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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요새 중국발 미세먼지'에 숨겨진 미중 갈등의 비밀은?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8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요즘 미세먼지가 정말 너무 안 좋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 속에 세계 경제의 방향을 알 수 있는 무엇인가가 숨어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답답한 대기 여기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세계 경제의 방향이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요즘 중국에서는 중국 공산당에게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4일 토요일에 시작해서 오는 13일에 끝나는 양회입니다.

중국 최고의 정치 이벤트 전국인민대표대회 회의와 중국인민정치협상 회의 이렇게 두 기관의 회의가 나란히 열려서 양회라고 부르는 것인데요, 해마다 이맘때 합니다.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인 우리와 정치체제가 크게 다르죠.

그래도 우리에게 익숙한 시스템에 빗대서 이야기해보면요, 중국판 정기국회, 대통령의 3번째 취임식과 개각, 신년 연설, 정부 업무 보고 이런 것들이 모두 이번 주에 이뤄진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아마 기억이 잘 안 나시겠지만, 해마다 이맘때면 며칠 동안 비교적 숨쉬기 편할 때가 있었습니다.

왜냐, 양회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기 때문에 중국이 몇 년 전부터 이 기간에는 아예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요, 인공비를 뿌려서라도 깨끗한 대기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대기 오염에 너무 신경 안 쓴다는 국제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베이징올림픽 때처럼 이 중요한 기간만에라도 파란 하늘의 베이징을 보여줬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양회에서 이른바 '양회 블루', 양회 기간의 파란 중국 하늘이 사라졌습니다.

양회가 시작됐는데도 베이징 도심에 스모그가 엄청나고 한반도까지 밀려오고 있습니다.

<앵커>

진짜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그런데 올해는 왜 그러는 것입니까?

<기자>

이번 양회가 중요하지 않아서는 아닙니다.

오히려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하고 시진핑 3기를 열면서 그동안 잠들었던 중국 경제의 기지개를 켜는 리오프닝도 시작하는 양회기 때문에 지금 중국 수뇌부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올해는 억지로 파란 하늘을 연출하지는 않고 있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보는 이유는 이제 리오프닝이 시작됐기 때문에 공장들을 맹렬하게 돌려서다.

사실 지난 3년간은 '양회 블루'가 아니라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등장했었죠.

양회 때가 아니어도 코로나 봉쇄가 심해질 때마다 공장을 별로 돌리지 못하니까 파란 하늘이 잘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동안 경제를 챙기지 못했던 것 때문에 얼른 정상 궤도에 다시 오르려고 맹렬하게 공장들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죠.

그것이 분명 큰 이유지만, 그래도 중국이 대외적인 이미지, 외부를 코로나 이전처럼 신경 썼다면, 중국에게 이렇게 중요한 기간인데 이번 주만 좀 자제하고 파란 하늘을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상징적인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제 눈치 보기는 끝났다. 중국은 중국의 길을 갈 것이다.

어차피 미중 갈등으로 반분된 정치경제 환경 속에서 서구의 시선 때문에 우리 할 일을 안 하지는 않겠다.

그러니까 석탄도 많이 때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이른바 '탄소 중립'이 중국의 재가동보다 중요하지는 않다는 속내가 비친다는 것이죠.

<앵커>

그래서 그런지 안 그래도 이번 양회에서 보면 미중 갈등을 의식한 조치나 발언들이 계속 나왔어요.

<기자>

그렇습니다. 계속 나오고 있죠. 양회는 중국의 그해 경제 성장률 목표와 경제정책의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이기도 한데요.

중국 이번 양회에서 일단 국방비 비중 늘렸고요, 과학기술 쪽 예산도 크게 늘렸습니다.

중국이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미국의 중국 '기술 봉쇄'가 통하는 것입니다.

중국이 더 이상 첨단 기술, 특히 반도체, 우주, 안보까지 관련된 첨단 기술 쪽으로는 패권을 넘보지 못하게 하겠다. 중국은 여기까지다. 이것이 요즘 미국이 착착 진행하고 있는 중국 봉쇄 정책의 핵심입니다.

중국은 여기에 맞서서 과학기술 예산을 늘린 것이고요.

시진핑 주석이 양회에서 직접 '기술 자립'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반도체 전기차 항공우주 산업 쪽의 기업인들도 양회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돼도 살길을 찾겠다는 것입니다.

반면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양회에 나타나는 핵심 기업인 중에 하나였던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 같은 사람, 이 사람은 중국의 개혁과 개방을 상징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인물들은 싹 사라졌습니다.

양회가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맹렬하게 가동되는 공장들의 매연이 더해진 요즘의 중국발 미세먼지에는 바로 이런 분위기가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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