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끝까지판다] 중심에 선 '그 이름'…SK가 택한 알케미스트의 진짜 주인은? (풀영상)

<앵커>

저희는 어제(7일) SK와 한 사모펀드 운용사 알케미스트의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그 운용사는 유난히 SK로부터 많은 투자를 받았습니다. SK가 직접 다른 회사를 인수할 수 있는데도 중간에 그 운용사를 거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고, 저희가 취재를 해 봤더니 운용사는 SK와 관계있는 회사 여러 곳을 그동안 인수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SK는 정상적인 거래라고 주장을 하지만, 왜 그런지 몰라도 이 펀드 운용사를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려고 한 흔적이 곳곳에서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그 운용사에는 최태원 SK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사람이 깊숙히 관련돼 있다는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펀드 운용사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오랫동안 추적해 봤습니다.

먼저 권지윤 기자, 화강윤 기자가 이 내용 차례로 전해드립니다.

<권지윤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 알케미스트캐피탈파트너스코리아.

현재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 사무실이 있지만, 시작은 서울 강남이었습니다.

2017년 3월 개업 신고를 한 이후 각종 펀드를 구성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이른바 '모차르트딜'입니다.

2020년 3월 키파운드리를 인수하는 4천100억 원대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했고, 이듬해 펀드 투자자였던 SK하이닉스에게 엑시트, 즉 매각까지 신속하게 해내는 성과를 냈지만, 알려진 건 많지 않습니다.

알케미스트는 비밀 보장을 우선한다는 이유를 밝혔지만, 이들이 운용한 펀드 규모만 6천800억 원대이고, 대부분 SK와 관련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SK 측이 알케미스트를 숨기려 한 정황까지 드러나, 도리어 이들이 누구인지 의심만 커지고 있습니다.

알케미스트는 구성원을 비공개하고 있는데, 끝까지판다팀은 취재 과정에서 모차르트딜 당시 알케미스트 소속 구성원 명단을 입수했습니다.

대표는 현재와 같은 이 모 씨.

대부분 유학파 출신들이고, 외국인 등을 포함해 7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눈에 띄는 명단은 자문 그룹 등 고문역들로, 알케미스트 스스로 특징이자, 강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들은 고문역을 두고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한다"면서도, "주요 이슈를 해결하는" "레인 메이커"라며 거래 성사에 단비를 내리는 해결사로 내세우고 있는데 타이완 국적 주 모 씨 등 3명이 고문들입니다.

고문역 3명을 포함해 구성원 7명의 면면은 확인했지만,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실소유주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알케미스트 지분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

<화강윤 기자>

끝까지판다팀은 알케미스트 지분 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문건들을 확보했습니다.

먼저 지난 2020년 3월 알케미스트가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주주 구성입니다.

대표 이 모 씨는 보유 지분이 20%에 불과하고 80%는 A 씨라는 개인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달 뒤인 5월, A 씨가 소유 중인 지분 80%가 알케미스트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다른 법인으로 넘어가면서 최대 주주가 바뀝니다.

이 법인의 등록지는 영국령 케이맨제도, 법인세도, 소득세도, 상속증여세까지도 피할 수 있는 조세 회피처입니다.

등록 주소지는 사모펀드 운영과 관리를 대행하는 회사의 케이맨제도 사무실로 드러났습니다.

알케미스트 직원이 근무하는지, 대표가 누군지 등을 물었는데,

[케이맨제도 법인 대행사 직원 : 당신이 가진 질문이 무엇이든, 이메일을 통해서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해당 업체는 답을 피했고, 수차례 서면 질의에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실제 사무실이 아닌 서류상 회사인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됩니다.

[김정철/변호사 : 케이맨 제도는 조세 회피 지역이고 주식이나 기업에 대한 실소유주를 은닉하는 데에도 굉장히 많이 이용되는 곳이거든요.]

알케미스트 측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이득을 케이맨 제도 최대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한다고 인정하면서, 설립 이후 6년 동안 지급한 배당금은 30억 원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키파운드리 매각 건으로 배당한 금액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알케미스트가 6천870억 원에 달하는 사모펀드를 운용하면서 발생한 막대한 이익들이 어디로, 어떻게 분배됐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습니다.

특히, SK그룹과의 거래로 이익이 집중되는 알케미스트의 최대주주인 케이맨제도 법인 실제 소유주가 누군지에 대해서도 답하지 않았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준호, CG : 이준호·최하늘)

---

<앵커>

보신 것처럼, 사모펀드 운용사 알케미스트의 최대주주가 개인에서 외국에 있는 법인으로 바뀌면서, 진짜 주인이 누군지 찾는 일은 더 복잡해졌습니다. 조세회피처에 있는 그 법인의 최대 주주를 확인해야 알케미스트를 누가 소유한 건지 그 윤곽이 드러날 텐데, 저희 취재 결과 그 법인 대표는 타이완 국적의 외국인인 걸로 확인됐습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은 누군지 SK와는 어떤 관계인건지, 이 내용은 유수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수환 기자>

알케미스트 지분 80%를 넘겨받은 케이맨 제도 소재 법인은 타이완 국적의 주 모 씨가 대표입니다.

SBS가 입수한 알케미스트 내부 자료에 '눈에 띄지 않게 활동하는 레인 메이커'로 표현됐던, 국내 알케미스트 고문 중 한 명입니다.

알케미스트는 이 자료에서 주 씨에 대해 '아시아 최고의 재벌가들, 기업들과 긴밀한 투자자문과 공동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의 인맥을 과시합니다.

국내 알케미스트 고문이면서 알케미스트 최대 지분을 가진 법인 대표인 건데, 주 씨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알케미스트가 펀드를 조성해 인수한 기업인 에이팩트와 오션브릿지에도 사내 이사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국내외에서 1인 다역을 수행하는 주 씨가 자신의 SNS에 밝힌 거주지는 중국 상하이입니다.

최근 게시물들도 미국 등 해외에서 촬영된 게 다수이고 한국엔 가끔 입국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알케미스트는 주 씨의 정확한 역할을 묻는 질문에 "개인정보"라며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끝까지판다팀은 타이완인 주 씨와 알케미스트의 관계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그의 국내 거소지를 확인했습니다.

법에 따라 외국인은 입국 시 거소지 신고를 하는데, 주 씨가 적어낸 곳은 다름 아닌 SK 건설이었습니다.

고문으로 있는 국내 알케미스트도 아닌 SK 건설 주소를 적은 거라 알케미스트와 SK 관계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대목입니다.

SK 측은 주 씨가 SK 건설이나 그룹 계열사에 정식 직책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취재진은 주 씨에게 알케미스트 실소유주 및 SK와 연관성 등 각종 의혹에 대해 SNS를 통해 질의했지만, 주 씨는 이를 읽고도 답하지 않은 채 '따봉 이모티콘'만 남겼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이승희·하성원, VJ : 김준호, CG : 전유근·최재영)

---

<앵커>

저희는 펀드 운용사인 알케미스트의 지분 80%를 가지고 있다가 외국 법인에 넘긴 사람이 누군지도 확인해봤습니다. 취재 결과 그 사람은 어제(7일) 전해드렸던 은진혁 씨와 인척 관계였습니다. 은진혁 씨는 지난 2000년, 벤처기업인과 재벌 2세 모임을 시작으로 최태원 SK 회장과 끈끈한 관계를 맺어온 최측근입니다. 은 씨가 헤지펀드에 몸담았던 2009년, SK 계열사들이 그 헤지펀드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기도 했었고, 반대로 SK가 어려울 때 돕기도 했던 사람이 바로 은진혁 씨입니다.

그렇다면 은 씨의 인척이라는 그 사람은 어떻게 그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 고정현 기자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고정현 기자>

끝까지 판다 팀은 자신의 알케미스트 지분 80%를 케이맨제도 법인으로 넘긴 A 씨를, 은진혁 씨 부부 소유의 서울 강남 빌라 등기부등본에서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A 씨가 지난 2013년 2월, 은 씨 부부 소유의 빌라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렸기 때문입니다.

근저당 금액은 5억 4천만 원, 4년 뒤인 2017년 6월에 해지됐습니다.

은 씨 부부가 A 씨에게 자신이 사는 집을 담보로 제공한 겁니다.

취재진과 만난 A 씨에게 관련 질문을 했더니,

[A 씨/알케미스트 초기 최대주주 : (남의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기가 사실, 그게 일반적이진 않잖아요.) 네. (그러면 좀…친인척인 거죠?) 뭐 그냥…아는 사이죠.]

알케미스트 지분 80%를 넘긴 경위를 묻자, 모른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A 씨/알케미스트 초기 최대주주 : (케이맨제도에 있는 회사에 어떻게 파신 건지?) 자세한 건 전 잘 모릅니다. (주○○ 씨는 아십니까? 타이완인 주○○, 추○○.) 몰라요. 몰라요. (케이맨제도에 있는 회사 대표인데?) 몰라요. 몰라요. (모르는데 막 (지분을) 팔 수가 있어요?) 몰라요 제가 사실 이게. 몰라요 진짜로 진짜.]

알케미스트 대주주였던 A 씨는 알케미스트로부터 얻은 수익은 없었다고 말했고,

[A 씨/알케미스트 초기 최대주주 : (대주주로서 이 회사한테 받으신 금액이나, 아니면 배당금 같은 걸 받으신 거….) 그런 거 없어요. 없어요. (한 푼도 없으세요?) 네 없어요. 없어요.]

거듭된 질문에 해당 지분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고 실토했습니다.

[A 씨/알케미스트 초기 최대주주 : (다른 분 소유인 거를 좀 잠시 맡아둔 건가요?) 뭐 그렇다고 볼 수 있겠죠. (다른 분이라는 건 은진혁 씨?) 뭐 그거는 이제 말씀드릴 수 없고요.]

취재 결과, A 씨는 은 씨의 인척이었습니다.

부부 소유 빌라를 담보로 빌려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겁니다.

[은진혁 : (A 씨라는 분이 선생님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린 게 있어서.) 아, 네. (저희가 이제 (알케미스트는) 은진혁 선생님 것이 아닐까 이렇게 의심을 한 거거든요.) 아 그거는 전화해서 확인해보세요. 이○○ 대표 찾아갔다면서요. 저도 연락받았거든요. 거기 전화하시면 돼요.]

하지만 알케미스트 대표는 물론 알케미스트도 은진혁 씨 관련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A 씨가 알케미스트를 사실상 차명 소유했다고 밝힌 만큼, 은진혁 씨가 인척을 앞세워, 알케미스트에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의구심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취재 : 하 륭, 영상편집 : 하성원. VJ : 김준호, CG : 최재영)

---

<앵커>

저희는 어제오늘 이틀 동안 재계 2위인 SK그룹과 사모펀드 운용사, 알케미스트의 수상한 관계에 대해서 자세히 전해 드렸습니다. 저희가 제기한 의혹 가운데는, 법을 어긴 걸로 보이는 여러 정황들도 있는데, 만약 그게 사실로 드러난다면 그 피해자는 관련 회사들을 믿고 투자했던 주주들입니다.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은 사모펀드 운용사, 알케미스트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찾기 위해서 앞으로도 취재를 계속 이어나가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