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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발찌 찬 시한폭탄들…뜬눈 밤새워도 긴장 못 놔"

<앵커>

지난 2012년 서울 중곡동에서 전자발찌를 찼던 서진환이 30대 주부를 살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최근 정부는 책임을 인정하며 배상 판결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면서 전자발찌 대상자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실은 어떤지 강민우 기자가 보호관찰 활동을 동행취재했습니다.

<기자>

성폭력, 살인 등으로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대상자를 24시간 감시하는 보호관찰소, 실시간 동선을 주시하며 특이사항 여부를 확인합니다.

[최성우/대구보호관찰소 서부지소 범죄예방팀 계장 : 멀리 가셨네요? 언제쯤 들어와요?]

이렇게 날이 어두워지면 보호관찰관들은 더욱 바빠집니다.

범죄예방팀 당직 총 4명이 관할 내 81명의 전자감독 대상자를 밤새 지켜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음주금지 대상자의 위치가 유흥가 한 주점으로 나타나자 즉시 출동해 음주 측정을 합니다.

[(포차에는 아까 얼마나 앉아 있던 거예요?) 한 20분요. 커피 한 잔 먹고….]

[(0.000이네?) 네, 안 먹어요, 안 먹어 이제.]

이때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로 1대 1 전자감독 대상이 된 사람이 갑자기 집 밖으로 나온 게 휴대전화 위치추적 앱에 감지됐습니다.

[집이 여기거든요? 잠깐 식사하고 바로 이제 집으로 귀가(했습니다.)]

이번에는 주거침입 성폭행으로 심야 외출이 제한된 대상자가 아직 술집에 있는 게 확인됐습니다.

귀가 제한 시간은 밤 11시.

11시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보호관찰관들이 근처에 대기하면서 귀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57분에 딱 들어갔네.]

[서동인/대구서부보호관찰소 범죄예방팀 실무관 : (당직을 몇 번이나 서세요?) 보통 일주일에 2번에서 3번 정도? 평균적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게 다반사지만 긴장을 놓을 수는 없습니다.

[최성우/대구보호관찰소 서부지소 범죄예방팀 계장 : 잠시라도 놓치게 되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으니까, 시한폭탄 같은 사람들이라서 언제 터질지 알 수가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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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자발찌 대상자 감독 문제, 강민우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Q. 보호관찰관 인원 충분한가?

[강민우 기자 : 충분하다고 보기가 좀 어려웠습니다. 현장 취재를 해보니까, 정말 극한 업무가 아닌가,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지난 2008년 성범죄자에 대한 전자감독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 직원 1명 당 대상자는 3.1명이었습니다. 이어 살인, 강도 등 강력 범죄가 추가됐고, 2020년부터는 모든 가석방 대상자까지로 감독 범위가 확대되면서, 올 1월 기준 1인당 관리 인원은 17.5명에 달합니다. 여기에 채팅 앱 같은 걸 깔았는지까지 세세히 확인하는 게 있는데요, 특별 준수 사항이라고 해서, 이렇다 보니까 업무량이 폭증하는 상황입니다. 외국과 비교해 봐도 굉장히 과중한데요, 미국은 1인당 7명, 영국 5명, 또 오스트리아는 3명 선입니다.]

Q. 정부, 전자감독 대상 확대·강화 방침?

[강민우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우선 지난해 신당역 살인 사건 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스토킹 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우고, 또 1대 1 전자감독을 강화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재 조두순 같은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와 재범 위험성이 높은 대상자 등 전국에서 75명이 1:1 감독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상 온종일 한 대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는 거라서 범죄 예방 효과는 클 수 있지만 관건은 역시 인력입니다. 전국 보호관찰관 323명 가운데 23%인 75명이 이렇게 1:1 감독에 투입되고 있는데, 그만큼 다른 보호관찰관들이 감독해야 하는 대상자 수가 늘어나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2021년에 80명, 2022년 32명 등 법무부 요청 인원의 1/3 또는 그 이하 수준에서만 증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박지인, CG : 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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