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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현대차 '킹산직' 채용에 몰리는 MZ세대, 깊은 속내는?

<앵커>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오늘(3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현대차 채용이 참 정말 핫한 이슈네요. 10년 만에 신규 채용 한다는 소식에 정말 쏠리는 관심이 폭발적인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어제부터 서류접수를 시작해서 오는 12일까지 접수를 받는데요. 이미 접수에 성공한 분들은 시작부터 운이 좋은 걸 수도 있겠습니다.

한꺼번에 많게는 1만 명 넘는 지원자가 몰리면서 현대차의 채용 페이지는 하루 종일 접속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현대차는 지난해 노조와의 임단협에서 내년까지 모두 700명의 기술직을 채용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올해 적어도 400명은 뽑을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첫날부터 쏟아진 관심을 보면, 최소한 지난해 기아차에 몰렸던 500:1의 경쟁률을 뛰어넘는 경쟁률이 나올 걸로 보입니다.

직장인 커뮤니티 같은 온라인에서도 현대차 생산직을 이른바 '킹산직'이라고 부르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게 현직 공무원, 그리고 대기업 사무직들마저 지원해 보고 싶다면서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줄을 잇는다는 겁니다.

"석사인데 학력을 좀 낮춰 써도 되나" 묻거나, "대졸자인 것만으로는 자격증을 여럿 보유한 고졸이나 전문대졸들을 따라갈 수 없겠지" 고민하는 글도 보입니다.

예전에 현대차 단협 교섭에서 노조 조합원 자녀에게 채용특혜를 주는 조항을 만들었다가 큰 사회적 비판을 받고 그 문구가 삭제됐죠.

이번 신규채용에 관심이 이 정도로 쏠리다 보니까 현대차에서 공정하게 뽑겠다고 따로 발표까지 했습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 : 10년 만의 기술직 신입채용이고, 연령이나 성별 제한 없이 고등학교 졸업 이상이면 지원이 가능해 외부의 관심도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아래 다양한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채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앵커>

지금까지는 이제 많이 보셨으니까 대충 아시는 내용들일 것 같고요. 지금부터는 왜 그런지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보죠. 솔직히 현대차 생산직이 참 좋은 일자리잖아요. 그걸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렇게까지 관심이 모이는 건 또 왜 그런 걸까요?

<기자>

그렇죠. 현재 대기업 사무직인 지원 희망자가 온라인에 남긴 말 한마디를 봤는데요. 이게 MZ세대가 이렇게 현대차 생산직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한 구절로 축약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진급할수록 오히려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에 자신이 없고 이른바 줄도 타야 할 것 같고, 어차피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 같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 현대차 생산직은 평균 연봉이 9천600만 원입니다. 정년도 보장되고, 업무시간이 철저하게 지켜진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마침 어제 나온 산업연구원의 MZ세대에 대한 한 보고서가 현대차 채용에 쏟아지는 이렇게 큰 관심과 궤를 같이 합니다.

MZ세대가 직업 선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1위 12년 전만 해도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었습니다.

산업연구원이 지난 2008년부터 19년까지 10만 4천여 명의 대졸자들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 일곱 가지 항목을 설정해서 조사한 건데요.

2008년만 해도 '약간 박봉이어도, 야근이 많아도, 업무 강도가 높거나 인간관계에 스트레스가 쌓여도, 나 젊으니까 아직 청년이니까 내가 좀 참고 견디면 여기서 많이 배우고 발전해서 성공할 수 있겠다' 그런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는 거죠.

그런데 2019년으로 오면 개인의 발전 가능성은 일곱 가지 항목 중에서 최하위권인 6위가 되고요.

중하위권에 위치했던 소득과 근로시간이 1, 2위로 올라옵니다. 돈과 워라밸입니다.

<앵커>

그런데 권 기자, 궁금한 게 워라밸 하면 솔직히 공무원이잖아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 공무원에 대한 인기는 좀 시들고 있어요.

<기자>

네. 그게 그렇죠? 통계청이 지난 2021년에 발표한 것을 보면 청년층의 직장 선호도 1위가 대기업이 됐습니다.

공무원은 3위로 밀려났습니다. 과거 공무원의 인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역시 고용안정성이 크게 작용했던 건데요.

MZ세대에게 고용안정성은 여전히 큰 가치이지만 12년 전만큼은 아닙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나오지만 특히 M세대보다 1997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에서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우선순위는 일단 소득, 그리고 워라밸 바로 지금 손안에 쥘 수 있는 실리라는 겁니다.

고용안정이나 간판만으로는 집값은 치솟고, 자산의 벽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는 지금 가장 매력적인 직업이 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도 성장이 어느 정도 이뤄지던 시기까지는 발전 가능성이 가장 선호되는 가치였고, 성장이 둔화되면서 불안이 커지기 시작할 때 고용안정성이 크게 부각됐다면요.

평생 벌어도 번듯한 집 한 채 내손으로 마련하기 힘들다는 초조감이 팽배한 이제는 소득, 그리고 바로 지금의 소소한 행복을 보장하는 워라밸이 확실히 청년층에게 크게 다가오는 가치가 된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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