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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양당제 혁파" 윤석열 · 이재명의 약속, 이번엔?

[선거제 개혁] ② 2023년 선거제 개혁을 주도하는 건 누구일까

스프 선거제 개혁2
 
"비례민주주의 강화, 위성정당 금지, 국민소환제, 의원특권 제한, 기초의원 광역화 등 정치교체를 위한 정치개혁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2022년 7월 17일 이재명 당대표 출마 선언 中-

지난 21대 총선, 민주당은 지역구 득표에선 8% p로 이겼지만 의석은 제2당의 2배를 가져갔습니다. 총선 결과로 개원한 21대 국회에서 논쟁이 붙는 입법 사안마다 '거대 여당의 폭주', '독선과 오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습니다.

총선 2년 뒤 야당이 된 민주당의 대표로 나선 이재명 의원은 '비례 민주주의 강화'를 선언문에 내걸었습니다. 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하지 않는 선거제도로 가장 큰 이득을 본 민주당에서 '선거제 개편'을 꺼내든 겁니다.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대선 패배의 '반성과 혁신'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로 읽혔습니다.

지난해 8월 28일, 민주당은 전당대회에서 전 당원 98% 찬성으로 다음 총선 전까지 선거제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안건을 통과시켰고, 이후 선거제도 관련 법안 발의도 민주당 정개특위 위원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해가 바뀌어 정권을 잡은 국민의힘도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정권 초 권력 구조 개편과 여러 집권 과제를 추진하면서 선거제 개편은 후순위로 밀리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초선과 원외 인사들 위주로 선거제 개편 논의에 참여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났습니다.

최형두 의원 등 초재선 의원들이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이 대표적입니다. 신인규 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 천하람 위원장 등이 참여하는 '정치개혁 2050'등의 모임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여야의 온도차 속, 선거제 개편 논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군불 때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정도로 평가받았습니다.

2023년 초,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제 개편의 타임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상황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김 의장은 2월 중으로 여야가 복수안을 제출하고,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에 안건을 부치겠다는 구상을 밝혔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3월까지는 선거제 개편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제안만 난무하던 선거제도 개편 논의의 시간표가 얼추 정해진 셈입니다.

하지만 여의도에서는 아직도 '그게 정말 되겠느냐'는 반신반의한 반응이 주류를 이룹니다. 선거제 개편은 논의의 내용보다도 현실 정치의 역학관계가 중요한데,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대장동ㆍ김건희 특검 등 꽉 막힌 정국 속에서 선거제 개혁 같은 고담준론이 들어설 자리가 있느냐는 겁니다.
 

민주당 내 세 갈래 목소리

비관론 내지 현실론이 주를 이루는 상황 속, 선거제 개편의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애초부터 개편 논의에 적극적이었던 거대 야당, 민주당 내 논의 지형입니다. 민주당에서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개특위)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들과, 정개특위 밖에서 의견을 내고 있는 의원들의 여러 제안들이 제시된 상태인데, 현재 상황에서는 크게 3갈래로 정리해 볼 수 있겠습니다.

스프 선거제 개혁2
첫 번째 안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며 대신 비례대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개편하자는 안입니다. 김영배 의원 발의 안이 대표적인데, 김 의원은 이 방안이 '국민 수용성' 측면에서 가장 현실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김영배 / 민주당 의원
"모든 제도는 장단점이 있는데요. 가장 중요한 척도 중에 하나가 국민적 수용성입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88년도 이후로 소선거구제와 대통령 직접 선출제에 굉장히 익숙하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제도를 바꾸는 데 굉장히 저항감 같은 게 따를 수밖에 없다. 이런 점도 고려해야 되고요.

또 한편으로는 저는 비례대표가 한 100석 정도로 늘어날 수 있다면 비례성과 대표성이 상당히 높아지기 때문에, 소선거구제뿐만 아니라 중대선거구제도 고려해서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을 기본적으로는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생각하는 가장 베스트 안은 소선거구제를 한 60%, 한 40% 정도는 비례대표제 이렇게 혼합하는 게 국민의 대표성과 비례성 그리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최적안이 아닌가. 그런 취지에서 제가 권역별 비례제와 소선거구제가 결합된 안을 제출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반면,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소극적 개혁안보다는 이참에 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개특위 위원으로서 선거제 관련 여러 공식 활동을 해온 이탄희 의원 안이 대표적입니다. 정개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법안을 발의했던 이탄희 의원은 최근 '도농복합형 대선거구제' 법안을 최종 안으로 발의했습니다. 도시 지역은 선거구를 합쳐 크게 만든 뒤 4-5인 이상의 의원을 선출하되, 원하는 지역에는 소선거구제를 남기자는 게 골자입니다.
 
이탄희 / 민주당 의원
"큰 선거구로 다양성도 키우고 큰 정치인도 키우자'라는 취지의 선거 제도입니다. 대도시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서 4-5인 선거구를 만들어서 국민들의 선택권을 넓게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소선거구 하에서는 지지하는 정당이 있으면 그 정당이 공천한 후보 한 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4-5인 선거구가 되면 정당도 고르고, 그 같은 당 내에서 내가 누구를 지지하는지 사람도 고를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선택 폭이 넓어지는 거죠. 전면적인 대선거구가 원칙이지만, 만약에 한 번에 다 바꿀 수 없다고 하면 절반만이라도 (대선거구제로) 이번에 꼭 바꾸자는 취지입니다.

선거구가 커지면 선거운동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까 걱정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선거운동 방식을 낡은 유세차와 현수막 방식이 아니라 TV 토론과 온라인 공보물 방식으로 바꾸면 비용을 전혀 늘리지 않고도 대선거구가 가능하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정개특위 밖에서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은 좀 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박주민 의원의 '개방형 권역비례제' 안이 대표적입니다. 박 의원은 사표를 없애 정치 효능감을 높이는 것이 선거제 개편의 핵심이며, 이참에 사표를 완전히 없애는 선거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대해선 이론적으로는 사표를 거의 완전히 없앨 수 있지만, 너무 큰 변화라 이번에 도입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박 의원은 이렇게 반박합니다.
 
박주민 / 민주당 의원
"지역구 253석은 6인에서 11인 단위로 권역을 쪼개고, 그 권역에서 투표할 때는 정당에 기표하든 또는 정당과 정당인의 명부 중에 누구를 하나 선택하든 여러 가지 방식으로 투표해서 그게 다 정당별 의석 득표수로 모여서 정당에 가는 의석을 먼저 계산을 하는 방식입니다. 나머지 47석 현행 비례 의석의 경우에는 각 그런 권역에서 아쉽게 떨어진 분들을 아쉬운 순서대로 구제해 주는 일종의 '석패율 제도'를 전국 단위로 적용하는 식으로. 그래서 저희들은 이 47석의 비례 의석을 '조정 의석 제도'라고 부릅니다.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 아니냐'라고 얘기하는데. 저는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면서 소선거구에 선거구 숫자를 줄이는 거, 그러면서 비례를 늘린다든지 또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서 어떤 비례성을 높이려는 방식은 과연 실현 가능성이 그러면 상대적으로 높은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제가 이제 발의한 법안은 오히려 전면적 개편안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뭐가 유리하고 뭐가 불리한지 모릅니다. 자신에 대한 유불리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이게 계산이 안되기 때문에, 오히려 논의를 하는 데는 더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스프 선거제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쏘아 올린 작은 공

민주당 내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던 가운데, 연초 윤석열 대통령의 조선일보 신년 인터뷰가 미묘한 파장을 낳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는데, 이게 선거제 개편 논의에 미온적이던 여당은 물론, 야권의 논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친 겁니다.

윤 대통령 인터뷰 이후 확대 발족한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에는 이전보다 많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참여했습니다. 정개특위에서 '다시 20대 총선 때 제도로 돌아가자'는 소극적 법안만 발의했던 여당 의원들도 대통령 신년 인터뷰 뒤엔 '좀 더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부담스럽다'며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들이 인터뷰를 거절한 상황 속, SBS 인터뷰에 응한 최형두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최형두 / 국민의힘 의원
"우리 국민의 힘이 지난 총선도 그렇고 역대 현행의 소선거구제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정당이라는 게 제 인식입니다. 그 때문에 또 민주당과는 조금 다소 차이가 있지만, 민주당 역시도 또 정의당 역시도 정당의 득표율, 국민의 뜻, 국민이 투표한 대로 의석수가 나눠져야 되는데 국민의 투표한 것과 전혀 다른 의석수 배분 때문에 정치적 파행이 잇따르고 있다는 인식에서는 공감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그걸 어떻게 풀 것이냐는 좀 당마다 조금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다르지만 어쨌거나 정당의 득표율과 의석수의 격차, 이로 인한 정치의 파행, 대결 정치의 심화를 막아야겠다는 공감이 강하고요. 저 역시도 우리 당이 이런 선거제도의 가장 큰 피해자이고 그래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못 펼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편 이재명 대표 지지자를 위시한 강성 지지층 일각은 윤 대통령이 던진 '중대선거구제'를 '정치적 의도가 있는 제안'으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됐을 때를 대비해 '내각제'를 띄우려고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던진 것이라는 음모론이 나돌기도 합니다.

이재명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제 개혁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소선거구제는 대통령제와 친하고,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친한 걸로 들었다"고 발언했는데, 대표 발언이 '내각제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맥락으로 해석돼 유통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민주당에서 선거제 개편 논의를 이어가던 의원들은 자신들의 안은 '중대선거구제 아닌 대선거구제'라고 강조하며 윤 대통령 제안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습니다. 각종 토론회와 정개특위에서 벌어지는 정치학자들의 제도론 논쟁과 달리, 현실 속에서의 선거제 개편 논의는 이처럼 강한 휘발성을 내재한 채 럭비공처럼 튀어 오르며 진행되고 있는 겁니다.
 

우리 사회에 '토론'이라는 것은 가능한가?

스프 선거제 (사진=연합뉴스)
대학 입시에서, 방송에서, 사회 정책 결정에서 '토론'이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공론장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토론을 거쳐 바람직한 결과를 도출한다는 모델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을 놓고 벌어진 토론들이 실제 결과물을 내놓기보다는 '논쟁' 그 자체로 끝나버리면서, 토론을 통해 뭔가 생산적인 결과물을 주조해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는 사그라든 지 오래가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국회 정개특위는 다시 한번 '토론'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정개특위는 다음 달 중 선거제 개편을 주제로 한 공론조사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은 "인구, 성별, 지역 비례로 표본을 만들어 작은 대한민국을 만든 뒤, 이들 시민들이 가장 좋은 선거제도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이 원하는 선거제도 개편안을 도출해 보려는 구상"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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