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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폼페이오 너마저'…고립무원 트럼프?

[월드리포트] '폼페이오 너마저'…고립무원 트럼프?
▲ 트럼프와 폼페이오

트럼프 정부 시절, 내각에서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혔던 인물이 있습니다. 부처 가운데 의전 서열 1위인 국무부를 맞았던 폼페이오 전 장관입니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20년 11월 10일,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에도 트럼프의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았을 만큼 트럼프 입장에서는 충성도 높은 측근이었습니다. 당시 그는 대선 관련 질문에 "미국 선거에서 집계될 표가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로의 순조로운 전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 팀과 접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때때로 짜증스러운 회견 태도를 보이기도 했는데, 이날 폼페이오의 발언과 관련해 AP는 "폼페이오가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에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대선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고 전했고 AFP도 "폼페이오는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유지할 것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폼페이오 "모든 시간 트위터나 생각하며 보내선 안 돼"

트럼프가 백악관에서 물러난 뒤에도 폼페이오 전 장관은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 몇 안되는 사람으로 분류됐습니다. 실제로 폼페이오는 지난해 말 대선 출마를 위해 사무실까지 열고도 트럼프가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히자 그와의 관계 때문에 상당히 고심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정치에 영원한 동지는 없는 걸까요? 그랬던 그마저도 결국 트럼프를 향해 날을 세웠습니다.

사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전부터 공화당의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돼 왔습니다. 그가 자신의 장관 시절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한 치도 물러서지 말라(Never Give an Inch: Fighting for the America I Love)'를 출간할 때부터 이미 결심은 굳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물밑 활동 중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건 아닙니다. 그는 충성파이자 정통 보수파답게 트럼프를 겨냥하면서도 최소한의 품격(?)은 지켰습니다.

폼페이오는 현지시간 5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앵커가 트럼프 보다 자신이 더 잘 할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폼페이오 대통령이나 다른 보수 대통령이 트럼프 정부 4년 간 했던 것뿐만 아니라 오바마, 조지 부시 정부보다 더 잘할 걸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보수 후보들도 그럴 거라며 겸양을 하긴 했지만 트럼프는 물론 오바마, 조지 부시 전 대통령보다 잘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사려 깊고, 미국을 가장 뛰어난 국가로 만들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며 "이런 사람은 인터넷을 폄하하지 않고, 햄버거를 던지지도 않으며, 모든 시간을 트위터나 생각하며 보내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겁니다. 앵커가 '트위터에 집착하는 사람'이란 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사려 깊음과 무게감, 진지함이 필요한 때다. 우리는 이런 것들에서 멀어졌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업무 수행을 제대로 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도 "6억 달러 이상 빚을 낸 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 반 트럼프…'정통'과 '바닥 민심' 사이

앞서 트럼프 정부 시절 부통령을 지낸 펜스 전 부통령도 NBC 방송에 출연해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 외 다른 인사를 대선 후보로 내야 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내 예전의 러닝메이트(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더 나은 선택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또 "이 시대는 다른 리더십을 요구한다"면서 "나는 공화당 경선 유권자들이 미국 역사를 볼 때 이 순간에 맞는 기준을 가진 사람을 선택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리틀 트럼프'로 불렸던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11월 중간선거 압승 후 한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앞지르는 등 기염을 토했습니다. 최근에는 회고록 '자유로워질 용기(The Courage to Be Free)' 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디샌티스의 경우, 다자 대결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지만, 일부 양자 가상 대결에서는 아직도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견제에 때때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긴 했지만 보수 민심을 고려해 아직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는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더 많습니다.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이렇듯 오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 잠룡들이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비밀문건 불법 유출과 탈세 등 각종 의혹으로 사법당국의 조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부 시절 핵심 참모들까지 하나 둘 등을 돌리면서 얼핏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립무원에 처한 것처럼 보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열린 보수진영 단체의 연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대선 후보 지지도 1위를 차지했습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CPAC 행사 마지막 날(현지시간 4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2%를 기록하며 20%에 그친 디샌티스 주지사를 큰 차이로 눌렀습니다.

CPAC 자체가 친 트럼프 성향으로 변질됐다는 분석이 있긴 하지만 보수 매체인 폭스의 최근 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지율 43%로 디샌티스 주지사를 15%포인트 앞선 걸 보면 그렇게 치부할 일은 아닌 걸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 반 트럼프 구도가 점차 명확해지며 미 공화당 내 대선 경쟁도 가열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낮아진 요즘, 실제 민심이 얼마나 반영된 건지 불확실한 측면은 있지만 트럼프 시대의 종말을 예단하기에는 아직 좀 일러 보입니다. '정통 보수'을 강조하는 후보들이 식자층, 여론주도층이 아닌 '바닥 민심'을 얼마나 끌어 안느냐가 관건이 될 거란 전망입니다. 표 없는 '정통'이나 '품격'은 허울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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