐거운 시스템을 악용하는 학교폭력 가해자들

분석한 내용을 보면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의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인데… 들려오는 뉴스를 보면 관련해서 시스템이 개선되는 것 같지 않아요. 실제로 2022 실태조사에서도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는 질문에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이 3위를 차지할 정도니까요. 이러한 경향은 고등학교로 가면 갈수록 더 수치가 높아집니다. 초등학교에선 16.6%, 중학교에선 19.3%였지만 고등학교에선 27.1%나 나왔거든요. 그리고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더라도 3건 중 1건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기도 하죠.

학교폭력 제도를 살펴보면 학폭위의 뚜렷한 처벌 기준이 없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별 적용 세부기준 자료를 보면 가해자가 행한 학교폭력을 판단해서 점수를 매기는데, 이 판정 점수에 따라 가해자에게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양형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금은 단순히 가해의 지속성, 가해자의 반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뿐이거든요. 게다가 학폭위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학교폭력 관련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많아서 학폭위의 결정 자체에 신뢰가 없는 상황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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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런 헐거운 시스템을 가해자 측에선 악용하고 있기도 합니다. SBS 사회부에서 지난 1년 동안 학폭위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 133건을 전수조사한 자료를 가져와봤습니다. 133건 중 117건이 가해자 쪽에서 제기한 소송입니다. 소송 결과를 살펴보면 이 중 24%만 결과가 뒤집혔어요. 승소율이 높지도 않은데 가해자 측이 소송을 거는 이유는 뭘까요? 바로 시간 때문입니다. 최초 학폭위 처분에서 1심 판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28.5일. 1년 하고도 2달이 더 되는 시간을 쓰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기록을 생활기록부에 남기지 않고 졸업을 하려는 속셈인 거죠. 사실상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행정소송을 악용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최근 서초동에는 ‘학폭 전문’을 내세워서 홍보하는 변호사 사무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하죠. 일부 사무실에선 학교폭력 가해자 성공 사례를 모아 홍보하기도 할 정도니까 말 다 했죠. 변호사나 법무법인을 쓸 수 있는 돈 있는 사람들은 소송을 걸어 시간을 지연시키고, 그 사이 학교폭력 피해자는 아무런 보호 조치 없이 학교에서 가해자를 계속해서 마주쳐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학교폭력 가해자는 떳떳하게 살고, 피해자는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 영향으로 운동선수, TV 출연자는 물론 공직자마저도 사회에서 OUT 딱지를 맞고 배제되고 있죠. 이런 목소리가 거세게 나오는 이유는 바로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나라의 상황은 어떨까요?

2021년 프랑스에선 학교폭력으로 소녀들이 연이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어요. 프랑스 곳곳에서 학교폭력에 맞서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죠. 당시 조사결과를 보면 프랑스 학생 10명 중 1명이 학교폭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결과까지 나왔으니까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었던 겁니다. 결국 작년 2월, 학교폭력을 범죄로 처벌하는 법안이 프랑스 의회를 통과했어요. 이 법안에 따라 학교폭력 피해자가 학교폭력 때문에 최대 8일을 결석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가해자에겐 4만 5,0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6,000만 원이 넘는 금액이죠. 피해자가 더 오랫동안 결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최대 징역 10년, 벌금은 15만 유로까지 늘어나게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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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프랑스 사회당에서는 해당 규제가 너무 억압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어요. 미성년자의 행동을 범죄로 규정하는 게 우선이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맞춤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었죠. 이웃나라 영국에서는 교육부와 사법부의 협조로 학교폭력을 대응하고 있는데, 범죄심리학 전공 맞춤상담사들이 가해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개인 맞춤형 상담 프로젝트를 통해 학교폭력 재발을 방지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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