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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쏟아지는 별과 출렁이는 오로라에 황홀했던 남극 당직근무

[극적인 사람들] 남극 1년살이, 편견을 깨다

지구상에서 가장 북쪽과 남쪽 끝 극단적인 곳에서 극한 체험하면서 연구하는 '극적인 사람들'. 보통 사람들은 일생에 한 번 가기도 힘든 남극과 북극을 수시로 오가며 연구 활동을 펼치는 극지연구소 사람들과 스프의 콜라보 프로젝트!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글: 김은솔 극지연구소 대기연구본부 연수연구원)

극적인 사람들
우주 환경(space environment)은 태양에서부터 지구 자기권, 전리권, 고층대기까지를 이르는 영역을 말한다. 극지연구소는 남극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에 우주 환경 관측 장비를 설치하여 우주과학 연구를 위한 귀중한 자료를 생산하고 있다.

장보고과학기지 6차 월동대에 지원할 당시 나는 지구 전리권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었다. 지도교수님께서는 극지연구소와 함께 세종과학기지에 유성 레이더를 설치하여 지구 고층대기를 활발히 연구하셨는데, 이 관측 자료를 이용하여 연구하는 선·후배들이 남극에 다녀오는 것을 보며 '나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장보고과학기지에 전리권 관측 장비가 설치되었고, 그 레이더 자료를 사용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남극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렇게 장보고과학기지 6차 월동대에 지원하였고, 2018년 11월, 우주과학 대원으로서 남극에서의 1년살이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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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과학기지는 겨울이 시작되면 월동대원 18명만이 남는다. 대장, 총무, 6명의 연구원, 의사, 조리장, 기계 설비, 중장비, 전기, 발전, 통신, 안전을 담당하는 대원들이 기지 내의 연구 장비들을 문제없이 운영하기 위한 월동을 하는 것이다. 중간 보급도 없고, 환자 치료도 기지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하계 기간에 아라온 호나 항공으로 들어온 화물의 하역작업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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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대원들은 각자 맡은 업무 이외에 그렇게 들어온 장비나 물품들을 옮기고 정리하는 등의 수많은 공동작업을 한다. 인간 컨베이어벨트가 되어 김치 및 식자재 1년 치를 옮기고, 6차대의 경우 기지 내 숙소 침대를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요령과 힘없이 일을 하다 보니 멍투성이였고, 공구 이름조차도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시기에는 모든 대원들이 서로에게 친절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들을 금방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남극이라는 동떨어진 환경에서 외로워지는 순간도 분명 있다. 남극이라는 환상만을 가지고 월동을 시작한다면 힘든 시간도 있을 것이다. 월동대도 하나의 사회처럼 돌아가는데, 그 속에서 누군가의 횡포나 불합리한 상황들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성별에 상관없이 월동 생활은 쉽지 않다.

특히 가장 힘든 시기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 기간이었다. 창밖은 항상 깜깜하고 외부 작업도 제한된다. 하지만 그런 어둡고 힘든 시간들을 참고 견딜 만한 가치가 분명 있었다. 물론 내가 연구에 사용하고 있는 관측 장비를 운영해 보고, 연구하고 있는 현상(오로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도 과학자로서 귀중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더 가치 있는 것은 남극이라는 곳에 있었다는 그 자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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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기지 앞 빙벽, 펭귄 그리고 오로라였다. 보트를 타고 나가 하역 작업이나 해양 조사를 도운 적이 있는데, 가는 길에 다양한 유빙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또, 바다가 얼면 설상차를 타고 타 기지 방문, 하역, 해빙 두께 조사 등을 나가는데,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광활한 해빙을 느리게나마 달리는 것도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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