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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 마라도…고양이 '강제이주 현장'

<앵커>

섬 전체가 천연보호구역인 마라도에서 요즘 길고양이들을 붙잡고 있습니다. 고양이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새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인데, 그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노동규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토 최남단 섬 마라도.

선착장에 정박한 배에서 고양이 보호단체 회원들이 내립니다.

준비해온 철제 포획틀을 꺼내 고양이 사료와 간식과 함께 놓습니다.

섬에 있는 길고양이를 붙잡으려는 것입니다.

[황미숙/전국 길고양이 보호단체 연합 대표 : 이 밑에도 제일 많이 있고요. 폐가 같은 데도 많이 있고요. 거의 100% 있습니다.]

포획틀 설치 30분이 채 안 돼 얼룩덜룩한 고양이 1마리가 덫에 걸려듭니다.

[황미숙/전국 길고양이 보호단체 연합 대표 : 중성화 완료됐고. 밥도 잘 주고 관리가 잘 된 아이예요. 이 아이 같은 경우는, 상태가 되게 좋아요.]

마라도 길고양이 포획은 문화재청과 제주도가 결정했습니다.

고양이들이 국내 300여 쌍 정도 남은 멸종 위기 천연기념물 뿔쇠오리를 공격한다는 우려에, 아예 섬 밖으로 내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많게는 70마리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40마리를 붙잡아 제주도 보호시설로 옮긴다는 계획입니다.

[임홍철/제주세계유산본부 세계유산문화재부장 : 고양이와 쇠뿔오리가 같이 공존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길고양이에 대해서도 안전과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유산본부에 보호시설을 마련해 보호할 예정입니다.]

고양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곳에 이렇게 포획틀을 잇따라 2개 놓았습니다.

하지만 덫에 한 번 걸려서 중성화수술을 받은 고양이들은 이런 포획틀을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입니다.

마라도 길고양이 대부분은 중성화됐고, 사람 손을 많이 타다 보니 낯선 기자한테도 스스럼없이 다가옵니다.

이런 고양이들을 잡으려면 평소 사료를 주던 주민이 나서 유인해야 합니다.

일부 동물단체는 어차피 계속 번식이 어렵고 주민이 관리한다는 점을 들어 고양이 강제이주를 반대합니다.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 개체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추세기 때문에 과연 거기에서 살던 고양이들을 바깥으로 반출할 만큼 긴급한 상황인가는 따져보자….]

보호시설로 옮겨진 고양이들은 포획 참여 단체의 도움으로 입양도 추진됩니다.

천연기념물 철새 보호를 위해 또 다른 생명의 터전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전례 없는 실험의 결과가 주목됩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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