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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반려동물과의 헤어짐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펫로스 증후군

마부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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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지난 일주일은 어떻게 보냈나요? 날씨가 풀릴 듯 안 풀릴 듯, 햇살은 따뜻한데 바람은 찬 게 딱 초봄 날씨인 것 같습니다. 혹시 독자 여러분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나요? 이렇게 영하와 영상을 오가는 날씨에 견주들이라면 산책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겁니다. 영하 4도 이하의 추위에는 따뜻한 옷을 겹겹이 입혀서라도 산책을 하는 편이 좋다고 하더라고요. 참고로 스브스프리미엄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상담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데 혹시 궁금한 게 있는 독자라면 한 번 글을 남겨보세요!

이쯤 되면 오늘 마부뉴스가 어떤 주제를 다루려고 하는지 감이 오죠? 사실 마부뉴스, 마부작침 팀은 예전부터 반려동물 이야기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습니다. 2017년과 2020년에 유기동물 데이터를 분석했던 <유기동물을 부탁해> 시리즈도 있고, 2021년에는 동물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들의 실태를 살펴보기도 했었죠.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반려동물과의 헤어짐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독자 여러분은 반려동물과의 헤어짐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또 하나의 가족, 반려동물

먼저, 우리나라의 반려인 규모는 얼마나 될까요? 지난 2010년부터 이어져온 반려동물 관련 조사가 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하는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라는 건데 2022년 결과를 살펴보면 반려동물을 양육하고 있냐는 질문에 25.4%가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대한민국 사람들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하고 있다는 거죠. 2010년 조사결과에선 그 비율이 17.4%였지만 12년 사이에 8%p나 증가했습니다. 2019년부터는 꾸준히 25% 수준의 응답이 나오고 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만큼 반려동물과 관련된 산업 규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 번 아래 그래프를 봐 볼까요? 통계청의 서비스업조사와 경제총조사 자료를 가지고 반려동물과 관련되니 산업들의 매출액 규모를 정리해 봤습니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그 흐름을 보면 시장의 성장세가 확실히 빠르다는 게 느껴질 겁니다. 2013년 처음으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매출액이 1조 원을 넘겼는데, 2020년엔 어느새 5조 원에 육박할 정도니까요. 이 자료에는 반려동물 보험과 같은 시장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산업들은 제외되어 있어서 실제 규모는 더 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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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늘어나고, 시장도 늘어나면 당연히 법적 제도도 뒤따라야겠죠?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때는 1991년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반려인구는 어느새 4명 중 1명꼴로 급증했고, 동물학대 및 관련 안전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생겼죠. 함께하는 동물을 단순히 애완동물로 보는 게 아니라 반려동물로 인식하면서 그에 발맞출 수 있는 법으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정부는 동물학대를 명확히 명시하고, 민간동물보호시설을 신고제로 도입하는 걸 포함해 2022년 4월에 동물보호법 전부개정안을 공포했습니다. 제정되고 난지 무려 31년 만의 변화입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동물에 대한 처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한 간디의 말처럼 이런 변화로 조금씩 동물권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있습니다. 바로 반려동물과의 헤어짐이죠. 개의 평균 수명은 10~13년 정도이고,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그보다는 긴 12~18년 정도라고 합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게 2000년대 초반이니까 지금 반려인 중에는 이미 반려동물과 헤어졌던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도 반려동물이 죽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5.5% 수준이었으니까요. 나와 함께한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며 겪게 되는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죠. 하지만 아직 우리 사회에 이런 슬픔을 제대로 위로해 줄 준비는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펫로스 증후군으로 시름하는 사람들

펫로스 증후군(Pet-Loss Syndrom)은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느껴지는 상실감, 고통, 슬픔을 의미합니다. 펫로스 증후군이 정식 학술 명칭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통용되는 만큼 이번 레터에서는 펫로스 증후군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려고 해요. 나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함께 유대감을 쌓아온 반려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되면 그 상실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일 겁니다. 이러한 정신적 고통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일각에서는 이런 슬픔이 PTSD를 유발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죠.

이미 우리나라의 반려인들 중에도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2021년 12월에 애니멀피플이 공공의창, 한국엠바밍, 웰다잉문화운동과 함께 반려동물장례와 관련해서 인식조사를 진행했는데, 반려동물의 죽음을 지켜본 반려인 49.8%가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대답할 정도죠. 그리고 이들이 일상을 회복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732.2일. 평균적으로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야만이 반려동물의 상실감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반려인이 있는 미국에서는 응답자의 68%는 반려동물을 잃는 것이 어떤 경우엔 가족이나 친구를 잃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할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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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애도를 단순히 정서적 상태라고 얕봐서는 안됩니다. 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지속되는 슬픔은 질병으로 보고 관리하고 있거든요. “슬픔이 질병이다”라는 문장이 어색할 수 있지만, 일생을 함께한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잖아요. 사별을 경험한 사람 중 10%는 특히 지속적으로 강한 애도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이 증상이 심해지면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게 어려울 정도고요. 그래서 미국에선 이런 증상을 ‘지속적 애도 장애’라고 명명했고, 작년에 미국정신의학협회 진단 체계(DSM-5)에 공식적으로 추가해 관리하고 있어요.

그런데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슬픔 장애와 유사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느끼는 상실감이 슬픔 장애에서 제시하는 주요 증상과 일치하다는 결과가 나온 거죠. 게다가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 외로움, 수면 장애와 같은 추가적인 정신적 스트레스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반려동물을 잃고 난 슬픔이 질병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정신적 스트레스를 낳을 수 있는 만큼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대비와 관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슬픔을 위로하는 제도는 준비되어 있지 않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을 조금이라도 보듬어주기 위해 반려동물 장묘 시설 산업은 성장하고 있습니다. 아까 위에서 살펴봤던 그래프에서 반려동물 장묘 및 보호 서비스업이 가장 성장세가 크다는 걸 보면 알 수 있죠. 수의업이 2019년 대비 2020년에 19% 증가하고 반려동물 도매업이 78% 성장할 때, 장묘 및 보호 서비스업은 214%로 2배 이상 뛰어올랐어요. 매출액은 1,637억에서 5,145억으로 늘어났고요. 양적 성장은 이뤄졌지만 문제는 아직까지 빈틈이 많은 상황입니다.

일단 반려동물이 사망할 경우의 후속 처리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볼게요. 반려동물이 사망한 경우에 합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3가지입니다. 먼저 위에서 이야기한 반려동물 장묘시설에서 화장 등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있고,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반려동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은 폐기물 처리뿐이죠.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되는데, 생활폐기물로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배출하는 게 합법적인 처리 방법입니다. 아니면 동물병원에 위탁하는 법이 있는데, 이 경우에도 병원에서 반려동물 사체를 의료폐기물로 처리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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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인식조사에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응답자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사체 처리 방법에 대해 물어보면 54.4%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직접 땅에 묻었다고 답변했습니다. 하지만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를 땅에 묻는 건 불법입니다. 합법적으로 처리하려면 장묘시설을 이용하거나 폐기물로 처리해야 하는데… 어느 누가 반려동물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보내고 싶을까요?

그렇다면 장묘시설은 문제가 없냐 하면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최근 4년간 접수된 반려동물 장묘시설 관련 소비자상담 자료를 분석해 보니 과다 비용 청구에 대한 불만이 44.4%로 가장 많은 것으로 분석됐어요. 반려인이 늘어나면서 장묘시설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현재 시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거든요. 2023년 2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설치된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68개소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장묘 업체들이 비싼 값을 부르고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식의 배짱 영업이 성행 중이죠. 그래도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을 하면서 반려동물 장묘업을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면서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대안으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장묘시설을 점차 확대해 나가면 될 텐데, 아직까지 상황이 넉넉하진 않습니다. 전국 68개소 중에 공공 장묘시설은 전북 임실군의 오수 펫 추모공원 1곳뿐이거든요. 서울이나 부산, 제주도 등 지자체에서 계획은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공된 곳은 임실군 말곤 없어요. 그래도 서울시에선 저소득층을 상대로 반려동물을 종량제 봉투 대신 떠나보낼 수 있도록 장례를 지원하는 식의 제도를 운영하면서 동물 복지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미봉책에 그칠 수 있습니다.
 

헤어짐을 준비하는 시간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피해는 반려인들이 오롯이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KB금융에서 발간한 <2021 한국반려동물 보고서>를 보면 노령견을 키우는 가구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서비스 1위가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51.9%)였어요. 반려동물과의 헤어짐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조금 더 적극적인 행정으로 정책을 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펫로스 증후군을 서로 위로해 주고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와 상담 프로그램도 필요할 겁니다. 미국에서는 일찍이 90년대부터 펫로스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오고 있거든요. 전화 또는 대면 상담을 통해 자신의 슬픈 감정을 털어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정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특히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는 게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내 마음속에만 담아두지 않고 함께 나누는 만큼 슬픔은 줄어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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