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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사 피살 진범 알아' 제보한 대전 은행 강도살인 주범…왜?

'백 경사 피살 진범 알아' 제보한 대전 은행 강도살인 주범…왜?
▲ 이승만-이정학

22년 전 대전 은행 강도살인사건의 주범인 이승만이 이듬해 전주에서 발생한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의 진범을 안다며 경찰에 제보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지난달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승만은 대전 은행 강도살인사건의 공범인 이정학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7일) 언론 취재를 종합하면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승만은 최근 전북경찰에 '미제로 남아있던 전주 경찰 살해사건의 진범을 알고 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이승만은 그 범행은 이정학이 저지른 것이며, 자신이 현장에서 사라진 권총의 위치를 알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경찰은 이승만이 지목한 울산 모처에서 38구경 총기를 발견했고, 당시 백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총기와 일련번호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백 경사 피살·권총 탈취 사건은 전북 지역 대표적인 장기 미제사건으로,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쯤 혼자 파출소를 지키던 백 경사가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상태로 동료 경찰관에게 발견됐습니다.

범인은 백 경사를 흉기로 살해한 뒤 허리에 차고 있던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이 장전된 38구경 권총을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결정적인 물증인 권총이 발견되기는 했지만, 21년 전 사건인 만큼 용의자를 특정하는 데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까지는 이승만 진술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이승만이 말한 장소에서 총기가 발견된 만큼 어떤 식으로든 둘 중 한 명 혹은 둘 다 범행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편 이승만이 이정학에게 여죄가 있다고 주장한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립니다.

공범에 대한 배신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옵니다.

실제 이승만은 지난 재판 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자백한 이정학에게 대한 분노를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승만은 지난 1월 16일 대전지법 형사12부(나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정학은 좀 간사하다고 해야 하나. 얼마나 살고 싶으면 저럴까 피눈물이 난다"면서 "친구라는 말에 의리로 죽어주겠다고, 제가 다 덮어쓰겠다고 한 것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정학의 자백이 이승만을 검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는데, 이승만은 배신감을 느낀다는 듯 "무덤까지 가져가자고 약속했는데…"라고 토로하며 "나는 3대 1로 붙어도 제압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총을 쏠 필요가 없다"며 거듭 권총으로 살해한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이승만은 살상력이 높은 권총으로 피해자를 직접 겨냥해 조준사격을 하고도 공범의 잘못으로 돌리는 등 개전의 정이 없다"며 지난달 17일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은 마당에 더는 범행을 숨길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에서 공범의 여죄를 고백했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를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은행 출납과장 김 모(당시 45세) 씨를 38구경 권총으로 쏴 살해하고,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로 구속 기소됐습니다.

이들이 사용한 총기는 범행 두 달 전인 10월 15일 0시쯤 대덕구 송촌동 일대에서 도보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뒤 빼앗은 것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아있었으나,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 안에서 발견된 마스크와 손수건의 유전자(DNA) 정보를 충북 지역 불법 게임장에서 나온 DNA와 대조해 사건 발생 7천553일 만인 지난해 8월 25일 두 사람을 검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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