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벙커버스터] 중국이 타이완 점령하면 북한은 남침?…미 싱크탱크의 위험한 시나리오

타이완 충돌시 한반도 위기론 제기한 미 싱크탱크…시나리오 전격 분석

대한민국 외교안보 뉴스의 핵심을 정밀 타격하듯 풀어드리는 벙커 버스터입니다. 세계정세 돌아가는 큰 그림을 꿰고 있다는 미국 싱크들이 분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주제는 단연 타이완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인데요. 그런데 최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걱정스러 가설이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타이완에서 실제 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이 이 틈을 타 남한에 대한 무력 도발에 나설 것이고 심지어 남침을 감행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온 겁니다.
 

북한의 남침 가능성까지 언급한 미 싱크탱크 시나리오 보고서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경고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타이완에서 미국과 중국이 정말로 충돌하게 된다면 미국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당장 끌어다 쓸 수 있는 전력을 따져볼 겁니다. CSIS는 미국이 주한미군 4개 전투비행대대 가운데 2개 대대를 차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남한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 공군 전력의 절반이 한반도를 떠나 타이완 전선으로 이동할 경우 일시적으로 발생한 힘의 공백이 북한의 오판을 불러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단 겁니다.

더 위험한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만약 혹시라도 중국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둬 타이완을 몰락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퍼시픽 포럼(Pacific Forum)은 이럴 경우 북한이 덩달아 매우 대담해질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중국의 승리에 고무된 북한 정권이 남한 정부를 파괴하고 한반도를 점령하려는 오랜 계획을 다시 시도하려 들 수 있다는 겁니다. 설마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50년 넘는 역사를 가진 미국 싱크탱크들인 만큼 이 시나리오들이 현실이 될 가능성을 짚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항공모함 전단부터 출격할 미국…인도태평양사령부의 판단은?


이런 시나리오가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나 여러 변수들이 공교롭게 맞아떨어질 경우를 가정하면 터무니없는 가설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경고합니다. 관건은 타이완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실제 일어났을 때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떤 전선이 형성되느냐는 겁니다.

먼저 중국과 타이완 간에 전쟁이 발발하고 미국의 참전이 결정되면 미군은 항공모함 전단 3개를 즉시 타이완 전선에 보낼 걸로 전문가들은 예상합니다. 우선 주일 미군기지인 일본 요코스카에 사령부를 둔 미 7함대 전단이 가장 빠르게 움직이고 이어 태평양과 대서양에 위치한 항모 전단이 뒤따라 이동할 걸로 전망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무력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그런 결심이 된다면 항모 전단 세 전단이 움직이는데 그 전단 우선 위주로 아마 전쟁을 수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가깝게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 7함대의 로널드 레이건함이 먼저 움직이고 3개 전단의 지휘는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통제하고 있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맡습니다.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주한미군 역시 타이완 전선에 투입 가능한 전력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겁니다. 전 주한미군사령관이 중국의 타이완 침공 시 주한미군 투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가능하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죠.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2022년 9월)]
"주한미군 병력 일부가 타이완 사태에 투입되더라도 한미동맹은 북한에 대한 억지를 유지할 수 있는 몇 가지 옵션을 갖고 있다."
 

중국의 턱을 노리는 비수가 한국에 있다…주한미군의 움직임은?


그렇다면 CSIS 전망대로 주한미군 공군 전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비행 전단이 타이완에 투입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충돌이 발생한 직후 곧바로 주한미군이 차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일단 주한미군보단 주일미군이 먼저입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중국이 무력으로 타이완 통일을 시도할 때 과연 미국은 어떻게 타이완을 지원할 것인가, 고정 변수는 주일미군의 타이완 해협 증파입니다."

주한미군은 1차적인 임무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거리 투사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전력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때문에 주한미군의 공군 전력이 타이완 근처까지 가기 위해선 일본 오키나와 가네다 기지 등으로 이동한 뒤 거기서 항공모함을 타고 남서쪽으로 전진해야 하는데 급박한 전시 상황에선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빼서 보내는 것보다 주일미군을 보내는 게 월등히 빠를 거란 거죠. 더욱이 미국이 주한미군 병력까지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전쟁 양상이 타이완을 넘어 미·중간 전면전으로 확전된 상태라는 걸 텐데, 그럴 경우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그대로 두는 것이 미국으로선 훨씬 전략적인 선택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중국 사람들은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를 '중국의 턱을 노리는 비수'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왜냐하면 (베이징까지) 직선 거리가 800km도 안 됩니다. 주한미군의 기지가 군산도 있고 오산에도 있고 또 평택도 있고 그거를 거점 기지 그러니까 영어로는 스테이징 베이스(Staging Base)라고 하는데 그런 형태로 활용 가능성도 있기는 하죠."
 

북한의 섣부른 도발은 '정권 궤멸'…그럼에도 불씨는 살아 있다


중국의 승전에 북한이 잠들어있던 남침의 야욕을 다시 드러낼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어떨까요? 타이완 침공이 과연 중국의 승리로 끝날 수 있을지 가정에 또 가정을 거듭해야 하지만 북한의 남침은 쉽지 않을 거란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우선 남한의 군사력 때문입니다. 남한과 북한의 전력은 양적으로는 북한이 많지만 질적으로는 남한이 우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중 전력에선 5세대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해 F-15K와 KF-16 전투기 등으로 무장한 우리 공군 전력이 북한이 인지도 하기 전에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단 평가입니다. 여기에 더해 주한미군의 존재가 대북 억지력을 강하게 지탱하고 있죠.

퍼시픽 포럼 보고서 가정대로 중국이 혹시라도 승리를 거둔다 해도 남침이나 대남 도발이 오히려 어려워질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목표를 달성한 중국이 더 이상의 위기는 피하고 싶어 할 거란 예상입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타이완을 무력으로 진입하고 통일을 했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도 대단히 국력이 소진되고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황에 놓일 수가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절대 적당히 끝내려 하지 않을 거란 분석도 있습니다.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제2의 한국전쟁의 걱정 때문에 미국을 말린다 하더라도 미국이 국제적인 공신력과 자국 중심의 안보 체제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북한 정권의 종말까지 가는 전면적인 군사 개입을 할 가능성이 더 높다."

섣부른 도발은 정권의 궤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과감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입니다. 여기까지 보면 다행일 것 같지만 문제는 남아 있습니다. 타이완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튈 수 있는 불씨가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타이완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되는 이유…가장 위험한 최대 변수


CSIS는 2026년 중국이 타이완을 침공하는 상황을 가정한 24개 시뮬레이션을 가동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의 침공이 결국 실패할 것이란 결론에 도달했다고 관측했습니다. 패전국이 된 중국은 1만여 명의 병력 손실을 입고 전투기 155기와 함선 138척이 파괴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문제는 승전국이 될 미국이 전쟁에서 진 중국보다 더욱 긴 고통을 겪으면서 승리의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는 겁니다. 미국이 단 3주간의 전투로 항공모함 2척을 잃게 될 것이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동안 희생된 규모의 절반에 이르는 3천200명의 미군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더 우려스러운 건 이런 시나리오들을 무색하게 하는 큰 변수입니다. 전황이 한쪽으로 급격히 기울 때 세계 최강대국이자 핵 보유국인 두 나라가 과연 재래식 전투로만 전쟁을 마칠 거란 보장이 있냐는 거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전쟁의 원인을 보면 가장 많은 원인 중에 하나가 민족주의입니다. 내부의 정치 상황이 굉장히 안 좋다고 할 경우에 민족주의의 광풍에 휩쓸려 간다면 그것은 아주 심각한 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는 거죠."

동북아 정세가 이렇게 폭풍에 휘말린다면 더 이상 중국만 바라볼 수 없는 북한 역시 내부 사정에 따라 급진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식량난과 제재로 경제적인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북한 정권이 내부 통제를 위해서라도 외부에 대한 위협을 고조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단 겁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내부가 힘들 상황이 온다면 북한은 늘 그걸 외부 위협을 고조시킴으로써 돌파하는 그런 형태의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봉영식| 연세대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북한 정권이 오판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 정권의 그런 행동에 대한 후과가 어떨 것인가를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타이완을 둘러싸고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전쟁이 실제로 일어날지 혹은 일어나지 않을지 누구도 장담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전쟁 상황을 가정한 연구 결과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고 그런 맥락 속에 한반도가 거듭 언급되고 있단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만 하는 사실입니다. 주한미군이 주둔 중인 우리로서는 미국이 타이완 문제를 보는 시각을 단순히 다른 나라의 외교 정책으로 여길 수만 없는 게 현실입니다. 타이완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전선이 어떻게 변화할지 또 이들이 어떤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을지 우리도 주목해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영상취재 : 이재영 신동환 / 편집 : 정용희 / 콘텐츠디자인 : 고결 / 장소 협조 : 전쟁기념관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 참조
1.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 www.csis.org/analysis/first-battle-next-war-wargaming-chinese-invasion-taiwan
2. 태평양 포럼(Pacific forum) 보고서 ▶ pacforum.org/publication/issues-insights-vol-23-sr2-the-world-after-taiwans-fall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