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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그의 마약 중독, 프로포폴이 결국 코카인까지 불러온 것 아닐까

[밤의 해바라기] 모든 중독은 처음 한 번에서 출발한다

밤의 해바라기
2022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약류 통합관리시스템을 가동했다. '쇼핑하듯 여러 병원을 다니며 의료용 마약류를 손대는 사람들에 대해 정부는 속수무책'이라는 비판 여론에 대한 응답이었다. 식약처는 이 시스템을 활용해 51명을 적발했다. 의사 처방에 따라 쓸 수 있는 약이지만, 적발된 이들은 의학적 처치로 보기 어려울 만큼 투여 횟수가 잦았고, 1회 투여량도 많았다.

밤의 해바라기
이들 중에는 유명 배우가 있었고, 이 유명 배우에게서는 경찰 조사 결과 프로포폴뿐만 아니라 대마, 케타민, 코카인까지 검출됐다. 소변은 1주일 내외, 모발은 1년 내외의 투약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데, 대마는 소변에서 그리고 다른 세 종류의 마약류는 모발에서 확인됐다. 코카인과 케타민 등 악성 마약류에도 손을 댄 소식이 알려지면서 그의 지인들조차 충격을 받은 듯하다.

게이트웨이 약물 효과
한 종류의 마약류로 시작해 더 강한 마약류의 늪에 빠지는 일은 드물지 않다. 게이트웨이 약물 효과 이론(gateway drug effect theory)이라고 하는데, 마리화나처럼 이른바 입문용 마약류로 시작해 필로폰, 코카인까지 악화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다. 입문용 마약류를 접한 청소년이 성인이 된 후 악성 마약류 중독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 아니라는 것이다. (▶ 관련 논문 보기) 이 때문에 '질병에 시달리는 청소년에게 의학적 목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이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성립한다.

일부에게는 게이트웨이 약물 효과 이론이 성립할 수 있다. 니코틴과 알코올은 중독을 일으키는 물질로 잘 알려져 있고 많은 연구들이 수행돼 있다. 그런데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가족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은데 이를 '유전적 성향'이라고 말한다. 유전적 성향이 있는 사람이 모두 니코틴 및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유전적 성향이 있는 사람이 니코틴과 알코올에 노출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중독에 빠지기는 쉽다. 알코올 중독자의 87%가 유전적 성향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 연구팀이 니코틴과 알코올 중독에 유전적 성향이 있는 사람들을 분석했더니, 게이트웨이 약물 효과 이론이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담배와 술에 중독되면 대마 중독으로 이어졌고, 대마에 중독되면 아편성 진통제(펜타닐, 옥시코돈 등) 중독으로 연결됐다. (▶ 관련 논문 보기) 담배와 술의 유전적 성향의 비율은 12~22% 정도로 보고되고 있는데 10명 중 한두 명꼴이다. (▶ 관련 논문 보기) 즉, 10명 중 한두 명에게는 게이트웨이 약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로포폴, 한 번쯤은 괜찮겠지?

프로포폴의 중독성
정상 반응과 중독의 차이는 복잡하지만 단순화시킨다면 뇌 회로의 다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상 반응은 가바(GABA) 회로를, 중독은 도파민(dopamine) 회로를 활성화시킨다. 1977년 프로포폴이 개발됐을 때 중독 위험이 없다고 생각한 것은 바로 가바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당시 서툰 연구의 섣부른 결론이었다. 이후 진행된 동물 실험과 사람 연구에서 프로포폴은 도파민 회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 관련 논문 보기)

프로포폴을 맞는 건 중독성 있는 전신 마취제가 내 몸에 들어오는 것이다. 간단한 피부-미용 시술에 남용되는 현실은 잘못됐다. '가끔 받는 건 괜찮을 것'이라는 주장 역시 궤변이다. 누구나 한 번에 중독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중독은 한 번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한 번의 괴력은 작지 않다. 필로폰 1회 투여만으로 평생 분비되는 양보다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되고, 한 번의 코카인 투여로 뇌가 상한다. (▶ 관련 논문 보기)

10명 중 한두 명꼴로 있는 중독 유전자 성향의 사람이 한 번의 프로포폴로 평생 잊지 못할 쾌락을 경험한다면 '게이트웨이 약물 효과'가 작용해 더 나쁜 마약류 중독으로 이어질 것이다. 실제로 식약처가 지난해 전국 57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불법 마약류 성분의 잔여물을 조사해 역산했더니, 우리나라 국민 1천300명 가운데 한 명이 매일 필로폰을 1차례 투약하는 양이었다.
 

더욱 심각한 범죄 마약 '케타민'

케타민
유명 연예인에게서 코카인과 케타민이 확인됐을 때 나는 케타민에 더 경악했다. UN 산하 국제마약감시기구(INCB)는 강간 약물(date rape drug)을 따로 지정했는데, 다른 사람의 음료수에 몰래 넣어 의식을 잃게 한 후 성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해 범죄 입증이 어려운 약물들이다. 강간 약물로 지정된 마약류는 더 철저하게 관리하라는 UN의 메시지였다. 여기에는 일명 물뽕이라 불리는 GHB와 케타민이 속한다. 무색무취라서 피해자들은 속수무책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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