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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새 바뀐 건 '택시 통금'…요금 인상의 역설

<앵커>

서울 지역 택시 요금이 오른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늦은 밤에 택시 잡기 어려웠던 건 좀 나아졌는지 살펴보니, 번화가에서 택시가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도 확인되는데, 승객 입장에서 그리고 택시 기사 입장에서 요금 인상 뒤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알아봤습니다.

유덕기, 장선이 기자가 차례로 전해 드립니다.

<유덕기 기자>

퇴근 후 직장인들이 모이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먹자골목.

모처럼의 회식 자리지만 박준영 씨는 10시 전에 서둘러 마무리합니다.

[박준영/경기 용인시 : 예전에는 보통 한 11시에서 11시 반까지 먹었는데, 요즘은 양해를 구해서 일찍 시작해서 한 9시 반 정도에 끝내서 집에 가려고 하는….]

박 씨는 이날 버스를 타고 귀가했습니다.

지난달 1일부터 오른 택시요금 부담 때문인데, 박 씨의 회사가 있는 신논현역에서 용인 수지의 집까지 24km 거리 요금을 인상 전과 후로 비교해 봤습니다.

1천 원 오른 기본요금에 심야할증까지 더해 두 배 가까이 더 나왔습니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 막차가 끊기기 전 모임을 마치는 '택시 통금'이란 신조어도 생겨났습니다.

[반승철/서울 영등포구 : 부담스럽죠. 거의 1.5배 수준 가까이 오른 건데…심각하게는 이제 택시를 아예 안 타거나 아니면 빨리 끝내고 가거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요금은 올랐지만, 택시 잡기가 한결 수월해졌다는 반응도 많습니다.

[김수민/서울 영등포구 : 제가 옛날에도 이쪽 주변에 많이 왔었는데, 그때는 진짜 카카오 호출 앱도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됐었는데….]

요금 인상 전 금요일과 인상 후 같은 요일을 기점으로 택시 호출 플랫폼들의 이용자 수를 살펴본 결과 요금 인상 전달보다 8%에서 최대 22%대까지 줄었습니다.

껑충 뛴 택시요금이 이용객 감소로 이어진 겁니다.

반면, 개인 택시 부제 해제 등으로 택시 공급은 이전보다 30%가량 늘어나 당분간 택시 잡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걸로 보입니다.

(영상편집 : 최혜란, VJ : 김형진)

<장선이 기자>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 야간 운행을 시작하는 법인 택시 기사와 동행해 봤습니다.

밤 11시가 가까워진 시각인데도, 서울 강남 지역에 택시 승강장에 택시가 줄지어 서 있습니다.

기본요금 인상 전인 지난해 말과 눈에 띄게 다른 광경입니다.

[김민철/법인 택시 기사 : 이 시간에 11시에 여기 빈 택시 없죠. 손님들이 택시 잡으려고 나와 있고, 콜택시를 부르려고 휴대전화 들고 있고, 손 흔들고 있고… 이 시간에 차를 대고 손님 기다린다는 건 상상을 못하죠.]

택시 수익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법인 택시의 경우 요즘 인상 전보다 운송 수익은 4.2% 감소했고, 영업 건수도 10.3% 줄었다고 합니다.

택시 요금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승객이 줄어든 탓입니다.

특히 야간에 운행하는 법인 택시 기사들의 경우 식사 시간을 줄여가며 운행 시간을 늘려야 할 정도입니다.

[김민철/법인 택시 기사 : 전에 7, 8시간 일하던 걸 지금은 밥 먹는 시간을 줄여서 1, 2시간 더 일하게 되는 거고요.]

반면, 부제가 풀린 개인 택시의 하루 평균 운행수입은 13% 가까이 늘어, 법인 택시 업계를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원형/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의장 : 코로나19 위기보다 실질적인 수입이 떨어졌는데, 개인택시 부제 해제를 한단 말입니까.]

법인 택시 가동률도 30%로 요금인상 전과 변동이 없는 상황.

요금인상으로 법인 택시 수입이 늘어나면, 떠난 기사가 되돌아올 거라는 예측이 빗나간 겁니다.

[박호철/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 : 요금이 일괄적으로 오르다 보니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볼 때 공급이 적은 시점에는 효과가 있는 거 같은데, 반대 시점에는 확실히 이용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요금제가 된 거 같습니다.]

당초 서울시는 요금인상이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 걸로 기대했는데, 시민은 타고 싶지만 비싸서 엄두가 안 나고 법인 택시 업계도 반기지 않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호준·양지훈, 영상편집 : 박정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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