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경제적 기회' 세계 65위…최대 문제는 임금"

한국이 여성에 부여하는 경제적 기회의 수준이 세계 65위에 머문다는 세계은행 분석이 나왔습니다.

지구촌 전체를 보면 여성에게 경제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법적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는 나라가 14개국에 불과하다는 혹평이 나왔습니다.

현지 시간 어제(3일) 세계은행 홈페이지에 공개된 '여성, 기업, 법 2023' 보고서에 따르면 190개국을 대상으로 여성의 경제적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법과 제도를 평가한 여성·기업·법 지수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에 85.0점을 기록했습니다.

190개국 전체 평균 77.1점보다 7.9점 높은 점수입니다.

한국은 '이동의 자유'와 '취업', '결혼', '자산', '연금' 등 항목에서 만점인 100점을 받았습니다.

자녀를 가진 여성의 직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 있는지를 살피는 '출산' 항목에서 80점, '기업가 활동'에선 75점이 나왔습니다.

한국은 여성의 급여와 관련한 법규를 평가하는 '임금'에서는 25점을 받아 최하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이는 한국의 종합순위가 유럽 선진국에 한참 뒤떨어져 65위까지 밀린 주된 원인이었습니다.

이 항목에서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나라는 아프가니스탄(0점), 아제르바이잔(0점), 이집트(0점), 기니비사우(0점), 쿠웨이트(0점), 수단(0점), 시리아(0점), 우크라이나(0점), 서안·가자지구(0점) 등 9곳에 불과했습니다.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기록해 법적 남녀평등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국가는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그리스,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등 14개국이었습니다.

미국은 91.3점으로 38위였고, 78.8점을 받은 일본과 78.1점을 얻은 중국은 각각 104위와 109위를 기록했습니다.

연구진은 1970년 당시만 해도 45.8점에 불과했던 전 세계 평균 점수가 올해 77.1점으로 크게 올랐지만, 최근 들어서는 갈수록 개선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법제도 개선 노력이 봇물 터지듯 잇따랐던 2002∼2008년 정점을 찍은 이후 이른바 '개혁 피로'가 가시화한 결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71.3점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 31.9점을 받은 아프가니스탄처럼 오히려 여성·기업·법 지수가 하락한 국가도 있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여성의 거주지 선택권과 해외 여행을 제한하고 남편에 복종해야 한다는 법을 제정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2021년 미군 철수 이후 정권을 장악한 탈레반이 여성의 직업 선택을 제한하고 출국을 제한한 것이 점수 하락의 배경이 됐습니다.

연구진은 "전 세계에서 아직도 24억 명에 이르는 경제활동가능 연령대 여성이 차별적인 법체계 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의 개선 속도로는 완전한 법적 남녀 평등 구현까지 최소 50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 성장 둔화 국면에서 각국은 여러 위기에 맞서기 위해 생산 능력을 총동원할 필요가 있다. 여성이 피고용인과 기업가로서 경제에 기여하는 방향으로의 개혁은 국가 경제를 더 역동적이고 탄력적이게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